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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Mar 05. 2023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향해 출발

패키지여행이 어때서요?



일본, 중국, 대만 단거리(?) 여행만 해본 나는 10~12시간 걸리는 여행은 처음이다. 이젠 주변에서 유럽여행은 소매치기가 심하다는 이야기들에 ‘아 그렇구나~’로 흘려들을 수 없다. 이제 나의 걱정거리가 되었다. 집에 있는 슬링백, 크로스백들을 뒤져 최대한 몸에 밀착시킬 수 있는 가방을 골라 외투 안에 입어보고 시뮬레이션도 해봤다. 걱정인형이라서 하나투어 담당자님에게 연락해 이것저것 여쭤보고 친구에게 주의사항도 공유하고 아주 난리부르스를 떨었다.(좀 촌스러운 편이다.)

“야, 그 정도는 아닐 거야~”


친구의 안일한 한마디에 나는 왜 안도하는 걸까. 그렇지? 에이 서있는데 주머니에 손 들어와서 막 가져가고 그런 글들. 과장한 거겠지? 하하하. 다행히도 우리는 패키지로 여행 가기 때문에 소매치기 확률이 확연히 낮고 동유럽은 서유럽보다 소매치기가 없는 편이라는 정보를 습득한 뒤 진정할 수 있었다. 여행준비는 원래 설레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근데 왜 난 걱정에 둘러 싸여 있는 거지? 느낌이 싸해서 MBTI검사도 다시 했다. 원래 P였는데 J로 바뀌었네. 허허. 여행 가기 전에 원래 사람이 이렇게 산만해질 수가 있는가.. 설레기보다는 정신없고 걱정으로 가득한 준비의 날들이었다.


드디어 비행기를 타는 날. 5시간이나 미리 도착해서 도시락 와이파이도 수령하고 환전도하고 커피도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너무 오랜만에 하는 여행이라 짐 붙이는 시스템이 셀프로 바뀐 걸 보고 신기함을 느끼는 동시에 경악했다. 이제 셀프의 시대가 오는구나.. 원래도 체감을 하고 있었지만 뭔가 더 현실감 있게 와닿았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이 내 눈앞에 펼쳐지는구나.. 허허. 환전은 많이 하지 않았다. 5박 7일 여행이고 패키지라서 딱 40만 원 환전했다. 이것도 다 못 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가이드님 따라다니기만 해도 시간이 없기에..


이제 모든 것이 셀프다. 무거운 짐 올리는 것도 셀프. 역시 인생은 셀프지.



비행기는 살짝 연착이 돼서 예정된 12시 25분보다 30분 후인 12시 55분에 탑승할 수 있었다. 사실 10~12시간 비행이라고 해서 책도 챙기고 아이패드 안에 재밌는 영상을 한가득 다운로드해왔다. 그런데 이게 웬걸. 비행기 AVOD안에 재밌는 영화, 드라마들이 한가득이었고 음악도 장르별로 저장되어 있었다. 이런.. 괜히 짐만 늘렸네. 여행을 안 다니니까 모르는 것 투성이구나. 여행장소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경험치를 쌓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영화를 재밌게 관람하며 잠에 들었고 일어나서 기내식 먹고 또 자고 일어나서 간식 먹고 또 자고를 반복했다. 영화는 무슨.. 자느라 스토리가 기억나지 않는다. 12시간을 내리 잤다. 사육당하는 게 이런 건가. 나쁘지 않은 걸..? 같이 간 친구가 내가 죽은 건 아닐까 틈틈이 손가락으로 나의 콧바람 확인했다고 한다. 하하. 5시 45분에 부다페스트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고 가이드님과 이번 여행을 함께 할 분들도 만났다. 무려 우리 포함 30명이었다.


대한민국-부다페스트 직항이 최근에 생겨서 동유럽여행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직항으로 가서 얼마나 다행이던지..


패키지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젊은 사람들이 왜 자유여행을 안 가냐는 거였다. 일단 여러 나라를 단시간에, 가성비 있게 여행하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영어도 못하고 버스를 타고 내리는 곳까지 긴장해서 체력도 시간도 낭비하고..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결론에 우리는 패키지를 선택했다. 이런 여행취향이 맞는 내 친구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 우리의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은 공항에서 버스를 타는 순간부터 확신했다. 쾌적하고 넓은 버스, 그리고 친절한 폴란드 기사님. 운전을 너무 부드럽고 젠틀하게 잘해주셔서 만족했다.


