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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강가 Dec 26. 2023

24. 몽몽마방

#1 겨울, 스며드는 감정의 온기


군위에서 다시 대구로 돌아가는 길에 뜬금없이 너무 예쁜 건물이 나타났다. 카페인가? 순전히 호기심에 들어가게 된 곳. 도저히 카페가 있을 것 같지 않은 국도에서 마주한 쨍한 노란색 입간판과 차양막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런 곳에 위치한 카페의 음료가 맛이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궁금한 마음에 발길을 멈출 수 없다.





몽몽마방. '어리석은 꿈을 꾸는 방앗간'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카페는 작은 미술관 같기도 하고, 건축 디자이너의 공간 같기도 하다. 미술 관련 서적이 쪽 벽면을 채우고 있어 그런 추측이 가능하다. 통창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에 광합성 중인 식물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이곳의 시그니처 음료인 모과차는 직접 키운 오래된 모과나무의 모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 공간에 대한 애정이 음료에도 배어 있다. 이런 곳에 있는 카페의 음료가 맛이 있을 리 없다던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만 것이다. 이로부터 2년 후에 나는 직장이 옮겨져 자연스럽게 국도를 이용하게 되면서 사유원이라는 곳을 방문하고, 이 카페가 그곳의 일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무계획의 여행은 이런 점이 좋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것. 그러다 보면 이렇게 보물 같은 장소를 발견하게 된다. 그 어떤 정보도 없이 찾아온 곳이 내 마음에 쏙 드는 곳이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곳은 어느새 이름이 알려져 사람이 몰려들거나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또는 알고 보면 나만 모르는 유명한 장소였는데, 운이 좋게 사람 없는 시간에 온 경우도 있어 두 번 방문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이 아쉽지만 세상 모든 것은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저 기분 좋고 즐겁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카페의 이름처럼 나는 여전히 어리석은 꿈을 꾸는 인간이며, 그런 장소들을 찾아다니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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