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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Mar 02. 2023

같이 여행하고 싶은 친구.

우리 유럽여행 같이 갈래?



“야! 우리 유럽여행 안 갈래?”


당황할 수밖에 없는 친구의 말에 동공이 제멋대로 날뛰었다. 원래 친구 4명이서 유럽여행을 가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었는데 코로나가 터진 뒤 무산됐기 때문이다. 그 뒤에 코로나로 인해 아시아인을  더 혐오하게 되어 인종차별적인 범죄가 일어나는 사건을 뉴스에서 접한 뒤 친구들 모두 서양권에 대한 여행욕구가 사라졌었다. 그래서 앞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가게 된다면 국내만 가겠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나에게 유럽여행을 가자고 하다니..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잠시 당황했지만 코로나가 사그라들고 있던 참이라 내 마음 한편에 설렘이 피어올랐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제안했지만 다들 바쁘고 사정이 있어서 친구와 나, 이렇게 둘이 가게 되었다. 영어도 잘 못하고 긴장도 많이 하는 쫄보들이라 자유여행은 절대 안 된다. 그리고 계획을 짤 여유 또한 없기에 하나투어 패키지를 4개월 전에 예약해 놨다. 너무 빨리 예약해서 상담사분이 당황했다. 많은 인원이 모인 덕에 출발확정이 났고 200만 원이라는 생각보다 적은 비용을 들여 (물론 여행일 수가 적었다.) 가성비 좋은 여행을 가게 되었다.


엄청난 우연인지 여행 가기로 한 2월 전 달, 1월 말에 퇴사통보를 받고 (솔직히 기분이 유쾌하지 않지만) 시원 찝찝한 마음으로 여행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이런 찝찝한 마음으로 여행을 해야 하나.. 내가 여행을 즐길 수 있을까 싶었는데 안 그래도 그만둬야 하는 직장이었다며 너의 인생이 변하려고 꿈틀거리는 것 같다는 친구의 말에 왜인지 모르게 큰 안도감을 느끼며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준비를 할 수 있었다.


“우리 싸우지 않겠지?”


갑자기 던진 친구의 질문에 충격받았다.  나는 전혀 걱정을 안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와 14년 지기 친구이기도 하고 그전에 국내여행을 자잘하게 많이 다니고 많은 일들도 같이 한 우리인데.. 그런 걱정을 하다니.. 하긴 주변사람들을 보면 여행 가서 많이 싸우고 심하면 돌아와서 절교까지 한다던데..


“우리 그럴 일 없어. 우리가 싸울 것 같아?”

“아니, 전혀! 너무 기대 돼.”


그저 가벼운 걱정이었나 보다. 그래, 크게 싸울 것 같았으면 나에게 여행제안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갑자기 여행제안을 해 준 친구에게 너무 고마웠다. 나의 어떤 점을 보고 이 머나먼 곳을 함께 여행하자고 했을까..? 짜식. 나 또한 내 친구를 신뢰하기에 두려움이 없다.


내 친구와 내가 완벽하다는 게 아니다. 결점이 있다. 나는 너무 괜찮고 미안해해서 내 친구가 그만 좀 미안해하라고 진절머리를 쳤다. 어느 정도냐면 같이 피자를 먹고 있었는데 한 조각만 남았던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너무 배가 고파서 “저기.. 진짜 미안한데.. 내가 남은 한 조각 먹어도 될까?”라고 물어보았고 내 친구는 버럭 “먹어! 먹으라고..! 제발.. 나한테 물어보지 마. 사람들이 오해하잖아..”라며 웃었다. 그리고 속마음을 잘 얘기 안 하고 참는 편이라 내 친구는 항상 “괜찮냐? 진짜 괜찮아? 솔직하게 말해.”라고 한 번씩 더 확인한다. 내 친구가 나의 성격 때문에 말을 안 할 뿐이지.. 많이 피곤할 것이다.


내 친구는 에너지가 넘치고 즉흥적이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식지 않는다. 계속 방출된다. 물론 나이가 들어가면서 많이 차분해지긴 했지만 그녀의 에너지는 아직도 뜨겁다. 그러다 보니 살짝 기빨릴 때도 있다. 물론 너무 재밌지만 나는 내향형이기 때문에 한계점이 있다. 그녀의 흥을 어느 정도 맞춰줘야 한다.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어떻게 맞추면 될지 잘 알고 있다. 내 친구와 나 둘 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내 친구의 결점들도 좋아한다. 내 친구도 내 결점들을 좋아한다. 남들에게 피자 한 조각 사건을 자랑하듯 얘기하고 다녀서 (사실 왜 자랑하 듯 이야기하고 다는지 모르겠음..) 얼마나 나의 결점을 즐거워하는지 잘 알고 있다. 이런 찐따 같은 면이 있는 친구와 여행을 함께 해 주어서 고마움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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