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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진슬 May 16. 2023

1. 오카리나 연주회에 엄마 아빠를 못 오게 하다!

  아! 어떡하지? 엄마 아빠한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오늘은 우리 학교 학년별 오카리나 연주 발표회가 있는 날이다. 학교에서는 시간이 되는 엄마 아빠들은 오시면 좋겠다고 초대를 하였다. 하지만 나는 엄마가 학교에 오시는 것이 좀 불편하다.


  나에게는 그럴만한 사정이 좀 있다.



  우리 엄마가 휴대폰 화면을 눈 가까이 대고 볼 때, 많은 아이들 속에서 나를 찾지 못해 당황할 때, ...  사람들의 어색하고 불편한 시선이 늘 엄마에게, 또한 때론 같이 있는 나에게 집중되곤 한다.


  그렇다. 우리 엄마는 가까이에 있는 큰 사물을 겨우 구분할 수 있는 정도의 시력을 가진 시각장애인이다.


  간혹 매너가 아주 좋아 보이는 어른들 중에는 엄마의 이런 다른 모습을 크게 개의치 않는 분들도 계시지만, 대부분의 어른들 역시 이런 엄마를 보면 뚫어지게 쳐다보거나 불편한 시선을 보낸다. 초등학교에 입학해 보니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냥 좀 모른 척해 주면 좋으련만...


  그래서 난 내일 오카리나 합주회 때 엄마가 오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도 안다. 그렇게 엄마에게 말한다면 엄마가 마음이 아프고 상처를 받을 거라는 것을.

그래서 어젯밤 내내 많이 고민하며 잠도 설쳤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좋은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무거운 마음으로 아침을 먹고는 내 방으로 들어가 뭉그적거리며 옷을 입고 가방을 챙기며 긴 시간을 보냈다.


  아! 이젠 말해야 하는데…


  내 안의 모든 용기를 겨우 끌어모아 나는 큰 소리로 내 방에서 이렇게 외쳤다. 엄마! 할 얘기가 있어요. 제 방으로 와 주세요. 나는 엄마랑 단둘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엄마는 이런 일에 늘 쿨하고 담대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 엄마… 저…. 할 얘기가 있는데….

- …

- 뭐 고민되거나 불편한 이야기인가 보지? 괜찮으니까 얼른 말해봐.

- 저… 혹시 엄마 오늘 오카리나 연주회에 안 오면 안 돼?

- …

- 사실 난 엄마가 눈 나쁜 거 괜찮고 아무렇지도 않은데…. 엄마도 알잖아. 애들은 철이 너무 없어서… 애들이 막 놀릴 것 같고… 그래서…. 

- 엄마! 미안…

- 그랬구나! 그 부분이 고민되고 불편했구나! 미안하긴…. 오히려 엄마는 이렇게 솔직하게 말해 줘서 너무 고마운데… 그래, 엄마는 이응이 입장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 그게 네 마음이 편할 것 같으면 그렇게 하도록 하자! 마음 불편해하지 않아도 돼. 선생님께서 영상도 공유해 주실 건데 뭐…. 울 아들 오카리나 잘 부니까 오늘 실력 발휘 제대로 하고, 화이팅이다!

- 엄마! 이해해 줘서 고마워. 근데 아빠도 같이 간다고 휴가 내셨는데 어떻게 해?

- 뭐, 그 김에 엄마 아빠 백화점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오랜만에 데이트도 하지 뭐.



  역시 엄마는 내 생각대로 담담하셨다. 사실 난 아빠가 더 걱정이다. 아빠는 엄마보다 마음이 여리기 때문이다.

  뭐, 그래도 이젠 어쩔 수 없다. 나는 애매하고 불편한 마음으로 학교로 갔다.


  사실 우리 반은 오카리나 연주를 참 잘한다. 음악에 조예가 깊은 엄마는 우리 반 연주를 보시며 어떤 평가를 하실지도 궁금했었는데…

  하지만 이젠 어쩔 수 없다. 어찌 되었든 우리 반은 오카리나 연주를 매우 잘 했고, 담임선생님께서 지도를 잘 해주시는 것 같다는 엄마의 말씀이 진짜 맞았던 것 같다. 내가 봐도 우리 반 연주가 제일 훌륭했으니까.



  하지만 무언가 마음이 불편하기도 편안하기도 한 묘한 기분이었다는 건 부정할 수가 없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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