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길고 어쩌면 짧을 안식년의 시작
몇몇의 친구들은 말했다.
"혼자 어쩌려고!"
"외롭지 않겠어?"
또 몇몇의 친구들은 말했다.
"응원할게"
"멋지다야!"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새로운 어떤 관계도 형성되지 않은 곳에서 오로지 '나'를 만나고 싶었다.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충전되는, 심심하다거나 외롭다의 정의가 불분명한 인간형(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이 맞는지도 궁금했다.
방콕이 전혀 새로운 곳은 아니다.
20여 년 전, 이곳에서 4년 정도 지냈다. 방콕에서 방콕 하는 집순이의 면모를 보이느라 태국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아쉬운 시간이었다. 그렇다는 사실을 한국으로 돌아온 한참 후에나 알았다. 그렇게 무덤덤하게 지낸 시간들이 그리워질 줄은 몰랐다. 모든 것이 열악하고(20여 년 전에는 그랬다) 언어도 잘 통하지 않는 태국이 그립다니. 절경도 해변도 없는 도심 방콕이 보고 싶다니.
관계에 치이고 일에 치일수록 방콕에서 늙어가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쳐들어왔다.
때마침 2024년은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 만큼 몸과 마음이 임계치에 다다랐다. 모든 걸 다 정리하고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머릿속엔 온갖 핑계와 변명이 난무했다. 그 와중에 2025년부터는 삼재라나. 오, 그렇다면 어디로 내빼는 것이 상책이지! 도망가자! 추진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나는 두 달 만에 회사, 집, 관계에서 꽁무니를 뺐다. 매우 깔끔하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안식년'이라는 거창한 상을 부여했다. 기간은 내가 끝내고 싶을 때까지로 정했다. 그 정도의 권한은 있어야 폼이 날 것 같았다.
개똥이(내가 모시는 주인님)와 나는 그렇게 방콕 한가운데 자리를 잡았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