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베트남 이야기
다낭에 거주한 지 4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다낭의 시내 쪽에서 벗어난 Sơn Trà 쪽에 있는데
어쩌다 보니 베트남 현지 가족, 국제 부부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에 입주하게 되었다.
첫 달 : 나의 첫 번째 시장은 베트남 현지 프랜차이즈 마트
처음 장을 볼 때는 아는 사람이 없고 어디서 무엇을 사야 할지 몰라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현지 체인 마트인 COOP을 이용했다.
당장에 필요한 생필품을 장만하고 종종 채소와 육류, 생선 등을 사다 먹었는데 현지 마트이다 보니 한국 제품은 거의 없다. 있다 하더라도 라벨에 한국이름만 넣은 베트남식으로 만든 김치정도.
한 곳 진열장에는 반찬거리도 파는데 그중에 cá basa(까 바사, cá는 생선, 메깃과)라는 생선을 손질해서 양념(베트남 액젓-nước mắm 느억맘, 설탕, 다진 마늘, 다진 고추, 고추기름이 들어가는 듯하다)에 버무려 놓은 게 있다. 살이 단단하고 지방질이 많아 노릇하게 잘 구워 먹으면 짭조름 한 액젓과 기름진 맛이 마치 맛있게 구운 메로구이 같다. 맛있어서 종종 사 먹었다. (굽는 시간이 중요한 듯한데 천천히 오래 구워야 제일 맛있었고 짧은 시간에 센 불로 빨리 구우려고 하니 비린내가 났다.)
신기하게도 마트 내에 롯데리아가 있는데 장을 보고 난 후면 점심으로 먹곤 했다. 한국 롯데리아보다 소스도 채소도 적게 들어가는데 왜인지 더 맛있다.
다낭에서 패스트푸드 체인은 롯데리아, KFC, Jollibee, Popeyes, Pizza Hut이 있고 롯데리아와 KFC가 유난히 체인 수가 많고 인기가 많다.
Popeyes에는 치엔맘(chienmam)이 참 맛있다. 느억맘이 드가는 양념인데 간장양념도 아니고 고추장 양념보다 가벼워서 종종 사 먹는다. 한국의 양념 치킨처럼 치킨에는 치엔맘이 대중적인 것 같다.
KFC는 내가 알던 KFC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정말 맛이 없다. 다른 지점 세 군데에서 먹어봤지만 치킨 튀김옷이 기름을 한가득 머금었고 햄버거 조립도 영 시원찮아서 내 식사시간 내 돈만 버리는 기분이라 더 이상 가지 않는다.
둘째 달 : 한국 참기름이 있는 고마운 롯데마트
2개월 차 적응할 무렵 한인 마트인 LOTTE MART에 가보자고 했다. 집에서 오토바이로 20분 거리고 남자친구한테 운전을 부탁했다. 내가 본 다낭은 대부분 오토바이로 움직인다. 대형 자재 트럭 빼고 오토바이가 80% 인 것 같다.
롯데마트는 다낭에서 제일 큰 한인 마트인데 1층에 오토바이를 대고 입구로 들어가면 베트남 체인인 1인 샤부샤부가게, 한국식 BBQ 구이가게, 롯데리아, 핸드폰매장, 소품 가게가 있고 2층으로 올라가면 신발 매장, 소품샵 여러 개 , 푹롱커피(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미니 소가 있다. 매장 자리가 빈 곳도 있는데 계속 입점을 받는 듯하다. 3층으로 올라가면 전 층이 생필품인데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제품들로 가득 차 있다. 4층이 식품층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커피, 초콜릿, 과자, 말린 망고 등 기념품을 사간다.
롯데마트에서 가장 기뻤던 것은 한국 참기름, 오뚜기 참기름과 백설 참기름 두 종류를 판매한다. 방앗간에서 짜낸 참기름만 먹어오던 나로서 굳이 사서 먹지 않던 오뚜기 참기름이 정말이지 너무 고마웠다. 베트남에서 파는 참기름(dầu mè)은 한국 참기름에 비하면 점도도 거의 없고 이게 무슨 기름인지 모를 정도로 향도 색도 희미하다. 일반 콩 식용유보다 더 묽어서 참기름이 들어가는 한식을 요리하면 제맛이 나오지 않는다. 한국처럼 압착방식으로 짠 참기름을 찾아 베트남 온라인 쇼핑몰인 Lazada, 유기농상점에서 몇 병 사보았는데 실패였다.
셋째 달 : 마트보다 훨씬 싸지만 어려운 현지 시장터
3개월 차, 우리 집 뒤쪽 현지 시장으로 나가보았다.
아침저녁으로 장이 2번 정도 열리고 오전 11~오후 2시 사이는 장이 서지 않는다. 현지 식당들도 마찬가지고 이 시간에는 쉬거나 낮잠을 잔다.
시장은 골목 사이사이 정말 많은 상인들이 온갖 과일, 채소, 해산물, 육류, 반찬거리등을 내다 파는 데 진풍경이다. 채소와 과일, 해산물이 길바닥, 매대 할 것 없이 무더기로 쌓아져 진열되어 있다. 육류는 당일 도축한 고기를 냉장시설이 없는 매대 위에서 그날그날 내다 팔고 해산물은 당일 잡은 싱싱한 해산물이 빽빽하게 진열되어 있다. 생전 처음 보는 야채, 과일, 해산물은 내 시선을 빼앗기 딱 좋았다.
