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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댄 Jun 26. 2021

빅매직(Big Magic),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빅매직>을 읽고

#빅매직

엘리자베스 길버트 2017.

언젠가 내가 쓴 글들이 부끄럽다고 생각했었다. 부끄러운 일들을 만들고 싶지 않아 펜을 잡지 않았다. 키보드도 두드리지 않았다. 창작 욕구가 수면 위로 올라올 때도 모른 체 했다. 슬픔에 몰두했던 시기를 지나고 나서는 무언가를 적는다는 게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쓰지 못할 바에야 숙련자가 되자는 마음으로 남의 창작물 삼켰다. 꿀떡꿀떡 하루를 넘겼다. 착각이었다. 붙잡아 적지 않은 순간들은 살처럼 붙어 있지 않고 빠져나갔다. 삼켰다는 사실조차 꿈처럼 희미해졌다.


앨리자베스 길버트는 완벽한 글을 쓰라고 하지 않는다. 그저 끝내라고 이야기한다. 본인의 작품들이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고백하기 위해 굳이 약점을 하나씩 언급한다. 또 글을 쓰기 위해 슬픔에서 허우적거리지 말자고 한다. 본인 안에 숨 쉬는 악마들이 주도권을 차지할 때 창조의 천사들은 멀찍이 물러난다면서 말이다. 알코올 중독자나 마약 중독자가 글을 잘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잘 쓰는 사람 중에 몇 명이 어떤 중독자였을 뿐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우직한 창작 활동을 지향한다. 본인의 작품에게 돈을 벌어오라고 채근하는 대신 본인이 본인의 글을 먹여 살리겠다고 맹세한다.


내게  필요한 자세였다. 사랑할  언제나 조건이 필요했던 나는 글쓰기마저 따져가며 사랑했다. 여느 완벽주의자들처럼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 대해 견디지 못하고 수렁에 빠졌다. 꿈꿔왔던 삶의 방식은 아니었다. 찰나를 성찰하고 음미할  있는 나의 가장 친숙한 방법은 글쓰기였다. 어쩌면 나는 글을 포기하면서 수련을 함께 포기했는지도 모른다. 살피고 쓰다듬지 않는 인생은  그것대로 부끄럽다.


어차피 부끄럽다면 끊임없이 쓰지 않을 이유가 없겠다는 판단이 섰다. <빅매직>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살금살금 쓰고 싶은 욕구가 솟았다. 누르지 않고 노트북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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