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할 수 없는 이야기>

by 포니아빠

고2 때 모친과 통화를 하는데, 티브이에 꼭 나 같은 놈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더란다.


옷 입은 것도 희한하고 생긴 것도 비슷하다는,


노래는 분명 발라드인데, 힙합옷에 반다나를 쓴 모습은 모친의 눈에도 특이하다고 느껴졌나 보다.


추후에 알고 보니, 그 사람과 나는 윗입술 똑같은 부위에 비슷한 흉터가 있었다.


(데뷔 초에는 분명히 있었는데, 비교적 최근 사진에는 안보이는 걸 보니 뭔가 조치를 취한 게 분명하지 않나)


HD도 제대로 안되던 시절에 모친께서는 그걸 어찌 캐치했는지 신기하다.


그 가수는 얼마 안 가 ‘안 되나요’라는 곡으로 대히트를 치고 유명가수가 되었다.


그렇다, 얼마 전 불귀의 객이 된 휘성이다.


나는 휘성이라는 가수를 정말 좋아했다.


할머니에게 시끄럽다고 혼이 나면서도 매일 이불을 덮어쓰고 휘성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지금도 아마 3집까지는 아무 트랙이나 틀어도 줄줄 따라 부를 정도로 많이 듣고, 불렀다.


내 이름과 휘성의 이름을 합친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주변인들에겐 꽤 유명한 사실이었다.


3집부터는 기존의 진한 알앤비나 힙합의 느낌을 벗어나, 팝의 색깔이 짙어지고 패션도 점점 주류 가요계의 스타일을 따라가는 모습이었는데, 그래서 나도 점점 관심이 줄었던 것 같다.


휘성은 여린 성대만큼 멘탈이 약하기로 유명했다.


레코딩된 목소리에는 분명 힘이 있는데, 무대에만 서면 배와 목에 붙들리지 않고 공기에 흩날리는 소리를 내기 일쑤였다.


실력파 가수로 알려진 것과는 상반되게, 라이브는 항상 불안했고, 무대공포증을 활동기간 내내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백업댄서로 활동하고, 댄스그룹으로 데뷔한 이력이 있는 만큼 춤에도 꽤 조예가 있었던 걸로 아는데 그걸 아는 이들은 많지 않은 듯하다.


어느 순간 인기가 사그라들고, 잊혀가는 가수가 되는 게 괴로웠던 걸까.


그는 그렇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비가 뚝뚝 떨어지는 아침 출근길, 알고리즘으로 자동재생된 ‘일 년이면’이라는 곡이 어찌나 서글프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