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봄, 피어나는 우리의 마음
칙칙하고 짙은 황록색의 이끼가 투박하게 쌓아 올린 돌담을 덮고 있다. 돌담은 이끼에게 무심히 자신의 곁을 내어주며 묵묵히 제 삶을 살아왔다. 이끼는 돌담에 몸을 의지한 채 오랜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긴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좁은 길을 따라 걸으며 한 손으로 거친 돌담을 쓰다듬는다. 무성한 세월의 질감이 느껴진다. 그 외로웠을 길고 긴 시간 서로에게 기대며 삶의 무게를 감내했으리라.
마주 잡은 손으로 전해지는 온기가 다른 시간을 살아온 서로를 위로하는 것 같다. 돌담에 기대어 서로를 바라본다. 애정 어린 다정한 시선에 내 눈이 머문다. 이제 막 피어나는 마음들이 어지럽다. 그는 내게 불같은 사랑보다는 가랑비에 옷 젖듯이 스며드는 사랑을 하고 싶다 했다. 나는 이제야 그 말의 뜻을 알 것만 같다.
돌담과 이끼 같은 사이가 되고 싶다. 서로서로 곁을 내어주고, 심신을 의지하며 각자의 시간을 함께 걸어가는 그런 사이. 머뭇거리는 내게 다가오는 발걸음은 늘 조심스럽다. 일단 계속해서 곁을 내어주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