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봄, 피어나는 우리의 마음
한동안 배를 타고 들어가는 섬 여행에 빠진 적이 있었다. 혼자일 때도 있었고, 게스트 하우스에서 우연히 만난 여행자와 함께 간 적도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내게 동백을 좋아한다면 지심도는 꼭 가봐야 한다고 말했었다. 장사도를 갔으나 개화시기가 맞지 않아 실망했던 때로 기억한다. 한겨울 눈 속의 동백을 보고 싶지만, 남쪽의 날씨는 따뜻해 시기를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신 만물이 깨어나는 봄에 작별을 고하는 동백을 찾아 나서곤 한다.
장승포에서 막배를 타고 도착한 지심도는 여행객들이 떠난 섬들이 으레 그렇듯, 어딘가 허전한 것 같으면서도 한차례 소동이 지나간 후에 찾아온 평온함 같은 것들이 정적 속에 감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섬이라고 하면 어쩐지 폐쇄적이고 고립되어 위험한 장소처럼 여겨지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도시도 마찬가지로 위험할 때가 있고, 어떤 때는 하나의 섬처럼 느껴질 때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일부러 관광객을 피해 들어온 우리는 고립된 이 시간 동안 섬 여기저기를 자유롭게 유영하다가 아침에 떠날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섬의 모양이 '마음 심(心)'자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의 지심도. 그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슬픈 역사와 기구한 사연의 흔적들이 자리하고 있다. 절정에 이르러 꽃송이 그대로 툭 떨어지는 붉은 꽃들이 마치 영원히 낮지 않을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핏방울 같다. 그런 아픔에도 지심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정한 위로와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한다. 그저 닮은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마음을 아는 섬 같다.
지심도의 심장인 동백은 개별적으로 피고 지며 독립된 존재로 고상한 자태를 보이지만, 흩어진 조각들이 다시 모이면 붉은 융단을 펼쳐 놓은 것처럼 화려한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결코 고립이나 단절 같은 단어는 이 섬과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관계도 중요하나 혼자만의 시간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하다. 관계에 있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며, 서로의 마음을 잘 알고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마음을 닮은 섬에서 서로의 마음을 알아간다.
우리는 이제 마음을 아는 섬에서 서로의 마음을 닮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