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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댄 Jan 22. 2024

[예지독서] 온리원이 되는 법, 프로세스 이코노미

우리는 친한 사람들에게 지갑을 연다

저녁을 먹고 오바라 가즈히로의 저서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3분의 1 가량 읽어야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결국 다 읽어 버렸다. 다시 마케팅 팀에 합류하게 됐는데 입사 전인 지금도 하루 중 일부의 시간에는 회사 서비스를 어떻게 홍보할까 고민한다. 애사심이 생길 시기는 물론 아니고 부담감 때문에 그렇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빠져나왔다 다시 들어가는 상황이다. 단체 줄넘기에 뛰어들기 위해 엉거주춤하고 있는 자세랄까. 책 잡히지 않기 위해 책잡은 지금이지만 읽는 책들이 흥미로워 마음 무겁지 않게 사회 온보딩 중이다.

프로세스 이코노미는 크리에이터들의 제작 현장을 라이브로 방송하는 '포제로 스튜디오'의 운영자 켄스 대표가 처음 고안해 낸 개념이다. '아웃풋 이코노미'는 완성품인 아웃풋으로 돈을 버는 구조를 뜻하는데 이와는 상반되게 프로세스 이코노미는 과정에서도 돈을 벌 수 있게 설계됐다. 이를테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돌 그룹을 만드는 것도 이런 프로세스 이코노미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나이키나 파타고니아와 같은 브랜드들이 아웃풋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대신 기업 철학을 보여주는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도 프로세스 이코노미의 일종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아웃풋 이코노미를 넘어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이해해야 할까.

저자는 우리가 고만고만하게 좋은 것들에 둘러싸인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제는 본연의 서사와 의미로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브랜드만이 사람들의 지갑을 열 수 있다는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팬덤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지루하게 늘어놓는 대신 책 군데군데 심리학이나 경영학 등의 요소를 배치해 읽는 재미가 있다.




비하인드는 매력적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은 행복해지려면 '성취, 쾌락, 긍정적인 인간관계, 의미, 몰입'이라는 다섯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이론을 대입하면 '욕망하는 세대(이 책 표현에 의하면 40대 이상 세대)'는 앞의 두 가지인 '성취와 쾌락'을 중요시하며 살아왔다. 열심히 일해서 돈과 명예를 얻음으로써 성취감을 얻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갖고 싶은 물건을 사면서 쾌락을 느끼는 것이다. '욕망하는 세대'에게는 성공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상류사회 편입이 곧 행복이었다. 하지만 '욕망하지 않는 세대(30대 이하 세대)'는 부족한 것 없는 세상에서 자랐기 때문에 성취와 쾌락을 얻는 데 집착하지 않는다. 이들은 행복의 다섯 가지 조건 중 '긍정적인 인간관계, 의미, 몰입'에 더 높은 가치를 둔다. 물질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는 '욕망하지 않는 세대'는 어떻게 보면 이전 세대보다 훨씬 사치스러워졌다고 볼 수 있다. p.29

기술이 발전하면 아웃풋은 점점 무료에 가까워지고, 사용자는 아웃풋이 아닌 프로세스 자체에 돈을 지불하게 된다. 이와 같은 변화를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개념이 '6D'이다. 6D는 2020년 1월에 출간된 <컨버전스 2030>의 공동 저자인 피터 디아만디스Peter Diamandis가 제시한 개념이다. 미 항공우주국이 후원하는 실리콘밸리 소재 창업교육기관인 싱귤래리티 대학교의 학장이기도 한 그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순간인 특이점이 도래한다고 말했다. 그 격변의 시대를 거치면서 모든 것은 6D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6D란 무엇인지 그 개념을 하나씩 살펴보자.