베트남 물가는 확실히 싸다. 베트남동 200,000 VND(한화 약 10,000원)을 들고나가면 오징어 3마리, 내 머리크기 만한 수박 1통, 양파 중간크기 10개, 토마토 8개, 베트남 허브 종류 (박하, 레몬 글라스, 고수) 한 비닐봉지를 살 수 있다.
노력을 조금 기울이면 애쓰는 만큼 가격도 깎을 수 있다. 나는 오징어 3마리 140,000 VND(7,000원)을 100,000 VND(5,000원)으로 깎아봤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한다.
돼지고기는 500g 정도에 2,000원대인데 돼지고기가 정말 맛있다. 삼겹살을 사서 구워 먹었는데 지방에서 나오는 풍미가 마치 버터 같아서 시장에 가면 꼭 돼지고기는 한 근씩을 사고 집으로 돌아간다.
다낭은 대로변, 아스팔트가 깔린 주요 도로 이외에 골목들은 간격이 좁은 편이다. 한 명 반이 겨우 지나갈 넓이에 양쪽으로 진열된 물건들을 피해 다니면서 걷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다. 사람들과 부닥치기 일쑤이고 계산을 할 때는 조금 더 전투적인 자세로 임해야 계산순서가 밀리지 않는다.
시장바닥은 왜인지 축축하고 흙탕물투성이다. 운동화를 그날 빨아야지 생각한다면 운동화를 신고, 조리를 신고 가면 시장바닥의 흙탕물이 금세 내 발가락에 튄다. 장을 보고 난 후 특히 발가락, 발꿈치 주변이 진득한 흙탕물로 뒤덮이는 것이 그렇게 좋은 경험은 아닌 것 같다.
롯데마트는 보기 좋은 채소들이 진열되어 있는 만큼 시장보다 약 1.5~2배는 비싼 것 같고 시장은 값이 싸지만 사온 토마토가 종종 엄청나게 빨리 무른다거나 상인들이 막 골라주는 수박 같은 건 어떨 때는 속이 썩어 먹지 못하고 버린 적이 많다.
현지 시장은 좁디좁은 골목에서 많은 사람과 부대끼며 신속하고 깐깐하게 장을 봐야 하니 시장에서 장보기가 능숙하지 않은 나는 아직 애가 쓰인다.
넷째 달 : 맛있는 소고기가 먹고 싶다. 베트남의 코스트코 메가마트
베트남의 소고기는 한국에 비하면 정말.. 맛이 없고 질기다. 나름 유명하다는 베트남식 구이집, 한국식 BBQ 식당 몇 군데를 가 보았지만 역시나 맛있는 구이용 소고기를 찾기가 힘들다. 다음 장을 볼 때는 창고형 마트인 MEGA MART로 가려고 한다. 집에서 오토바이로 30분 거리. 메가마트는 호주산 소고기를 수입한다고 하니 제일 기대되는 것 중 하나다.
소고기로 요리하는 음식이 다 맛이 없는 건 아닌데 소고기 쌀국수(Bò phở 포) 종류나 소고기 스튜 혹은 찜 (Bò kho 보코)은 고기를 육수 또는 양념에 오래 끓이기 때문에 부드럽고 맛있다. 특히나 보코는 입안에 넣으면 사르르 녹을 정도로 부드럽게 익혀져 나온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싱가포르 국적 남편(마크 아저씨) , 베트남 국적 후에 출신 아내인 중년부부를 만났다. 마크 아저씨는 군대에서 장교를 하셨다고 한다. 은퇴하고 다낭에서 여유를 즐기신다고 , 대화에서 다소 깐깐함이 묻어나는데 장을 볼 때는 마트는 식자재가 좋고 쾌적한 메가마트만 식당은 자신만의 위생 검열이 확인된 곳들만 가신다고 한다. 베트남에서 식당 위생을 조심하라고 하셨다.
나 또한 베트남에 와서 위생관념에 대해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는데 썼던 팬을 씻지 않고 계속 요리를 한다거나 모든 것을 다 닦아버리는 행주라든가 벌레 특히 개미가 둥둥 떠다니는 음료를 받을 때도 있다.
노상식당처럼 오픈된 식당에선 냅킨, 담배꽁초(아직 식당, 커피숍등 실내에서 피울 수 있는 곳이 많다), 땅콩껍질, 해산물 껍질, 수박껍질, 다 마신 캔등 모든 테이블쓰레기를 자리 바닥에 버린다. 식사 중 생기는 쓰레기는 테이블 위에 두지 않는 듯하다. 손님들이 나가면 테이블 바닥을 빗자루로 열심히 쓸어낸다.
식사 전에 물이 담긴 컵에 수저를 담가 한번 헹궈내거나 티슈에 물을 적셔 다시 한번 닦거나 잘라 나온 라임에 젓가락 끝을 문질러 라임에 닦는다거나 하는 장면을 자주 보는데 우연찮게 보게 되면 나도 손으로 수저를 쓱 한번 닦고는 한다.
나와 내 남자친구는 한 번씩은 심한 배앓이를 경험했고 나는 2주 넘도록 심하게 앓은 적이 있다 (지인들이 식중독 아니냐며 묻고는 했다) 자잘한 배앓이는 방심하면 찾아온다. 심하게 앓고 난 후 웬만한 식당은 위생부터 체크하고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