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제일 잘한다는 의사를 수소문해서 수술을 하고 일주일간 입원해 있는 엄마에게 우울증이 찾아왔다.
마음이 몸을 지배하는지 퇴원해야 할 날이 가까이 다가와도 엄마의 몸이 회복되지 않아 입원기간이 길어졌다.
그렇게 긴 터널을 지나 막 햇살을 느끼며 1년, 또 1년씩 지나 5년 뒤 완치 판정을 받고 5년 더 추적검사를 했다.
10년이 지난 후 이제 암이라는 단어가 조금 멀게 느껴질 무렵 그리하여 조금 마음을 놓은 요즘이었다.
어제 2주에 한번 하는, 손꼽아 기다리는 모임을 하던 중 엄마의 전화가 걸려왔는데 바로 받지 않고 나중에 연락하겠다는 문자를 남겼다.
일주일 중 하루, 아이의 저녁식사를 위해 엄마에게 아이를 맡기는 날이라 그 일로 전화한 줄 알았기 때문이다.
모임이 끝난 후 평상시처럼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엄마의 목소리가 심상치가 않다.
건강검진 결과 유방암 수술한 자리 근처에 악성종양의 소견이 보인다는 담당의 말을 전하는 엄마의 목소리에는 물기가 가득했다.
" 에이~나도 매번 건강검진하면 조직검사하자고 하는데 늘 별거 아니더라~ 엄마도 괜찮을 거야. 우선 조직검사하고 나서 걱정하자!"
이렇게 말하면서도 이미 내 눈가는 벌겋게 달아오른다.
목소리마저 달아오를까 봐 톤을 한껏 올려본다.
엄마와의 전화를 끊고 바로 10년 전 수술했던 의사가 옮긴 병원을 찾아 전화로 예약을 곧바로 잡았다.
친절한 간호사들이 의논하는 목소리가 전화기 넘어 들렸다. 최대한 빠른 날로 잡아 조직검사를 하게 해주겠다고 한다. 다음 주로 하려다가 통화 끝에 간호사분이 하는 말 "혹시 내일 시간 되세요?"
그럼요 그럼요. 당연히 되죠. 바로 낚아채어 " 내일 갈게요!" 하고 예약을 확정 지었다.
밤새 오지 않는 잠을 청하며 뒤척이다가 아침을 맞이했다.
엄마집 근처로 데리러 가니 도착하기도 전에 벌써 나와 있는 엄마가 보인다. 내차에 타자마자 눈물이 나는지 울기시작하는 엄마에게 애써 침착하게 대응한다. 더 뚱하게 "뭐 벌써 그래~ 아직 검사도 안 했는데~" 그러곤 화제를 돌려 어릴 적 이야기를 한다. " 엄마~나 어릴 때 되게 못생겼는데 그지? 나 오늘은 좀 예쁘지 않아? 엄청 신경 쓰고 왔는데~~"
병원 가는 내내, 병원에서도 조잘조잘 막냇동생 흉도 봤다가 내 흉도 보고, 내 사랑의 결정체인 아들이야기도 늘어놓으며 엄마의 울음꼭지를 잠가버렸다.
그래야 내 울음꼭지도 막아놓을 수 있었기에.
울 엄마는 부캐가 참 다양하다.
만년 대학생, 주식에 진심인, 필기만 붙은 우리만의 바리스타, 홈쿠킹 하는 할머니
그중 하나가 (전) 암환자였다. (전)이라는 과거형이 (현)이라는 현재형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