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에 없는 호강이란 이런 것인가
이십 년 전과는 달리 방콕에 펫프랜들리 콘도가 많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태국은 우리나라의 아파트 형식을 '콘도'라고 하고, 단독주택은 '무반'이라 부른다). 예전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능했던 반려동물 동반 입주였는데 한 달 살기부터 장기 체류 외국인들이 늘어난 지금은 관리차원에서인지 허용이 되는 콘도는 그만큼을 값으로 치뤄야 한다. 선택지도 많지 않지만, 황당한 조국의 이슈로 환율이 치솟아 상황이 쉽지 않았다. 집은 팔렸고, 이것저것 처리해 가며 틈틈이 방콕 부동산도 뒤지며 밤을 새기도 했는데, 막상 방콕에 뚝 떨어지고 나니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올라있다. 임대료는 고사하고 반려동물 동반 입주가 안된다고 하니 그 막막함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호텔에 있는 7일 동안 집을 구해야 한다. 그래도 세상이 좋아져 손품 발품 팔아 펫프랜들리 콘도를 만났다. 방은 하나지만 서재가 따로 있고, 거실과 부엌이 나름 넓어 답답함이 없었다. 더군다나 서재는 삼면이 유리로 뷰가 말할 수 없이 좋았다. 단독주택들과 빌딩이 적당히 어우러져 있어서 삭막하지 않은데, 거실과 서재, 안방 3베이는 방콕에서는 흔하지 않은 구조다. 흔하지 않지만 희망했던 구조라 망설임 없이 결정했다. 동물 동반 입주가 가능하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마음에 들지 않은 건 임대료뿐이었다. 보증금과 임대료를 내며 후들후들 떨렸지만, 많지 않은 선택지 중 좋은 선택이라고 나를 다독였다.
서재에 앉아 있으면 내가 누려도 좋은 호사인가, 그런 생각이 든다. 내 맘대로 안식년이라지만 이래도 되나 싶은 쫄보의 마음. 그럴 때면 개똥이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개똥아, 니 덕분에 엄마가 팔자에도 없는 호강을 한다!"
개똥이가 아니었다면 꿈꾸지 못했을 집이 생겼다. 그것도 제2의 고향 방콕에.
1년 동안 걱정, 근심은 개나 줘버리고, 내 고양이랑 잘 살아봐야지.
잘 부탁한다, 개똥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