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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강가 Dec 26. 2023

23. 언젠가 살고 싶은

#1 겨울, 스며드는 감정의 온기


군위는 한밤마을과 화본역 이후로 두 번째 방문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와는 두 번째 방문이다. 이번에는 의도하지 않은, 전혀 계획에 없던 여행인 것이다. 만휴정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아쉬워서 잠시 들른 곳이다. 내가 우리의 5년을 엮어내게 된 계기도 드라마 속에서 우리가 함께했던 군위를 만난 후이니, 꽤 의미가 있는 곳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음식을 먹지 않아도 같이 먹는 느낌이고, 어릴 적 시골집으로 다시 돌아온 느낌의 잔잔하고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영화다. 영화 속에 나오는 '혜원의 집'은 여전히 관리가 잘 된 채 남아있어 찾아오는 사람들을 반긴다. 영화를 본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전혀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영화를 쏙 빼닮아 정감 어린 집은 사람이 살지 않음에도 그 온기가 느껴진다.





이런 시골집 하나를 갖고 싶다. 정원이 있는 커다란 전원주택보다는 텃밭을 가꿀 작은 앞마당이 딸린, 세월의 흐름을 간직한 그런 시골집. 우리가 언젠가 살고 싶은 집이다. 돌아보면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여러 형태의 집에서 살아왔다. 지금은 개성 없는 아파트에서 살고 있고, 앞으로도 내부만 새로 고쳐 우리의 색을 가득 채워 넣어 살게 될 것이다. 고지식하게 보이겠지만, 내게 집은 여전히 부를 축적하는 '상품'의 의미보다는 '사는 곳(생활공간)'으로의 의미와 가치가 크다. 집만큼은 나만의 작은 숲처럼 그렇게 남겨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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