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바로 들어가기엔 뭔가 아쉬운 일요일 오후. 나는 남편과 함께 가끔 들르는 단골 카페로 향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가방에서 꺼낸 건 요즘 한창 뜨고 있는 뜨개질. 코를 하나씩 떠나가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한 시간,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집중할 땐 주변이 다 사라지는 내 버릇을 남편도 잘 안다. 뭔가 집중할 때 건드리면 그 후폭풍이 무섭다며 절대 말을 걸지 않는 사람.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지루한 시간을 아무 말 없이 기다려주고 있었다.
문득 고개를 들었다가 남편을 보고
빵 터지고 말았다.
내가 뜨개질하다가 탁자에 떨어뜨린 실 조각.
그 실조각을 아주 정성스럽게, 각도까지 바꿔가며 찍고 있는 거다.
ㅋㅋㅋ 잘 찍었네ㅋㅋㅋ
얼마나 심심했으면 그걸 찍고 있는 건지.
사실 이 사람은 집에서도 이렇다.
뭉찬을 보다가도 내가 "실이 엉켰어요, 잡아줘요"하면 아무 말 없이 한 손으로 실을 잡아준다.
내가 TV 앞을 왔다 갔다 하며 무언가 하며 화면을 가려도 불만 한마디 없다.
더 웃긴 건, TV 볼륨보다 내가 쫑알대는 소리가 더 큰데도 "TV 볼 때 당신 목소리가 없으면 양념이 빠진 것 같아서 이상해"라고 한다는 거다.
눈이 살짝 풀려 있는 모습이 피곤해 보이길래 "이제 집 갈까요?" 했더니, 순간 토끼눈이 되어서는 땡그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지금 가?" 한다.
집에 간다는 말에 반색하는 그 표정이라니.
아, 너무 끌고 다녔구나.
사실 이 카페로 오기 전 최근 핫하다는 카페 두 곳을 이미 다녀왔다.
한 곳에 갔더니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나왔고,
한 곳은 의자가 너무 폭신해서 오래 앉아있기에 허리에 무리가 생길 거 같아서 결국에는 늘 단골로
가던 이곳으로 온 거였다.
남편에게 미안해졌다.
카페를 두 곳이나 갈 때도 짜증 한번 안 내고,
이곳 카페에서도 말 한마디 없이 옆에서 기다려주던 시간들.
가끔 내 사진을 도촬하고 실 조각을 카메라에 담으며 지루함을 달래던 그 시간들.
평소 집에서도 축구 중계 화면을 가려도, TV 소리를 내 쫑알거림으로 덮어도, 묵묵히 실을 잡아주던 그 손. 내 집중을 깨트리지 않으려 꾹 참고 있던 당신의 배려가, 이제야 보였다.
"네, 지금 집에 가요. 고마워요, 기다려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