1) Digitalization 디지털화

2) Deception 잠복기

3) Disruption 파괴적 혁신

4) Demonetization 무료화

5) Dematerialization 비물질화

6) Democratization 민주화 (자세한 설명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세요!) p.58


'Self Us Now'라는 이론에 입각한 스토리인 인생의 '프로세스'를 듣다 보면 우리는 타자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를 동일시하게 된다. "나는 이런 인생을 살았다. 당신도 지금 이런 길을 걷고 있다. 나와 당신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을 토대로 연대하여 다 같이 변화를 일으키다." 즉, 자신의 이야기인 프로세스를 공유함으로써 듣는 이의 공감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을 향한 열광을 집단 전체를 향한 열광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리더 한 명의 힘으로는 사회를 변혁할 수 없다. 사회는 한 사람이 100보 전진하는 것보다 프로세스를 공유한 동료 100명이 한 보씩 전진해야 확실히 달라진다. 사건과 사고로 혼란스러웠던 미국을 변화시키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선택한 연설 방식은 대중이 프로세스에 공감하는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파고들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일본 벤처 신화의 주인공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호리에 다카후미는 <제로>를 집필할 때 오바마의 연설 방식을 참고했다고 한다. 그는 '나, 우리, 그리고 지금'의 순서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을 자신의 책을 따와 'Me We Now' 이론이라고 이름 붙였다.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서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고(Me), 공통점을 찾아내서 연대감을 형성한 다음(We),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설명하는(Now) 구조로 자신의 스토리를 책에 담아냈다. p.74

오바마는 연설할 때부터 처음부터 무거운 주제를 청중에게 던지기보다는 자신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소소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저는 흑인으로서 비주류의 아픔을 겪으며 자라왔습니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나라가 제게 자유를 준 덕분에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비주류의 아픔을 아는 제가 변화를 이끌어가겠습니다. 이것은 앞으로 여러분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입니다" p.72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유명한 사토 나오유키의 책 <HOW TO 팬 베이스 팬을 얻는 실천법>에 나오는 개념도 살펴보자. 그에 따르면 팬의 지지를 단단하게 만들려면 세 가지 감정적인 부분에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1) 공감을 열광으로 2) 애착을 유일무이로 3) 신뢰를 응원으로. 프로세스를 공유하면 처음에 느꼈던 '공감'이라는 감정이 더욱 강해져 '열광'이라는 단계로 나아간다. 브랜드를 향한 '애착'은 이 브랜드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이어져 세상에 하나뿐인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 또 팬들의 수동적인 '신뢰'는 능동적인 '응원'으로 발전한다. 결국 커뮤니티를 지배하는 자가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p.80

작가 매니지먼트 회사 코르크Cork의 대표 사도시마 요헤이는 사람을 끌어모으려면 우선 커뮤니티의 구성원이 "나도 여기 있어도 된다"라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때 가장 간단한 방법은 구성원에게 역할을 주는 것이다. p.144

"우리는 가끔 신발을 파는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서비스 기업입니다. 우리는 여러분에게 놀라움Wow!을 배달합니다" 이것이 바로 자포스가 내세우는 기업 이념이다. 호스피탈리티란 여행자나 손님을 친절하게 접대하는 서비스 행위이다. 자포스는 이와 같은 기업 이념을 어떠한 방식으로 실현해 냈을까. 고객이 "이런 신발을 찾고 있습니다"라는 문의를 했다고 가정해 보자. 보통은 해당 신발을 자사의 상품 중에서 찾아주거나 없다면 품절 안내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자포스에서는 자사에 해당 신발이 없다면 고객이 살고 있는 근처 ABC마트에 전화를 걸어서라도 신발을 찾아준다. "고객님! 찾으시는 신발이 댁에서 6킬로미터 떨어진 ABC마트에 있다고 합니다. 일단 재고를 확보해 두었는데요. 어떻게 할까요?" 하는 식이다. 그러면 깜짝 놀란 고객의 마음에 말 그대로 "와우Wow!"가 새겨진다. 게다가 이런 서비스를 받으면 주변 사람들에게도 소문내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렇게 자포스의 서비스에 한번 반한 고객은 가격과 상관없이 계속해서 신발을 구매하며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남게 된다. 게다가 입소문으로 다른 고객까지 끌어다 주기도 한다 p.170

지금까지 우리는 하나의 정답을 갖고 퍼즐 조각을 맞추며 살아왔다. 정답이 하나뿐이므로 다른 사람보다 빨리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무엇이 완성될지 모른 채 레고 블록을 쌓아 올리는 방식이 더 어울리는 시대가 왔다. p.225

우리는 친한 사람들에게 지갑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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