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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연 Nov 11. 2019

100분 토론 20주년 : 공정과 개혁을 말하다



방송이 시작하기도 전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MBC 100분 토론 20주년 특집이다. 해당 회차에선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두 패널, 홍준표 자유 한국당 전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토론이 펼쳐졌다. 토론 의제는 ‘공정과 개혁을 말한다’ , 조 전 장관의 사태와 검찰개혁에 관한 각 정치 진영의 첨예한 대립 의견들로 미루어 보았을 때 가장 시의성 있는 의제였다는 점, 보수와 진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두 인물의 빅 매치라는 점 등으로 인해 방송 전부터 시청자들의 관심은 들끓을 수밖에 없었다.


20여 년간 거쳐 지나갔던 3800여 명의 논객들, 그중 몇몇 축하 영상을 시작으로 프로그램은 본격적인 전파를 탔다. 100분 토론을 수식하는 그 수식어들은 꽤 화려했다. 20여 년간 지켜내 온 ‘토론의 대명사’, ‘무게 있고 품격 있는 토론 프로그램’, ‘공론의 장’으로써 주요한 역할을 했던 프로그램 등. 그러한 수식어에 걸맞게 20주년 특집은 말 그대로 깔끔한 흐름으로 진행됐다. 요식적 토론이 아닌, 실질적인 논쟁을 기반으로 민주주의 감수성을 일깨운 프로그램이라는 말이 딱 걸맞은 회차였다. 


100분 토론이라는 정체성과 그 포맷에 대한 분석과 두 패널 간의 토론 의제를 중심으로 해당 회차를 분석해보았다.




|정교한 데이터 수치 분석



이번 토론에서 특별히 돋보였던 점은 다름 아닌 빅데이터 활용’이었다. ‘다음 소프트’에 의뢰해 분석한 소셜미디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토론의 서막을 열었던 점은 지금까지의 어떤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없었던 방식이기도 했다. 블로그와 트위터, 커뮤니티, 인스타그램 등 최근 12년간의 데이터 260억 건을 텍스트 마이닝 기법으로 분석한 대한민국의 ‘마음지도’를 공개한 것이다.



이번 토론의 주제가 ‘공정과 개혁’을 말하는 것이니만큼, 토론의 서론에선 ‘정의’와‘공정’이라는 두 단어의 빈도를 분석함과 동시에 그 맥락을 분석하는 부분이 마련되었다. 특히 해당 단어가 빈출 했던 시기가 국정농단과 19대 대선이었음을 짚어내며 현 조국 사태에 또한 그만큼의 중대한 이슈였다는 점을 상기시켰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관심과 그 수치의 유의미함을 연관 짓는 분석을 통해 깔끔한 서론을 완성시켰다.



이는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 가장 분노하는 키워드와 시민들이 생각하는 차기 대권 주자 등, 시민들을 대변하는 키워드 분석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토론의 폭과 깊이를 더욱 강화시킨다. 그저 두 패널 간의 논박이 오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토론의 기반이 되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 맥락과 시민들의 관심도를 측정 및 분석해 소개하는 서론은 정교한 데이터 분석이 기반되었다는 점, 그리고 토론 자체의 진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객관적이고 바람직한 도입의 기능을 했다고 할 수 있었다. 



|<조국 사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사실 시청자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사안은 다름 아닌 조국 사태였을 것이다.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대변되는 양분된 광장정치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조국 사태로 인해 설정된 의제들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이 극에 치달았다는 점에서 이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보수와 진보의 대표 인물로 불리는 두 사람의 입장에 집중한다. 



홍준표 자유 한국당 전 대표는 말했다. 본 사태는 가족들이 연루된 ‘가족 범죄극’이자 현 문재인 정권의 민낯이라고. 하지만 유시민 이사장 은 이를 공정성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묶어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본 사태는 두 차원으로 나누어 따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국 전 장관의 자녀가 받았던 입시 관련 특혜 문제와 여러 의혹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도덕’ 기준에 맞지 않는 소지가 있음은 인정한다. 허나, 이는 그로 인한 현 대입 제도 내지 교육 제도에 대한 문제점과 그 개선 방안이 논의되어야 하는 ‘제도의 불공정성’에 대한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유시민 이사장은 해당 수사의 진행 과정에 있어서 100여 명의 검찰 특수부 인력들이 동원되어 수 십 년간 걸친 모든 삶을 뒤져가면서까지 수사를 해야만 했냐는 의문이 남는다고 밝혔다. 과도한 검찰 수사는 ‘수사의 불공정성’이라는 차원의 문제이며, 현 언론과 모든 사회적 초점이 전자, 그러니까 제도의 불공정성에만 맞춰져 있기에 본인은 후자인 권력의 불공정성에 대해 계속해서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홍준표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일부 공감은 하였으나 그 조사의 불공정성의 경우엔 해당 주체가 검찰이 아닌 조국 전 장관의 부인이라며 반박했다.


