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작업증명>

디지털 폐지 줍기와 POW

by 포니아빠



우리 아내는 배가 남산인데도 아침마다 눈을 뜨면 청소기를 돌리고, 보리차를 끓이고, 빨래를 돌리는 루틴을 잊지 않는다.


청소기는 디폴트고 그날그날 해야 할 다른 일들을 찾아서 하는 식인데,


무리하지 말라, 내가 하겠다고 해도 움직여야 한다며 고집을 꺾지를 않는다.


이제 34주 차니 힘이 들 법도 한데 태생적 부지런함은 어찌할 수가 없나 보다.


총각 시절의 나는 항상 집이 개판이었다.


다행히 온라인에서 흔히 보이는 쓰레기집 처럼 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아내가 자연스럽게 들어와 같이 살 정도는 되었지만,


청소기 한번 돌리는 것, 설거지 한번 하는 것 등등 집안일은 항상 고역이었던 것이다.


아내의 부지런함은 디지털 폐지줍기에서도 빛을 발한다.


집에서 할 일이 없으면 대략 도보 7,8분 거리의 지하철 역까지 운동삼아 걸어 나가 몇십원을 작업해 올 정도니까.


만보기, 퀴즈 풀기 등등


이것이야 말로 생활 속 POW (Proof Of Work, 작업증명, 비트코인의 합의 알고리즘) 아닌가.


디지털 폐지줍기란 내 시간을 뺏고, 광고에 노출시키는 대가인 것 같아 늘 반감이 있었는데, 내가 매 순간 생산적인 행동만 하는 건 아니니까.


나 또한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디지털 폐지 줍기에 동참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자정이 넘은 취침시각, 침대에 나란히 누운 아내는 오늘도 어김없이 외친다.


‘토스 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