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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진슬 Jul 05. 2018

키자니아 예약하다,
시각장애엄마 대폭발하다!

시각장애인 접근성 고려 없는 쇼핑앱과 페이들

시각장애엄마 모바일로 키자니아 예약하다 마그마X 대.폭.발!!


주말에 아들과 키자니아 가려고 아이 재우고 10시부터예매를 하는데...
은진슬여사 대폭발!!
실은, 장난끼를 가득 담아 아들과 남편이 지어준 별명이 있다.
파이어로보 만화에 나오는 마그마X!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엄마는 세 번까지는 친절하게 말해주는데, 그래도 내가 말을 안 듣거나 하면 그 만화속 악당 마그마액스처럼 대폭발을 한다는 것이다.ㅋㅋㅋㅋ


근데, 내가 지금 그러게 생긴 거다.
왜 카카오페이가 할 수 있는 일을 네이버페이나 페이코는 못하는 것인가?
키자니아 티켓 따위 사기 위해 시각장애인이 한 시간 40분을 뻘짓해야 한다는 이 비루하고 어처구니 없는 사실을 과연 누가 믿을까?


기껏 겨우겨우 접근 안 되는 앱 달래가며 정보입력 다 하고 결제단계까지 갓는데, 편의를 위해 사용하고자 하는 어쩌구저쩌구 페이들의 비밀번호키페드가 접근 안되어 싹 다 포기해야 하는 그 상황 누가 알까?


여러가지 상황과, 접근문제로 결제 하나를 위해 40분씩 잡고 있다보면, 대폭발을 할 수 밖에 없다.


아이폰 보이스오버로 결제 진행하다 보면, 멀쩡하게 있던 결제동의버튼이 없어져 버려 동의를 못해 결제를 못한다.ㅋㅋㅋㅋㅋㅋㅋ
음성 끄고 비장애인에게 도움을 받으려 해도, 없어진 체크박스가 보이스오버 종료했다고 다시 나타나지 않아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ㅠㅠ
그야말로 어이상실.ㅋㅋㅋㅋㅋ
웃음밖에 안 나옴.

아이 일이니까 한 시간 40분 버텨서 해냈지 내 일이였음 진작 안한다고 애꿎은 스마트폰 던져버렸을 거다.

이건 오늘만의 일이 아니었다.
아들 연미복을 하나 사야 해서 인터넷으로 구매하는데 이 역시 접근 안 되어 결국 여동생에게 부탁해야 했고, 며칠 전, 아들 스키장갑이 작아져서 사려고 이마트 갔더니 아직 제품이 안 들어와서, 어쩔 수 없이 인터넷으로 사는데, 겨우겨우 1시간 훨씬 넘게 걸려 택배비를 아낄 수 있는 묶음배송상품까지 어찌어찌 담아 결제를 하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인증번호를 안 읽어준다. 할 수 없이 이 페이지가 만료될까 두려워 하며 가장 Response level이 높은 지인에게 스크린샷 떠서 읽어달라고 해서 겨우겨우 쇼핑 햇었다.


시각장애인들은 스크린리더 사용해서 모바일쇼핑도 느린데, 이런 식으로 문제까지 생기다 보면, 기껏 어렵게 정보를 다 입력하고 마칠 때가 되었는데 페이지가 타임아웃되어 그 지겨운 노가다를 다시 해야 하는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연속 며칠 이모양이라 아무리 전생에 독립운동가였나 싶은 나조차도 독립이 싫어진다.
신경이 너덜너덜, 멘탈 탈탈 털린다.
그래서 내가 뭐 하냐고?

나의 쇼핑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카카오 만세!


주요 쇼핑어플들과 각종 페이들을 다 사용해 쇼핑해 보면서 시각장애인들의 접근성이 어디까지 허용되고, 허용되지 않는 사례들은 쇼핑단계별로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다 훑어보고 있다.
사실, 나 이런거 되게 잘한다.


알파테스터, 버그리포팅, 유저인터페이스 테스트 등등... (심지어 영.어.로.ㅋㅋㅋㅋ)
그것도 엄청 꼼꼼하고 집요하게...
요즘 이런 뻘짓들을 하면서 그런 일 할 때가 생각났다.
이렇게 해서 뭘 할건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일단 너무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서 그냥 한다.

10 여년 전, 시각장애인들은 인터넷뱅킹하기도 쉽지 않은 게 우리나라 웹접근성 상태였다.
근데, 미국 Bank of America 사이트에서는 인터넷뱅킹을 할 수 있어 정말 신세계였던 기억이 난다.
아! 정말 이 나라에서 살기가 싫어진다.
나의 쇼핑자유를 오롯이 보장해 주는 건 카카오장보기 뿐이구나!
카카오 만세!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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