아주 쾌적하고 편했던 버스. 난 버스안에서 또 잠만 잤다..



기내식을 먹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배가 부른 상태였지만 오늘 일정에 식사가 포함되어 있어서 중화요리식당에 갔다. 패키지여행의 단점이라 하면 이런 부분이지 않을까..? 하지만 헝가리 부다페스트 중식당은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식사하는 게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들어가자마자 우리를 맞이하는 점원의 표정은 짜증 섞인 무표정이다. 이 날부터 느끼기 시작했지만 ‘앞으로 여행하면서 만나게 될 가게 점원분들이 대체적으로 친절하지 않을 것 같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식당 내부 벽과 창문은 유럽틱한 인테리어지만 테이블디자인과 음식은 중국 식라서 뭔가 언발란스한 분위기를 풍겼다. 음식들은 우리에게 친근한 마파두부, 탕수육, 밥 등등 사실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는다.(임팩트가 없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 건가..) 맛은 한국이 더 맛있었고 먹을만했던 건 탕수육과 후식 오렌지였다. 패키지여행이라서 맛있는 곳을 못 간 것일 수도 있지만 뭔가 먹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이 첫날부터 하락했다. 괜찮다. 나는 먹으러 여행 온 것이 아니니. 나만 식사가 별로인가..? 주변 분위기를 살펴보니 모두들 식사가 그저 그랬던 것 같다. 내 입맛이 예민한 게 아니구나. 다행이다.


오른쪽에 보이는 간판이 우리가 간 중식당이다.

 


식사를 하고 나오니 좀 덜 추운 것 같았다. 이제 제일 궁금하고 기대했던 부다페스트 야간투어! 화려한 조명에 비친 국회의사당을 보러 갈 차례다. 버스에 몸을 싣고 핸드폰 카메라를 켠 채 창문만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뒤 국회의사당의 모습이 나타났다. 칠흑 같은 밤 속에 빛나는 형체가 믿기지 않았다. 사진으로만 봤던 그곳이 내 눈앞에 있었다. 멀리서 봐도 아름답고 가슴이 벅차오르게 멋진데 이걸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고? 너무 좋다. 행복하다. 어서 빨리 내리길 기다리며 버스창문으로 보이는 국회의사당 영상과 사진을 남겼다.


버스 안에서 봐도 황홀한 헝가리 국회의사당.



“와 … 이거 CG 아니야? “


버스에서 내려 더 가까이서 본 헝가리 국회의사당은 너무 아름다웠다. 절제되어 있는 건축형태를 비추고 있는 따듯한 조명들.  대칭을 이루고 있어 세련된 웅장함을 뿜어냈다. 추운 것도 잊고 친구와 감탄을 아끼지 않으며 사진을 찍었다. 사실 도착하자마자 여행할 때 마스크 착용 안 해도 된다는 가이드님의 말씀을 들었지만 12시간 동안 기내에서 잔 기름둥둥인 나의 몰골이 부끄러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사진을 남기기 위해 마스크를 벗어야 했는데 와..! 생각보다 너무 부끄러웠다. 친구도 예상치 못한 마스크와의 작별이 익숙하지 않은 듯 머쓱하게 웃었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순간은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 자신 없는 내 얼굴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저 국회의사당을 보라고! 너무 아름답게 빛나잖아. 참고로 전기세가 너무 많이 올라서 조명을 다 틀지 않고 아끼고 있는 거라는데 다 틀면 대체 얼마나 더 빛나는 걸까? 지금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이게 진정한 화려한 조명이 감싸는 모습 아닐까..?



감동적인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을 본 뒤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버스 안에서 창 밖을 구경했는데 밤이어도 반짝거리는 한국거리와는 달리 사람들도 없고 가게들은 다 문을 닫았다. 가이드님이 유럽은 거의 밤에 가족과 함께하는 문화라 밤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다고 했다. 슈퍼도 문을 닫는다고 하셨다. 부다페스트의 회색빛 건물들 때문인지 오가는 사람들이 없어서 그런 건지 거리의 모습이 외롭고 차갑고 무서워 보였다.


외롭고 고독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밤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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