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엄마,다른 듯 같은 엄마

장애부모, 부모의 자격을 말하다

by 은진슬

안녕하세요?


저는 반짝반짝 호기심도 많고, 에너지와 파워가 철철 넘쳐흐르는 일곱 살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니 평범해지고 싶은(?) 아줌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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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혈기왕성한 아들의 넘치는 에너지에 헉헉대기도 하고, 이제 곧 초등학교에 가게 될 아들에게 사교육이란 걸 시켜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팡질팡 하기도 합니다.


입 짧은 아들에게 내일 아침엔 뭘 해서 먹여야 하나 포털사이트 푸드 섹션을 보며 애꿎은 머리카락을 쥐어뜯다가도, 아들의 엄마 요리가 짱이라는 찬사 한 마디에 힘든 것도 잊어버리고 기꺼이 그의 전속 셰프가 되어 줍니다.


어쩌다, 유치원에서 아들이 말썽을 부렸다는 소식이라도 들으면 하늘이 무너져라 한숨 쉬며 우울해하다가도, 아들의 사근사근한 ‘엄마 사랑해!’ 한 마디에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보통 엄마이지요.


그. 런. 데.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 특이점이 있듯, 제게도 그런 게 하나 있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아주 많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일상생활에서 듣는 생활소음이 모두 음악으로 들리는 희한한 귀를 가지고 있어, 남이 누르는 전화번호 키패드 음을 들으면 전화번호나 비밀번호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또한, 숫자나 음정, 알파벳이나 자/모음을 들으면, 그것들이 머리 속에서 각각 특정한 색깔을 가진 레고 블록처럼 춤을 추며 쌓이다 부서지다가를 반복하는 희한한 뇌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1은 검정, 4는 하양, 도는 빨강, 라는 핑크… 뭐 이런 식이죠. 이것 때문에 머리가 너무 복잡하기도 하지만, 나름 어떤 것들을 기억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해요.

(특이한 사람 더 이상하게 보일까 봐 이건 공식적으로 처음 밝히는 거예요.^^)


하지만, 저의 제법 특이한 이런 부분들을 극적으로 압도할 만큼 커다란 특이점, 내지는 다름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제가 1급 시각장애를 가진 장. 애. 엄. 마.라는 점입니다.


사실, 저는 26주 만에 성질 급하게 엄마 배를 박차고 나온 미숙아로서, 기나긴 시간을 이 상태로 살아왔기 때문에, 장애가 뭐 그리 특별할 게 있나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더군요.


많은 분들이 이런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거예요.

인간극장이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사례 중심 프로그램 같은 곳에서, 너무나도 안타깝고 힘든 모습으로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장애인 부모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답답해 내뱉는 한 마디.


‘장애인이 자기 몸 하나 건사하고 살기도 힘든데, 왜 애를 낳아가지고 애까지 고생을 시켜. 애만 불쌍하게…’


그래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제 내면에는 이런 질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그렇다면, 대체 어떤 사람이 부모가 될 수 있는 건가?’

‘대체 부모의 자격은 무엇일까?’

‘만약, 장애인은 부모가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회적 대전제(?) 혹은 합의(?)가 있다면, 그런 부모의 자격 조건이라는 건 과연 누가 판단하고 결정하는가?’ …


남들과 조금은 다른 입장의 엄마가 되어, 남들과 딱히 다를 것도 없는 엄마 노릇을 6년간 해 오면서, 저는 끊임없이 질문했던 것 같습니다.


<나는 좋은 엄마일까?

좋은 엄마란 어떤 엄마일까?

내 아이는 내가 엄마인 게 괜찮을까?

진정한 부모의 자격은 과연 무엇일까?>


이토록 어렵고도 무거운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치열하게 고민하며 노력해 온 과정이, 지난 6 년여 간, 저와 제 아이를 키워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제가 이 공간에 담아낼 글들은, 장애 엄마가 나누고 싶은,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아이를 키우는 육아 이야기이자, 나를 키우는 육아 이야기입니다.

마음이 담긴 진정성 있는 글들을 통해, 독자님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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