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유를 찾았니?
연어_안도현 글| 한병호 그림
[내향점]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 강산에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신비한 이유처럼
그 언제부터인가 걸어 걸어 걸어오는 이 길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가야만 하는지
1997년 말 IMF 구제 금융 공식 요청에 대한 기사가 온 신문의 헤드라인으로 장식되었다.
그로부터 4년간 IMF체제 속에서 많은 가정에 위기가 왔다.
크고 작은 기업들이 줄줄이 부도가 나고, 살아남은 기업의 내부에서는 정리해고등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많은 가장들은 그들이 평생을 바쳐하던 일에 일시정지나 강제 종료를 당했다.
강한 펀치로 훅 치고 들어온 경기침체는 그 날카로운 칼날로 서민들의 일상을 난도질했다.
그 시기에 나온 노래가 강산에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이다.
곡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여러 가지로 회자된다.
힘든 시기에 위로가 될만한 곡을 만들어 달라는 어느 방송사의 요청으로 강산에가 만든 곡이라고 하고, 강산에가 1996년에 출간된 안도현 시인의 동화 <연어>를 감명 깊게 읽고 영감을 받아 만든 노래라고도 한다.
어찌 되었던 이 노래는 그 당시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다. 위안이 되기도 하고, 희망의 끈을 잡게도 한다.
안도현 시인은 너무도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지 않을까 싶다. 그의 연탄을 소재로 한 시는 얼마 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도 낭독이 되었다.
강산에의 노랫말로 그의 유명한 연어이야기가 계속 떠오르기도 한다.
김용택 시인은 프랑스에 어린 왕자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안도현의 연어가 있어 기쁘다고 했다.
대학교 때 처음 읽은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 이야기는 신선했다.
이후 다시 그림책으로 만났을 때 축약된 내용이긴 했지만 상상했던 내용들이 그림으로 표현되어있어 글과 그림의 조화를 엿볼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
연어는 모천회귀성 물고기로 산란할 때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한다.
그림책의 이야기도 이런 연어의 생을 주인공인 은빛연어를 통해 그려내었다.
연어의 체외수정이 가능하려면 얕고 잔잔한 물살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 폭포 아래의 강은 다른 큰 물고기도 있어서 산란된 알이나 부화된 치어들이 잡혀 먹힐 수도 있으므로 위험하다. 그렇기에 그들은 목숨을 걸고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길을 선택하지 않고 그들의 본능대로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에서 우리의 희망적이었던 모습을 떠올려본다.
70년, 80년대 민주화 항쟁 속 많은 이들의 희생이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들처럼 우리에게 잔잔한 물결 같은 평화로운 시간을 갖게 하였다.
90년 말 IMF체제 속의 경제위기에서도 우리의 부모들은 부단히 삶의 거친 폭포를 거슬러 올랐다.
그 많은 이들의 피와 땀으로 평화롭고 풍요로운 시대를 보내고 있던 우리는 또 다른 새로운 시련을 경험한다.
코로나19 팬더믹은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시나리오를 연일 내어놓았다. 미지의 바이러스는 온 세상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으며 다양한 변이를 가졌다. 바이러스 자체의 변이뿐만 아니라 인간사회의 변이도 함께 나타났다. 다양한 변이를 통해 살아남은 이들은 진화를 통해 위드코로나가 되었고, 이후 또다시 당면한 경제위기에서 우리는 한번 더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힘을 발휘해야만 한다.
지금까지 있었던, 그리고 앞으로도 있을 많은 이들의 노력과 희생이 후대에 우리 아이들이 살게 될 세상을 만들 것이다. 그들을 온전히 보호할 수 있는 얕은 물가가 되어줄 그런 세상을 말이다. 그 얕은 물가에서 살아남아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각자 자리에서 연어들처럼 힘껏 뛰어오르고,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또 한 번 힘을 내어야 할 시간 속에서 숨을 고르고 뛸 준비를 해본다.
[외향점]
1996년에 출간된 안도현의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의 100쇄를 기념하여 2007년 <그림책 연어>가 만들어졌다. 완성된 그림이나 글씨에 낙관을 찍듯 표지의 그림책이라는 글자는 책 자체가 하나의 작품임을 나타내는듯했다. 그리고 표지를 열면 주인공인 은빛연어를 암시하듯 은빛(그레이) 면지를 볼 수 있다.
물속의 풍경과 연어를 표현하는 것을 물 머금지 않은 유화로 섬세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붓 자체의 질감을 느낄 수도 있고 세밀화를 연상케 하는 스케치도 보인다.
글레이징과 나이프 페인팅 기법 등 다양한 유화의 기법으로 표현된 그림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가만히 그림만 보아도 위로가 된다.
글레이징 기법 : 물감을 묽게 희석하여 이미 채색한 그림 위에 얇게 덧칠하는 방법. 이 기법을 잘 활용하면 광택 나고 투명한 채색을 할 수 있다.
나이프 페인팅 기법 : 나이프의 아래쪽 면에 물감을 묻힌 후 위에서 누르며 밀어내듯 칠하는 기법. 마르지 않은 물감 위에 적용할 경우 자연스럽게 섞이는 효과를 나타낸다.
그림책 제작에 참여한 화가 한병호는 은밀한 감정의 변화와 자연의 물성, 시간의 흐름을 그림 속에서 유연하게 표현해 냈다. 잔잔하게 흐르다가 폭포처럼 떨어지고, 물굽이를 돌아 흐르는 변화무쌍한 물결을 닮은 연출의 묘는 그림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유의미한 호흡을 완성한다. 가장 적합한 화법을 찾기 위한 여러 번의 시안 작업 끝에 찾아낸 방법은 유화이다. 섬세한 스케치에 깊고 풍부한 색감과 힘찬 터치가 더해져 연어의 도약은 빛을 발한다. <문학동네 출판사 서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