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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츄르 Dec 29. 2021

행복은 과정이라는 말

일주일 쉬고 다시 시작하는 자기계발 라이프

지난 일주일간 새벽기상과 글쓰기, 공부와 운동 기록을 하지 않았다. 어떤 날은 아침에 운동만 1시간 하고 기록을 남길 시간이 없어 후다닥 씻고 출근했고 저녁엔 갑작스런 약속이 생겼다. 어떤 날은 저녁 약속을 준비한다고 아침부터 화장을 하고 집안일도 해놓느라 다른 걸 할 겨를이 없었다. 크리스마스 무렵엔 몇달 전부터 숙소를 예약해 둔 게 있어 여행을 갔다. 여행을 갔다와서는 너무 피곤해 이틀을 쉬었다. 그 사이엔 오랫동안 미뤘던 건강검진을 받기도 했다. 

습관이란 정말 무서워서, 이 일주일의 휴식기에도 술을 마신 날을 제외하고는 새벽 4,5시면 눈이 번쩍 떠졌다. 쉬어야 한다는 생각에 알람은 맞춰두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물론 눈이 떠졌다고 해서 일어나 무언가 생산적인 걸 한 건 아니지만 소득은 있었다. 몸이 피곤해 7시까지 잠을 더 청한 날은 그 2,3시간의 추가적인 잠이 피곤한 나에게 주어진 선물처럼 느껴져서 다음날 정신적인 피로감이 덜했다. 전 날 보다 만 디즈니플러스의 드라마(요즘은 고전 시리즈인 x파일과 크리미널 마인드를 보고 있다.)를 한 시간 정도 보고 스르르 다시 잠이 와 1시간 더 잔 날은 '여유로운 저녁 시간'을 하루 더 누리는 것만 같아 휴식에 대한 갈망을 충분히 채울 수 있었다.

오늘은 다시 새벽운동과 플래너 기록을 시작했다. 오전에 이렇게 브런치 글을 쓰는 것을 시작으로 저녁엔 영어 공부를 할 생각이다. 오늘 새벽 4시 20분, 4시 반으로 설정한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잠깐 오늘까지만 쉴까, 하는 유혹에 시달렸는데 문득 예전에 읽었던 <킵 고잉>이라는 자기계발서에서 읽은 내용이 떠올랐다. 

살다보면 내 생각처럼 되는 일이 거의 없지만, 마음먹은 대로 실현할 수 있는 일이 딱 한 가지 있긴 하다.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쓰는가, 즉 그 시간에 어떤 일을 하고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그러하다.
_오스틴 클레온, <킵 고잉>

그 책은 창의적인 삶, 예술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충분히 생산적으로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동기부여형 자기계발서였는데, 술먹고 마약하고 여러 사람과 불건전한 애정 관계를 맺는 삶을 예술적 재능이나 창의성과 연관짓는 것을 비판했다. (여러사람과 불건전한 따위의 얘기를 하니 내가 아주 꼰대처럼 느껴지는데, 폴리아모리처럼 그 '상대들'의 동의를 구했다면 그건 건전하니 불건전하니 내가 함부로 판단할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점이 아주 매력적인 자기계발서로, '예술' '창의력'이라는 마법의 단어에 기대 게으름을 무심코 합리화하던 나에게 큰 도움이 된 책이었다.  

오늘 아침에 떠올렸던 그 책의 한 내용은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켜고 뉴스를 보는 걸 그만두라'는 말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부정적인 사건으로 가득한 뉴스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그 사람은 불안과 혼돈을 하루의 첫 손님으로 초대한다는 말이었다. 물론 책에는 그러니 아침에 일어나서 스마트폰 자체를 멀리하라고 되어 있었지만, 세대 차이인지는 몰라도 나는 그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반대로 오히려 스르르 눈이 감기기 전에 스마트폰 화면을 켜고 모두가 인생의 낭비라 부르짖는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그리고 #동기부여 해시태그를 검색해 검색 피드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 사진과 동기부여형 카드뉴스로 가득 채웠다. 일단 이걸 보고, 그래도 쉬고 싶으면 더 쉬는거야. 그렇게 다짐하고 마음이 이끌리는 이미지를 클릭해 사람들이 적어둔 다짐도 보고, 차곡차곡 쌓인 도전들의 기록도 염탐했다. 지난 일주일동안 잊고 지냈던, '하루를 풍성하게 하는 설렘'이 마음 속에 꿈틀대기 시작했다. 10분도 되지 않아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침대를 정리했다. 그리고 오늘 하루 계획을 플래너에 적고 운동을 40분간 하고 씻은 뒤 지금 이 자리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유튜브 뮤직으로 잔잔한 클래식음악을 틀어주고 따끈한 커피 한 잔 곁들이니 세상에 더 부러울 것이 없다. 이것만으로도 깊은 만족감과 행복을 얻고 있다.

사실 아침에 일어나 매일 운동을 한다고 해서 운동선수가 되지도 않고, 영어공부를 조금씩 한다고 해도 집에 돈이 많아 어릴 때부터 영어 유치원 다니고 유학 갔다온 사람들만큼 영어를 잘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몇 년 동안 안 한 영어를 몇 십 일간 조금 했다는 이유로 요즘 미드를 볼 때 예전엔 들리지 않던 문장과 단어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순전히 내 만족이지만 이런 것들이 정신 건강에는 큰 도움이 된다. 대단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자기계발이 아니라, 내게 맞는 작은 성장의 과정에서 얻는 정신적 안정을 위한 자기계발. 오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인상깊게 보고 지금도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말을 지금 인용하면 딱 좋을 것 같다.

성공은 결과지만 행복은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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