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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의 기술 이은영 Mar 12. 2017

미션. 춘천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살려라!

즐비한 닭갈비집들 속 이탈리안 레스토랑, 어떻게 선택받을 수 있을까?

미션. 춘천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살려라!

춘천에 식당을 하나 차릴 계획이다. 춘천 하면 머리 속에 떠 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낭만적 데이트 장소, 남이섬, 닭갈비, 막국수, 소양강댐, 산책, 자전거 등.

식당을 차릴 계획이니 '닭갈비 집을 해야 할까?' 하지만 이미 닭갈비집들은 너무 많고 차별화가 쉽지 않다. 그래서 선택한 키워드는 닭갈비 대신 '낭만적 데이트 장소’이다. 당연히 가게의 업종은 데이트할 때 자주 가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정해졌다.


통 창의 밖에 훤히 보이는 멋진 이층짜리 건물을 분위기 좋게 꾸몄다. 작지만 아담한 테라스가 있고 하얀색 식탁보와 조명이 유독 아름다운 이 곳. 음식보다 분위기를 먹으러 간다는 연인들을 위한 낭만 데이트로 딱인 장소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건너편에는 춘천 하면 알아줄만한 유명 커피숍도 위치해 있다. 사람도 많이 오고 주차장소도 항상 붐비므로 연인들의 눈에 쉽게 우리 가게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커피를 즐긴 후 저녁을 우리 가게에서 먹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제 남은 것은 가게 문을 열고 몰려오는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하면 된다. 부푼 기대를 안고 문을 연 식당, 계획처럼 잘 되었을까? 한 달이 흐르고 두 달이 흐르고 가게 오픈한 지 어느덧 1년 반이 다 되어가지만 지금까지도 가게를 찾는 손님은 거의 없다. 많은 인테리어 비용과 함께하는 직원들 계약기간을 생각하면 사업을 쉽게 접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모든 지인들은 가게 분위기가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한다. 춘천에 와서 연인끼리 낭만 데이트를 즐기기에 이만한 장소가 없다고도 했다. 이 파스타 집,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도무지 장사가 안되는 춘천의 파스타집, 당신의 선택은?


 춘천의 즐비한 닭갈비 집 속 이탈리안 레스토랑,
어떻게 사람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당신에게 주어진 미션은 이 가게의 사업을 잘되도록 돕는 것이다.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 보자. 사람들이 가장 쉽게 생각하는 해결책은 메뉴의 변화이다. 당신은 생각한다.


  ‘서울을 비롯한 어느 곳에서나 흔하디 흔한 파스타와 피자를 누가 춘천까지 와서 또 먹겠어. 메뉴를 바꿔야지. 그렇다고 바로 업종을 바꿀 수는 없고 닭갈비가 들어간 파스타는 어떨까? 막국수를 이용한 샐러드는? 닭갈비 피자는 지금 당장이라도 메뉴를 개발할 수 있을 것 같아!’


과연 춘천의 대표음식 닭갈비와 막국수를 메뉴에 접목하면 고객의 선택을 더 받을 수 있을까?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한 번만 깊게 생각해보면 처음만큼 이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 또한 메뉴 개발에 걸리는 시간과 투자도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이다.


필자는 선택을 불러일으키는 비밀을 구별성, 상호성, 탁월성의 세 가지 사항으로 정리한 바 있다. 첫 번째 구별성의 관점에서 주변의 즐비한 닭갈비집들 속에서 닭갈비와 파스타를 접목해 신메뉴를 내놓는 것은 그리 좋은 대안이 아니다. 단순 메뉴의 변화일 뿐 사람들이 주목할만한 그래서 주변에 자신이 느낀 감정을 전달하고, 입소문을 내고, 자발적으로 SNS에 올릴 만큼 뚜렷한 구별의 지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고객과의 상호성 부분도 아쉽다. 구별성과 상호성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 메뉴 자체의 맛, 레스토랑의 음식 맛, 분위기 등의 탁월성은 빛을 발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 생각은 어떠한가? 메뉴가 아닌 장소로서의 접근, 이 생각은 어떠한지 한 번 살펴보자. 또한 이 아이디어가 선택의 세 가지 비밀, 구별성, 상호성, 탁월성에 부합하는지 생각하며 읽어보도록 하자.

사람들은 춘천을 언제, 또 왜 간다고 생각하는가? 춘천은 주로 가족과 힐링 여행을 떠날 때 혹은 연인과 데이트를 위해 주로 방문하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주변 남이섬과 소양강댐은 꽤 유명한 관광명소가 되었다. 또한 춘천은 유명 드라마 속 연인들의 스토리를 담은 장소로도 유명한 곳이다.


이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문제 해결을 메뉴가 아닌 장소로 접근하는 이유가 바로 이 점에 있다. 연인과 데이트를 위해 방문하는 장소, 춘천. 사실 처음부터 닭갈비집이 아닌 파스타 집을 내기로 한 이유도 커플을 공략하기 위함이지 않았는가? 그럼 메뉴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 가게를 커플들의 선택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들에게는 추억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있고, 그 욕구의 실현에 필요로 하는 좋은 방법은 바로 '리츄얼'이다.


