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어스름, 모두가 집에서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
하루의 소음이 저물고, 조용해야 할 그 시간에 나도 퇴근길에 올랐다.
우리 집은 큰길에서 조금 들어가야 하는 오피스텔 단지 안에 있다.
골목이라 부르기엔 제법 넓고, 조용하다 하기엔 꽤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이다.
편의점, 곱창집, 카페, 작은 상가들이 줄지어 있어 늘 누군가의 하루가 그곳 어딘가에 묻어 있다.
누군가는 친구에게 오늘 있었던 일들을 쏟아내고, 누군가는 말없이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고된 하루를 토해낸다.
편의점 앞 파라솔 의자에는 맥주 캔과, 그보다 더 무거운 마음이 앉아 있다.
곱창집은 항상 문이 열려 있다. 그날따라 그 안의 목소리들이 유독 또렷하게 들렸다. 주식 얘기, 코인 얘기, 직장 얘기, 육아 얘기, 그리고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지’ 같은 이야기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거의 울 듯이 중얼거린다.
그 골목을 걷다 보면 문득 생각이 든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고단하게 살아가고 있구나.
그리고 나도 그 골목의 일부가 된 기분이 들곤 한다. 누군가의 한숨 소리와, 내 마음속의 피로가 겹쳐지면서.
어느 날이었다. 평소처럼 걷던 그 길이 유난히 조용했다. 곱창집의 웃음소리도, 편의점 앞의 수다도, 누군가의 한숨도 들리지 않았다. 그 많던 사람들, 그 많던 이야기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쏟아낼 아픔이 사라진 걸까, 아니면 쏟아내지 못하고 가슴에 묻힌 걸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조용히 걸었다.
기댈 곳 없이 마음을 안고 지나갔을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그리고 나도, 조용히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고요한 집. 텅 빈 방. 그 순간 어쩐지 마음까지 쓸쓸해졌다.
냉장고를 열어 차가운 맥주 한 캔을 꺼내고, 유튜브를 틀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골목처럼 조용히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