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날

by 한정

요즘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날들이 자꾸 늘어난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데, 손은 움직이지 않고, 마음은 멍하니 창밖만 바라본다. 누군가 말을 걸어주길 바라면서도, 동시에 아무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다. ‘나는 왜 이럴까’라는 물음은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오르지만, 곧 이어지는 건 자기합리화 혹은 자기비하의 반복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너무도 ‘생산적인 하루’를 숭배하며 살아왔다. 일을 마쳤는가? 운동은 했는가? 자격증은 따고 있는가? 독서는 했는가?


체크리스트가 길어질수록 나는 더 무기력해졌고, 그 무기력 속에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나를 미워하게 되었다.


하지만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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