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마트 식품 코너에 가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익숙한 노래가 있다.
어린아이들에게 콩이나 두부, 채소 등을 잘 먹게 하기 위한 두부 회사가 만든 일종의 캠페인 송이다. 나도 어릴 때 이 노랠 들으면 어쩐지 싫어하는 야채라도 한 번 더 먹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던 그런 노래다.
엄마는 이 노래를 특히 더 좋아하는데, 그건 바로 이 노래가 광활한 대형마트에서 시각장애를 가진 엄마가 쉽게 두부와 콩나물 섹션을 찾게 해 주는 훌륭한 렌드마크가 되어 주기 때문이란다.
엄마는 평소 이 노래를 들으면서 나와 같은 어린이들을 위한 장애공감 송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평소 성실하고 추진력이 좋은 엄마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장애공감 송을 진짜로 만들었고, 나는 영광스럽게도 그 노래의 레코딩에 참여하게 되었다.
엄마의 제법 혹독한 지도하에 노래를 며칠간 열심히 연습한 후 긴장된 마음으로 녹음실로 갔다. 녹음실에는 이 노래를 좀 더 풍성하고 멋지게 만들기 위해 함께 노래를 부를 나와 비슷한 또래 어린이들이 세 명 더 있었고, 우리는 금방 친해졌다.
우리들은 어린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달랐다. 학년도, 생김새도, 좋아하는 것도 모두 달랐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엄마가 만든 장애공감 송 <달라도 괜찮아>를 함께 부르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우리는 연습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재미있게 놀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각자가 학교에서 접하게 되는 장애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는데 모두가 그 친구들에 대해 딱히 불편해하지도 어색해 하지도 않았다.
나는 장애에 대해 이렇게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이런 분위기가 너무 맘에 들었다.
우리는 각자 다른 목소리로 열심히 장애공감 송을 불렀다.
우리의 다른 목소리들은 엄마의 아름다운 선율과 가사로, 편곡자 아저씨의 멋진 레코딩으로 한마음, 한목소리를 지닌 아름다운 노래로 거듭났다.
<손으로 책을 읽는 친구들, 눈으로 얘길 듣는 친구들,
바퀴로 걸어가는 친구들, 나완 좀 다른 친구들....
처음엔 낯설기도, 처음엔 어색하고,
처음엔 잘 몰랐지만
같이 놀기도 하고, 같이 공부도 하며
서로 조금씩 알아가 보니
동생과 내 모습이 다르고,
친구와 내 생각이 다르듯,
나와 조금 달라도 괜찮아.
예쁜 무지개처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