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 새벽 4시 (한국 시각 기준),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유람선이 침몰했다. 뒤따라오던크루즈선 바이킹 시긴 호와 충돌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본 유람선의 탑승객은 총 35명, 하지만 그중 한국인 탑승객이 전체 인원의 90%가 넘는 33명에 달했으며, 구조된 인원과 헝가리인을 제외하면 25일 현재 총 25명의 시신이 수습되고 3명은 아직 돌아오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명백한 재난이고 참사였다.
재난 및 참사와 연관된 언론 보도 방향의 논의는 예전부터 있어왔다. 특히 이번 사태를 접하며 사람들이 다시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세월호는 언론에게 그저 다루어야 할 ‘재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언론은 과열된 경쟁 취재, 폭력적인 관행과 정부 편향성 등을 여과 없이 드러내 보였으며, 이로 인해 시민들의 언론 신뢰도는 급락하고 말았다. 특히 이를 전하는 기자들의 모습을 두고 비난의 용어마저 등장했다. ‘기레기’,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저널리즘의 수준을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기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마음이 무겁다.
세월호 참사를 다루던 언론에 대한 비판은 언론으로 하여금 반성 및 자정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MBC는 지난해 ‘보도 참사’를 사과했고, 채널 A의 이명선 셜록 기자는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에 출연해 육성으로서 당시의 보도를 사과하기도 했다. 언론사와 기자들의 연이은 사과를 기점으로 앞으로의 재난 및 참사 보도는 더더욱 신중하게 구성되어야 한다는 점은 모두가 기대했을 만한 것들이다. 사건의 규모와 원인 파악 및 구조 현황, 그리고 희생자를 비롯한 인권 보호 위주로 뉴스가 구성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기자들 또한 이전과 달라진 모습, 예컨대 재난 상황에 대한 공감 능력과 인권 감수성을 수반한 리포팅을 해나가야 했다. 허나 과연 이번 헝가리 유람선 침몰을 다루었던 참사 보도는 어땠을까.
국외에서 발생한 우리나라 국민의 희생 사고였기에 쏟아지는 언론의 보도, 그중에서 특히 저녁 종합뉴스는 타 매체보다 더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이를 유념하고, 더더욱 객관화된 정확한 보도를 전달했어야 했다. 다행히 저번 세월호 참사를 다루었을 때 가장 비난을 많이 받았던 사망 보험금을 강조한 보도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실망스러운 점은 있었다. 바로 30일 보도 기준 1/4을 차지하는 ‘사연 위주로 연성화되는 뉴스 구성’이었다.
5월 30일, 뉴스데스크에서 연달아서 했던 세 개의 보도는 모두 피해자와 가족의 사연에 집중했던 것으로, 정확히는 그 참담함과 안타까움, 비극성을 중심으로 강조한 것이었다.
이기주 기자의 <딸 봐주셨던 부모님…함께 '감사 여행' 갔다가> 보도에서는 이기주 기자가 피해자인 김 모 씨의 직장인 상가 건물을 찾아가, 굳게 잠긴 문을 잡고 흔드는 모습을 연출한다. 본 연출과 함께 김 모 씨가 부모님과 함께 떠난 유럽 여행의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의 뉴스 구성은 사고의 비극성을 배가시키는 기능밖에 하지 않았다. 가족들의 생사가 모두 확인되지 않고 있는 본 시점에서 굳게 잠긴 일터의 문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임에도 굳이 쥐고 흔들며 열리지 않음을 연출하고, 또 이로 인한 참담함을 강조한다.
박윤수 기자의 <누나는 구조 남동생은 실종…안타까운 사연들> 보도에서는 누나와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실종된 남동생, 그리고 돈을 모아 여행을 떠난 자매들 등의 다양한 사연을 중심으로 다뤘다. 특히 전자의 경우, 동생과 여행을 떠난 누나였지만 살아남은 사람은 오직 누나 ‘한 명뿐’이라는 비극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보도가 구성되어 있었다. 앞서 설명한 보도와 같이 누나가 홀로 운영했던 디자인 업체를 찾아가서 누나가 남긴 쪽지를 클로즈업한다던가, 혹은 피해자의 부모가 거주하는 지역을 찾아가 이웃 주민에게까지 인터뷰를 녹취 및 인용하는 방식의 보도는 참사로 인한 주변인들의 슬픔을 강조하는 방식의 일환 중 하나로 볼 수 있었다.