법적 정의와 법 집행의 공정성 문제, 사회 계층 및 계급적 차별과 불공정 문제들까지. 모든 문제를 분리해서 보면 각각의 논리와 이치가 존재했다. 1부는 이렇게 각각의 논리에 대한 논박과 깔끔한 정리를 토대로 무난한 흐름의 토론이 이어졌다. 



|<검찰개혁> 가능한가? 

 

그렇다면 과연 검찰개혁은 가능할까? 조국 사태, 광장정치, 광화문 시위, 서초동 시위 등 결국 이러한 쟁점들의 끝은 검찰개혁을 가리키고 있었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수치로도 충분히 증명이 가능하다. 리얼미터의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국민들의 인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총 57%의 국민들이 이에 대한 찬성 입장을 내비쳤으며, ‘공수처 설치’에 대한 찬성 수치 또한 77%에 달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검찰개혁은 국민들의 강력한 시대적 요구라고도 볼 수 있다. 과연 해당 쟁점에서의 두 패널 들의 입장 차는 어떻게 달랐을까. 


우선 이번 의제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사회자의 데이터 분석이 한 차례 더 있었다. 텍스트 마이닝 기법으로 분석한 빅데이터에 따르면, 이전에는 ‘검찰’이라는 그 자체에만 관심을 가졌다면, 조국 사태 이후에는 검찰의 ‘개혁’및 그 방식 자체에 방점이 찍히는 방식으로 소구 한다는 것이다.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의지가 돋보이는 분석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이처럼 빅데이터를 통해 알아본 민심을 바탕으로 두 패널이 입을 열었다. 



홍준표 자유 한국당 전 대표는 검찰개혁은 무엇보다 인사의 독립과 예산의 독립이 기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 개혁은 다른 특별한 것이 아니라 정권의 수호자가 아닌 정의의 수호자로 만드는 것, 그 자체가 검찰 개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검찰 개혁의 본질은 바로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 때 완성되는 것이라고 홍준표 전 대표는 밝혔다. 허나 유시민 이사장의 경우 다른 입장을 내세운다. 우선 홍준표 전 대표의 입장은 원론적으로는 타당한 말일 수 있으나 그 경험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검찰의 독립과 그 정치적 중립성은 이미 참여정부 때 담보되었던 적 있으나, MB정권으로 접어들면서 권력 속으로 편입되었기 때문이다. 유시민 이사장은 이와 함께 인사와 예산의 독립도 물론 중요한 문제이겠으나 검찰 스스로가 변화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유시민 이사장이 밝히는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등으로 대변되는 권력의 분산, 심야 수사 금지 등 권력 행사의 제한 등을 바탕으로 검찰 조직이 헌법을 지키며 제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는 말이 무섭지 않게 헌법과 법률, 그리고 이치에 맞게 권력을 개조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토론에서 두 패널은 보다 묵직하고 포괄적인 의미의 검찰개혁을 미시적으로 쪼개어 각각의 논리를 펼쳐냈다. 가장 대표적인 의제는 공수처 설치였다. 허나 두 패널은 각각이 정의하는 검찰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그 정의에 있어서도, 그리고 공수처 설치에 관해서도 정반대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유시민 이사장은 특히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경 수사권 조정과 법무부 감찰 기능 강화 등을 근거로 내세우며 기존 권한을 분배하는 것에 개혁의 핵심이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홍준표 자유 한국당 전 대표는 공수처 설치가 계속되는 상위 권력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답이 될 수 없음을 피력했다. 쟁쟁한 논박이 오갔다. 



