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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이 May 17. 2023

딸이 집에 왔다.

어, 왔니?

대학생인 딸. 현재 기숙사에서 거주 중.
남자 친구 없음. 집에서 뭉그적거리는 거 꽤 좋아함.
덕분에 딸은 주말마다 집에 온다.
아니 주말도 아니다, 목요일 밤이면 온다. (금요일 수업은 없음.)

목요일에 수업이 끝나면 버스 시간이 안 맞아 갈아타고 와야 한다. 그럼 집에도 늦게 도착한다. 그래도 굳이 목요일에 오겠단다. 힘든데 금요일 오전에 오라고 했더니 집에 오고 싶단다. 그래, 오고 싶음 와야지. 집이니까.

집에 온 딸은 짐을 던져놓고 내 침대에 눕는다.
딸은 내 침대를 '마약침대'라고 한다. 마약이란 말은 붙이지 말자고 했더니 그만큼 편하고 좋단다. 일어나기 싫을 정도라나..
물론 딸방도 있다. 그런데 그때 진행하고 있던 집수리가 꽤 길어지면서 딸은 방학 한 달이 넘는 기간을 내 침대에서 같이 잤다. 남편은 자연스럽게 거실에서 자고.
딸이 내 방에 옴과 동시에 딸방에 있는 옷가지나 자잘한 물건도 내 방으로 따라왔다. 수납되어 있을 땐 몰랐는데 펼치니 많~다. 옷은 왜 이렇게 많은 거야...



 내 방에는 나만의 질서가 있다. 정리를 엄청 잘하거나 깔끔한 성격은 아니다. 하지만 나름의 질서가 존재한다. 나는 책상에 뭘 많이 올려놓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책이 올려져있긴 하지만 늘어놓기 시작하다 보면 끝이 없다.  하필이면 지금이 끝이 없는 상황이다. 딸과 나의 아이패드 2개, 노트북 2개, 키보드, 책 등등. 다른데 수납하라고? 앞서 말했는데 온갖 짐들이 다 들어와 있는 상태라 쉽지 않다.

그리고 침대. 침대 내 베개 옆에는 항상 책이 두어 권 있다. 읽다 자거나 아침에 급 책 보고 싶을 때를 위해 비치해 뒀는데, (근데 안 본다...) 딸이 누우면 그 책도 침대에 둘 수 없다. 헤드가 없이 매트리스만 있는 침대라 결국 책은 책상으로 이동한다.

어지러움 속에서 질서가 있는데 짐이 들어선 방에 한 사람이 늘어나니 정신없고 산만하다.
딸에게 "너 이번 주말에 집에 올 거야?" 하면
"응. 왜?"
"아니, 언제 올 건가 해서."
"이따 수업 끝나고 버스 타고 갈게."
"그래 조심해서 와."
통화는 끝나지만 정신없겠구먼 싶다.

하루는 침대에 누워있는 딸에게
"좀 일어나라~" 했다. 이불도 구겨져있고 책은 한 구석에 처박혀있었다. (책 구겨지는데 정말 싫어하는 편.)
딸은 싱긋이 웃으며 특유의 능글거리는 목소리로
" 내가 엄마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게 싫지? "한다.
맞는 말이라서 웃음만 나왔다.
그래서 "너 학교 언제 갈 거야? "
하니 월요일 오전 휴강이라 월요일 아침에 간다나... 아직도 목요일 밤인데...

쓰고 보니 내가 좀 그런 엄마인가 싶다. 하지만 이런 글을 쓰는 것도, 저런 대화를 나누는 것도 딸과 상호작용이 잘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혹시나 남자 친구가 생기면 주말 동안 노느라 집은 뒷전이 될 수도 있다. 사회에 나가면 일하느라 집에 올 수 없고, 결혼을 하면 더 할 것이다. 그래서 볼 수 있을 때  많이 데리고 있어야 하는데 가끔은 요런 불만도 생긴다. 그래도 딸,  집에 자주 와야 해...

나의 귀..염..둥..이..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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