리추얼은 어떤 '의식'을 뜻하는 표현으로 내가 만들고자 하는 '의미'를 성립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리츄얼의 효과는 이미 전 세계 수많은 심리학자들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그냥 먹는 케이크에 비해 생일 촛불을 끄고 먹는 케이크가 더 맛있는 것처럼 특정한 행동을 함으로써 사람이 얻는 만족도는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크다. 이것은 단순히 초콜릿을 먹기 전 반으로 잘라먹는 다던지, 소주를 흔들어 그 거품 소용돌이를 보고 먹는 것처럼 관련 없는 의미이거나 직접 관련이 있어도 마찬가지이다. 일부러 하는 특정 행동인 리츄얼이 입혀진 무엇인가는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항상 더 큰 만족도를 불러오게 된다.


이 가게의 외관을 정말 수려하다. 2층의 멋진 단독 건물의 레스토랑이고 한눈에 봐도 분위기가 좋은 곳이다. 하지만 언제나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창가 자리조차 비어 있을 정도로 장사가 안된다는 것이 문제이다. 한참 외관을 쳐다보고 있으니 1층 밖 테라스에 마련된 난간에 눈이 자주 간다. 바로 이 지점이다. 여기에 리츄얼을 입혀보자.


  이 레스토랑의 1층 테라스 난간에 사랑의 자물쇠를 걸어 놓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Love Rocks(사랑의 자물쇠)


사랑의 자물쇠, 그 시작은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시작되었다는 설 외에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하지만 이탈리아 피렌체와 베니스, 체코 프라하, 영국 런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러시아의 모스크바와 미국의 뉴욕 시카고, 그리고 한국의 남산 등 전 세계적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는 연인끼리 대표적인 사랑을 확인하는 리츄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리츄얼은 어떤 일을 위해 꼭 하지 않아도 되지만 커다란 중요성을 부여해 일부러 하는 의식이다. 그래서 사랑을 확인하고 약속하고 싶은 욕망이 강한 연인들은 특하니 다양한 종류의 리츄얼 갖게 된다. 연인끼리 반지를 나누어 낀다거나, 옷이나 신발 혹은 액세서리를 맞춰 입거나 사귄 지 100일, 혹은 사랑의 1주년과 같은 특정 기념일에 의미를 부여해 축하하는 행동들이 그 예이다.


즐비한 닭갈비집 속 이탈리안 레스토랑 장사가 잘 되기 위해 이미 마련된 1층 테라스 난간에 사랑의 약속을 담은 사랑의 자물쇠를 걸어보자. 그리고 가게에서는 예쁜 팬시점에서나 팔 듯한 예쁘고 다양한 색깔의 자물쇠와 네임펜을 팔아보자. 식사 손님께는 자물쇠 가격을 50% 할인해 줄 수도 있고 식사와 함께 와인을 주문 고객에게는 자물쇠를 아예 공짜로 선물할 수도 있겠다.


Love Rock이라 불리는 사랑의 자물쇠 설치는 선택의 3가지 비밀 구별성, 상호성, 탁월성을 충족시키는가? 라비 다르 및 스티븐 J 셔먼 교수의 속성매칭이론(Feature Matching Theory)에 따르면 사람은 선택의 의사결정에서 항상 두 개가 함께 가진 공통 속성을 탈락시켜 버린다. 왜냐하면 그것은 둘 다 가진 비슷한 것이기 더 이상 고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후 각 각이 가진 특성만을 비교하는데 그 둘 중 상대적으로 더 구별되게 좋은 유니크 굿이 선택된다. 바로 선택은 언제나 유니크 굿에서만 일어나는 것이다.


사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은 서울이나 부산 어디에서든지 있다. 분위기뿐 아니라 특별한 메뉴에 유명 주방장이 만든 맛있는 음식 맛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춘천에 위치한 이탈 리안 레스토랑은 그들과 동일한 특성을 가져 결국 선택에서 탈락되거나 상대적으로 더 못해 아예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랑의 장소 춘천에 많이 오는 연인들의 사랑을 확인해 줄 수 있는 리츄얼을 가진 식당이 있다면 어떨까? 이것은 뚜렷이 구별되는 유니크 굿 포인트가 된다.


  바로 사람들의 선택이 일어나는 것이다

상호성의 측면은 어떠한가? 앞서 언급했듯이 가족 나들이와 더불어 연인들이 많이 이곳에서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약속하는 측면에서의 고객 상호성은 더할 나위 없이 크다. 이제 남은 문제는 탁월성이다. 아무리 사랑의 자물쇠를 걸었더라도 메뉴 자체의 맛이 떨어진다면 사람들의 선택은 지속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선택의 비밀이라는 세 가지 창으로 비즈니스 문제점을 바라보고 그 해결책을 찾아보았다. 우리는 이미 결정장애라는 말을 흔히 사용할 만큼 수많은 선택권 앞에 흔들리는 선택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수많은 선택권 앞에서 선택 자체가 고통이 되었으며 동시에 나 또한 수많은 선택권 속에서 선택받아야 하는 치열한 시대인 것이다.


이러한 선택 과잉의 시대에 선택할 수 있는 또 선택받을 수 있는 새로운 선택의 기준이 있다면 어떨까? 그 새로운 선택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선택의 순간에 도입해 보면 또 나 자신에게 도입해 보면 나의 선택률은 얼마나 높아질까? 앞으로도 구별성, 상호성, 탁월성이라는 세 가지 선택 과잉 시대를 바라보는 세 가지 틀로 우리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많은 문제점을 들여다 보고 함께 해결점을 모색해 보도록 하겠다.



선택 칼럼니스트 이은영.

dreamleader9@naver.com
Facebook: @glamjulie / YouTube: 이은영의 글램토크 / 네이버 Blog: 선택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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