|청년 논객과의 참여형 토론, 그리고 유튜브 라이브 방송


공수처 설치로 대변되는 검찰개혁, 그리고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의혹 등 굵직한 쟁점들이 다루어진 이후엔 청년 논객과의 참여형 토론이 진행되었다. 미리 선발된 청년 논객으로는 장예찬, 신지예, 오창석 청년 논객들로, 각각의 질문에 대한 질의와 응답의 시간이 이어졌다. 소위 막말 정치로 대변되는 프레임 정치에 대한 견해, 조국 전 장관 자녀의 의혹에 대한 청년들의 박탈감 등에 관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해당 코너에선 전과 비교해서 조금은 자유로운 분위기의 토론이 형성되었다. 청년 논객과의 참여형 토론까지 종료된 뒤, 유튜브 채널에서의 추가적인 이야기가 스트리밍 되었다. 기존의 딱딱한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토론과는 확실히 다른 결의 구성이었다. 


유시민 이사장과 홍준표 전 대표의 유머식 멘트를 끝으로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토론의 막은 내린다. 두 패널 모두가 각각의 정치적 진영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들이라 과열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는 않을까 우려했던 것이 무안할 정도로 토론은 무난하고, 또 깔끔하다고 할 수 있었다. 시민들의 참여가 구석구석 편입되어 더욱 그러한 것일까. 역시나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당일 방송된 100분 토론의 시청률은 무려 9.6%를 기록했다. 평소의 1%대 시청률과 비교하면 확연히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였다. 







20주년, 결코 가볍지 않은 시간이다. 


그러나 그 무게에 걸맞은, 그리고 현 시국에 의미 있는 주제의 토론으로 구성됐다는 점만으로도 그 기획과 편성은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었다. 특히나 단순한 패널 간의 토론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로부터 추출한 시민들의 감수성 분석이 토론 전반부에 배치되었던 것은 타당한 논리적 흐름을 만들어낸다는 의미가 컸다는 점에서 바람직했다.


하지만 분명 아쉬운 점도 있었다. 우선 듣고 싶은 정보가 1부에만 몰려 있어 2부 이후부터는 상대적으로 처지는 느낌이 들었다. 본디 백 분 토론의 정체성은 치열하리만큼 뚜렷한 각각의 논박과, 제한 시간 안에 주고받는 질의와 응답들로 구성된 탄탄한 논리 구조에 있다고 생각하는 필자로서는 후반부로 갈수록 옅어지는 공방에 대해 아쉬움을 숨길 수 없었다. 특히 반복되는 핵심 주장으로 인해 다양한 시각과 논증을 경험해보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정확하게 지켜지지 않는 토론 매너도 아쉬웠다. 예컨대 프로그램 제목에도 명시되어 있듯 본 토론은 100분이라는 유한적 시간을 설정값으로 가진다. 그렇다면 모든 패널의 발언 시간을 철저하게 지켜내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회자가 저지함에도 계속해서 이를 무시하고 발언을 하는 패널들을 보며 괜히 초조해지는 건 시청자들의 몫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유연한 제한을 두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공정함과 객관성을 강조하기 위해선 이런 사소한 규정도 엄격히 지켜나가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검찰 개혁으로 인해 온 나라가 시끄럽다. 각각의 주장을 정당화하고, 프레임으로 대체시키며 진보와 보수에 대한 극단적인 정의가 쏟아진다. 여차하면 나오는 색깔론은 그 의도마저 의심스럽다. 서로 간의 악의적인 프레임 싸움은 시청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며, 공론장의 오염을 야기시킨다. 그래서 검찰개혁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만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차라리 정의와 불의의 싸움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어느 한쪽의 시선만 담은 것이 아닌 균형 잡힌 감수성을 갖춘 시사 교양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어느 한쪽에 특히 치우친다든가, 불순한 정파성을 품고 있는 프로그램이 아닌 각각의 의견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반영하는 공정한 시각이 마련될 때에 검찰개혁의 단초가 마련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항상 세상을 바꾸는 건 시민들이었다. 시민들이 불균형한 권력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때, 상식이 통하고 정의가 부정을 압도할 때, 그리고 공정한 과정이 마련될 때 완전한 개혁은 비로소 이루어진다. 허나 그러한 개혁의 장을 조성하는 데엔 언론의 힘이 필요하다. 그 속에서 해야 할 일은 어찌 보면 저명하다. 공정한 공론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진실과 정의가 살아남는, 공정한 권력으로서의 검찰 개혁이 이루어지길 바라본다. 그 중심엔 언론의 각성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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