제겐 가족이에요
“무거운 배낭 메지 마라~키 안 큰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다 큰 딸을 버스 터미널에 데려다주는 아빠의 한마디다. 그 말에 예전 같으면 풉 하며 내가 애야?를 외쳤겠지만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31살이 되어도 부모님에게 나는 그냥 철부지 아이라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오빠를 여전히 걱정하며 챙기는 엄마의 잔소리도, 여전히 초등학생 때처럼 티격태격 유치하게 싸우다가도 회사와 재테크 얘기를 할 줄도 아는 제법 어른 같아진 남매다.
올 한 해는 엄마의 건강이 우리 가족의 이슈였다. 갑작스럽게 안 좋아진 엄마의 건강 회복을 위해 작년과 올해 우리 가족은 때로는 싸우기도 때로는 막막하기도 때로는 서로를 의지하기도 기도하며 이겨내기도 했다. 아빠는 하던 일도 잠시 그만두고, 일만 하던 사람이 전업주부의 길로 들어섰다. 평생을 회사일만 하던 사람이 엄마에게 조금씩 요리를 배우며 이제는 우리의 아침을 척척 만들어주시는 모습을 보며, 참사랑을 느꼈다. 먼 길에 있다는 핑계로 자주 와보지 못한 못난 딸로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유달리 기나긴 추석 연휴를 시작할 때는 분명 시간을 어떨게 보내지 고민했던 것 같은데 그 고민이 무색할만큼 시간이 참 빨리 갔다. 집에서 밥 먹고 과일 먹고 넷플릭스 보며 떠들기만 해도 시간은 참 잘 갔다. 그래서일까 아직 엄마의 건강 회복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 중이지만, 지금껏 잘 이겨내고 앞으로 점점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날 때쯤 항상 응원한다는 부모님의 한 마디도, 이것저것 사주며 은근하게 챙겨주는 오빠의 말없는 응원도 타지살이를 견디게 해주는 나의 큰 뿌리이자 힘이었다.
대학 졸업 후,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생각을 기나긴 연휴 덕에 떠올리게 되다니, 긴 연휴는 여러 면에서 참 좋은 것 같다. 나같이 타지살이를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충전의 시간은 참 힘이된다.
연휴가 끝나간다는 생각에 벌써 아쉬움과 싫음이 몰려오지만 끝이 있기에 달콤하지 않은가라며, 다시 힘을 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