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도 이제는 ‘오버 스펙’인 지원자를 스펙 미달인 지원자보다 먼저 걸러냅니다. 뽑아봤자 오래 일하지 않고 퇴사할 게 분명하거든요. 만족스럽지 않은 연봉에,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 스스로 터무니없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대우일 테니까요.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팀장이 되어 있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3년이 흘렀습니다. 중소기업이긴 하지만 나름 이름 있는 회사에서 팀장으로 일한 지도 벌써 3년째입니다. 오랜 회사 생활을 통해 가장 크게 배운 점은 신규 직원을 채용할 때 ‘이런 사람은 뽑지 않겠다’는 안목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지원자가 있습니다. 그는 ‘지거국’을 조기 졸업할 예정인 수재였습니다. 어학 점수도 어디서나 돋보일 만큼 우수했죠. 그런 인재가 우리 회사의 신규 채용 공고에 지원했습니다. 회사 대표와 인사팀장은 수많은 이력서 중 단연 눈에 띄는 그의 경력을 보며 감탄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사람,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지?’
우리 회사가 이름 있는 기업이긴 하지만, 그렇게 좋은 회사는 아닙니다. 아무리 취업 시장이 어렵다 해도, 이렇게 뛰어난 스펙을 가진 사람이 다니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유명 대기업 공채에도 합격할 만한 사람이 우리 회사에 지원했다는 점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급여나 처우도 내세울 만한 수준이 아니었으니까요. 나중에 동기나 친구들과 연봉을 비교하며 현타를 느낄 게 뻔했습니다. 오래 머물지 않을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저의 우려와 달리 그는 결국 합격했습니다. 그러나 한 달간의 OJT가 끝날 즈음, 그 직원은 시중은행에 합격했다며 가슴에 달고 있던 명찰을 반납하고 회사를 떠났습니다. 제 예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지원자는 ‘인서울’ 대학을 졸업하고 2년 경력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느낌이 좋지 않았습니다. 인사팀장이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해서 면접 일정을 잡았습니다. 면접장에서 만난 지원자는 똑 부러지는 성격이었습니다. 저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습니다.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나요?”
그는 “성장 가능성 때문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순간, “아쉽지만 우리 회사는 성장할 수 있는 회사가 아닙니다”라고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습니다. 이 지원자와도 약 3개월간의 인연을 끝으로 동행을 마무리했습니다. 몸값을 낮춰 입사했지만, 연봉과 조건이 만족스럽지 않다며 회사를 떠난다고 했습니다. 경력직답게 일을 척척 해내던 직원이라 아쉬웠지만, 그의 퇴사는 예상했던 일이었습니다.
연차를 사용한 날도 월요일이나 금요일 같은 요일이 아니었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는 병원에 가거나 다른 회사 면접을 보는 두 가지 중 하나죠. 연봉이나 복지의 차이가 도저히 메울 수 없는 수준이라 붙잡을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미련 없이 떠나보냈습니다.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서 회사에서도 이제는 ‘오버 스펙’인 지원자를 스펙 미달인 지원자보다 먼저 걸러냅니다. 뽑아봤자 오래 일하지 않고 퇴사할 게 분명하거든요. 만족스럽지 않은 연봉에,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 스스로 터무니없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대우일 테니까요. 회사는 적어도 3년 이상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1년은 업무를 익히는 기간이고, 그다음부터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으니까요.
화려한 경력과 스펙을 갖춘 사람이 회사에 지원해준다면 감사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저 역시 팀장으로서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죠. 우리나라 일류 기업만 봐도 학벌 좋은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들이 만족할 만한 연봉과 복지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제 스펙이 좋은 지원자를 절대 뽑지 않습니다. 아무리 우리 회사가 좋다고 해도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회사에는 학벌이나 경력이 화려한 사람보다 오래 함께 일할 사람이 더 필요합니다. 우리 회사 수준에 적합한 스펙을 가진 사람과 함께 성장하며 오래 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 그리고 이런 일들을 겪으며 깨달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좋은 스펙과 업무 능력은 절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공부 머리와 일머리는 다르다는 것을요. 이렇게 이야기하고 보니 지금 함께하는 저희 팀원과 직원들이 부족하다고 들릴 수 있지만, 절대 그런 건 아닙니다. 이들은 어떤 학벌이나 경력과도 바꿀 수 없는 뛰어난 업무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글에 나오는 회사, 직책, 업무 등은 사연 내용을 재구성하여 만들었습니다.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