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했다. 퇴근 후 월정리 해변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주말이면 성산 일출봉을 찾아 일출을 보며 등산하는 일상을 꿈꿨다. 힘든 일이 있으면 함덕 바닷가에 앉아 파도소리 뒤에 숨어 넋 놓아 울고 싶었다.
서울 사는 친구를 만났다. 부산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퇴근 후 광안리 해변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주말이면 황령산에 올라 부산 시내를 내려다보는 일상을 꿈꾼다고 했다. 힘든 일이 있으면 해운대 바닷가에 앉아 파도소리 뒤에 숨어 울고 싶다고 했다.
나는 부산에 살고 있다. 퇴근 후 곧장 집으로 가서 드러눕는다. 광안리 해변에 앉아 맥주를 마시지도 주말이면 황령산 등산도 하지 않는다. 힘든 일이 있으면 수영장에서 헤엄을 치며 스트레스를 풀었지 해운대 바닷가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사람 많은 해운대를 왜들 그리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부산에 살고 싶어 하는 친구 모습에서 제주도에 살고 싶어 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제주도 사는 사람들도 나와 똑같지 않을까. 퇴근 후 피곤에 쩔어 집에 가기 바쁘고, 주말엔 널브러져 방구석에서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게 현실이겠지. 사람 많은 관광지는 쳐다보지도 않을 것 같다.
휴가 때 찾은 부산과 제주도는 평화롭고 여유로워 보인다. 하지만 그곳에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은 여행같은 삶을 살지 않는다. 아름다운 바다도 북적이는 관광지를 찾을 여유가 없다. 먹고 살기 바쁘니까.
제주도 생활도 부산에서 보내는 시간처럼 흘러 갈 것 같았다. 월정리 해변을 찾지도 성산 일출봉을 오르지도 않을 것 같다. 힘든 일 있으면 고기 국수에 한라산 소주를 마시며 눈물을 흘리겠지.(아 이건 매일 할 자신있는데...)
제주도에서 일할 기회를 걷어차버렸다. 꿈꾸던 삶이었지만 막상 겪어보면 생각이랑 다른 경우가 많으니까. 먹고 살 걱정이 없을 때, 그때는 꼭 제주도에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