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 헬멧 속에서 우주를 꿈꿀 수 있다는 건
네이버 영화 ‘원더’ 포스터스티븐 크보스키 2017.
헬멧 속에서 우주를 꿈꿀 수 있다는 건 사람이 만든 기적.
남들과 조금 다른 동생 어기를 둔 비아. 가족의 중심은 동생을 통해 돌아갑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주를 꿈꾸는 어기가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항상 뒷전으로 밀려 있는 비아의 모습이 신경쓰였어요. 이 영화의 주인공은 어기였지만 저는 누나 비아의 속마음을 짐작해 가상 인터뷰를 적어봤습니다.
네이버 영화 ‘원더’ 스틸컷
네이버 영화 ‘원더’ 스틸컷어기는 늘 우주에서 눈을 떠요. 남색 벽지에는 별들이 무수히 떠 있고, 이불에는 우주복이 그려져 있어요. 미니 로켓은 언젠가 방을 벗어날 생각을 하느라 가끔 들썩이는 거 같아요. 방 참 예쁘죠? ⠀ 어기는 태어날때부터 얼굴이 망가져 있어 헬멧을 써야 했어요. 검은 유리로 가려진 헬멧 안에서 어기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요? 글쎄요.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제 생각엔 걔는 거의 대부분 웃고 있었을 거 같아요. 꿈을 꾸는 아이니까요. 어기의 꿈은 우주비행사가 되는 거예요. 사람들은 그를 헬멧 안에 가두는 악당이지만, 정작 갇힌 그는 그 안에서 지구보다도 큰 곳을 그려요. 엄마와 아빠는 그런 어기의 든든한 지원군이죠. ⠀ 우리 가족은 마치 태양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은하 같아요. 태양이 누구냐고요? 당연히 어기죠. 혹시 아이들에게 따돌림 받지 않을까,부모님은 늘 어기 걱정이에요. 물론 저도 조금 다른 동생이 늘 신경 쓰이죠. 어기는 실수로 아빠께 염색체를 하나 더 받아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대요. 저도 어쩌면...그랬을 수 있겠죠. 제 잘못은 아니지만 어기한테는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최대한 착한 누나가 되려고 했어요. 안 그래도 힘이 들 부모님께도 짐 되지 않는 딸이 되려하고요. ⠀ 제방은 안 보여주면 안 될까요? 아, 숨기는 것이 있는 게 아니라 딱히 재미가 없거든요. 어기의 방이랑은 음, 많이 다르죠. 맞은 편에 via 써진 방이 제 방이에요. 제 이름은 사실 올리비아인데 다들 비아라고 부르죠. 떼어 버릴까 생각 중이에요. 저는 제 이름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자, 보세요. 별거 없죠? 어른 방 같다니 흥미롭네요. 보통 아이들의 방은 어떤가요. 어기 같은 방일까요? 물론 어기는 보통 아이는 아니지만. 꿈이요? 직업을 물어보시는 거라면 아직 모르겠어요. 초등학교때 누군가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의사가 되겠다고 했지만 진짜 꿈은 아니에요. 그저 그렇게 이야기하면 엄마가 기특해 하실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던 거 거든요. 배우가 될 생각은 없어요. 끼가 없거든요. 누군가 제 이야기를 듣는다니 생각만 해도 간질거리네요. 연극 동아리는 어쩌다 저스틴이라는 아이를 만나 들어간 거예요. ⠀ 음, 더 할 이야기 없는데. 특별한 에피소드 같은 게 없네요. 저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어기라면 모를까. 죄송해요. 습관적으로 어기 이야기만 하게 되네요. 가족한테 서운한 거요? 당연히 있죠. 며칠 전에 저녁 식사 자리에서 어기가 울면서 일어났던 적이 있어요. 엄마, 아빠가 어기에게 자꾸만 학교는 어떻니, 친구들은 괜찮니 물어봤거든요. 걔가 “재밌었어” 라고 분명히 대답했는데도 말이에요. 사실 좋았다는 게 진짜 좋아서 그렇게 말한 건지는 의심이 가긴 하죠. 아무래도 상황이...그래도 부모님이 너무 구체적인 대답을 원하는 게 어기는 서러웠나 봐요.”왜 다른 애들이 하는 것처럼 나도 그냥 학교 재밌었어 라고 말하면 안돼?”하고 소리지르며 자기 방에 들어가더라고요. 엄마는 곧장 어기를 달래러 들어가고, 아빠는 한숨쉬고...만약 가족들이 그 날 제 하루에 대해서도 궁금해했다면 저는 ‘오늘 연극부에 들어갔어’라고 이야기했었을까요? ⠀ 오랜만에 이렇게 많이 이야기해 본 것 같아요. 지금도 얼떨떨해요. ‘어기’도 아니고 ‘비아’라는 영화를 만든다니. 제 인생이 영화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도 모르겠네요. 어기 얘기만 해서 제목만 비아 같기도 하고. 저는 어쩜 이름도 via일까요. 저를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는 결국 어기에 대한 것일까요? 가끔은 어기가 부러워요. 어 죄송해요. 이 말은 편집해주세요.
네이버 영화 ‘원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