피해자들과 그 주변인들의 사연에만 과도하게 집중하는 보도는 적절하지 않다. 특히나 이처럼 사고의 ‘비극성’을 강조하는 태도는 피해자들의 주변인은 물론, 시청자들에게도 공포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더 그러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립된 재난 보도 준칙에 의하면 피해자 인터뷰와 관련한 20조에선 인터뷰어에게 전하는 질문의 내용과 방법, 그리고 인터뷰 시간 등을 세심하게 배려해 피해자의 안정을 해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규정되어있다. 또한 선정적 보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15조에서도 또한 과도한 감정 표현과 재난 상황의 본질과 관련 없는 흥미 위주의 보도는 하지 않으며, 불필요한 불쾌감을 유발하는 취재도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허나 본 보도는 그러한 준칙과는 다소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였다.
30일, <뉴스데스크>의 세 가지 보도를 통해 우리나라의 재난 재해 보도가 띠고 있는 문제는 바로 사실성보다는 현장을 선정적이고, 또 극적으로 구성하는 연성화 방식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난 보도는 건조한 스트레이트 기사와 해설기사로 최대한 감정이 실리지 않은 객관화된 보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허나 우리나라 보도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는 바로 화제성을 좇는 인터뷰, 불필요한 묘사 등을 통해 관심을 자극하는 내용이 많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우리나라에서 더 두드러지는 문제로 한 연구결과로 추가적 설명이 가능하다. ( 이화행,정성호(2014). 세계 뉴스통신사의 재난 보도 경향 연구) 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재난 뉴스 기준) 절대적으로 높은 비중의 경성화를 보인 해외 뉴스 통신사들과 달리 한국의 경우, 연성화 비율이 타 뉴스 통신사들에 비해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이는 곧 재난 보도 연성화 문제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을 함축하는 결과로 해석이 가능하다.
‘소나기성 보도’라는 말이 있다. 바로 재난으로 야기된 사회적 위기의 구조적 요인보다 흥미 있는 소재와 이로 구성한 드라마틱한 상황 연출 기법의 보도행태를 일컫는 말이다. 재난 뉴스는 이러한 서사에서 탈피해야 한다. 내러티브가 실린 보도는 시청자들에게 객관적인 시선이 아닌, 이성보다 감정을 앞세우는 편향된 시각을 갖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뉴스는 보다 절제된 리얼리티와 정확성을 수반해야 한다. 또한 흥미에 기초한 보도에서 벗어나, 사후 대책 차원의 환경 감시 기능으로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언론 자체의 성찰이 필요한 지점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참사를 계기로 우리 언론인은 이런 의지를 담아 재난 보도준칙을 제정하고 이를 성실하게 실천할 것을 다짐한다.
세월호 참사 직후, 한국 기자협회 등 언론인 단체가 제정한 재난 보도준칙의 도입부 마지막 문장이다. 허나 준칙에 새겨진 활자를 현실로 바꾸기까지는 아직 어려운 것일까.
물론 이번 헝가리 유람선 침몰 참사를 객관적이고, 또 정확하게 전달한 보도 또한 많았다. 이전에 비해 성숙해지고 깊이 있는 보도 또한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완벽하게 자정되지 않은 보도는 여전히 존재했고, 이는 시청자들을 비롯해 해당 당사자들에게 폭력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언론이라면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물론 처음부터 보도를 그러한 흥미 목적으로 구성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기자들을 비롯한 언론인들이 설정하는 의제는, 단순한 설정의 수준을 넘어 커다란 영향력을 끼친다. 언론인들은 이러한 연성화된 보도가 가져올 피해까지 생각했어야 했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이 한순간에 근절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언론 중에서도 시각과 청각 모두를 충족시키는 방송 뉴스는 더더욱 변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변화는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새겨진 참사 보도의 아픔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는 것일 테며, 또 다음을 기약하는 신뢰에 있어선 필수 불가결한 절차일 것이기 때문이다.
5년 전, 오보를 야기한 언론의 원죄는 아직까지 남아있다. 그리고 참사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5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마냥 그때보다 나아졌다고 말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지점에서, 재난 및 참사를 조금은 더 무거운 마음으로 다루어야 한다. 마음이 여전히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