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봄, 피어나는 우리의 마음
퇴근길에 그를 만나 <라일락뜨락1956>으로 향했다. 우리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라일락이 만개하는 카페를 찾아간다. 언젠가부터 시작된 것이 연례행사처럼 되어 버렸다. 매년 되풀이되는 그 외출은 특별히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여행하는 기분을 선사한다. 익숙한 공간이 주는 새로움은 신선하면서도 반갑다.
비가 내린 직후의 오전 시간 카페에는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습기를 머금어 한껏 더 농축된 라일락의 향기가 눅눅한 공기에 실려오는 조용한 공간. 라일락을 앞에 두고 그와 나란히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커피를 마시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하다. 이야기가 끝나면 나는 책을, 그는 카메라를 꺼내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사락사락 책장 넘기는 소리와 찰칵찰칵 사진 찍는 소리가 화음을 이룬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라일락을 향해 손을 뻗어 어루만지며 올해도 내게 소중한 시간을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본다. 카페를 나와 골목을 걷는다. 이곳에도 라일락이 풍성하게 피어있다. 은은한 꽃향기가 오래도록 내 발목을 그 골목에 잡아 놓는다. 아쉬운 마음에 몇 번을 돌아보다 겨우 발걸음을 내디뎌본다. 내 손과 코끝에 희미하게 남은 잔향이 벌써부터 그리움이 되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