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가서 개고생 말고 더 얻는 것은?
앞서 ‘홈리스’라는 표현에 대해 설명하며 얘기한 바와 같이, 집은 내 머리를 덮어주는 지붕 외 가족과 친구, 그리고 헬스장과 카페에서 가끔, 아님 어색하게 많이 마주치는 동네주민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요. 이미 익숙해져 있고, 평상시에 관심도 안 가는 것들에 대해 집 나가 개고생 하면 감사함이 저절로 생기고,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조차 너무나도 큰 행복이에요.
여행을 다니면 자신의 역사가 쓰인 장소들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자신의 나이도 잠시 잊게 된다고 얘기했잖아요. 저는 스트레스로 너덜거리는 몸과 마음을 이끌어 인천공항에서 강남까지 버스를 타고 돌아왔는데, 그때 서울 시내 전경을 쭉 감상할 수 있었어요. 전 남자 친구와 데이트 중 크게 싸워서 눈물이 터졌던 공원, 고등학교 베프와 호캉스를 갔던 호화스러운 호텔, 불안증을 감싸고 면접을 보러 갔던 높은 빌딩을 보며 저는 제 역사를 되새기며 집으로 향했죠. 저는 아픈 기억이 꽤나 많은 사람이에요. 그때, 저를 감싸주었던 그저 익숙하기만 했던 가족과 동네는 여행에 앞서 지루하고 뛰쳐나가고 싶은 곳이었지만, 이제는 나를 퇴출시킨다 해도 영화 ‘기생충’처럼 동네 스타벅스 창고에서 마루를 피고 숨어 살고 싶을 만큼 소중하고 아름다운 곳이 되었네요. 이렇게 집을 떠나 제 자신을 찾았다고 해서 저를 길들인 문화와 공동체가 싫어지진 않아요. 저의 독특함과 함께, 제가 살던 문화와 커뮤니티가 지어준 관습이 제 자아의 평생 일부가 될 것이라는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되죠.
집을 떠나 나 자신을 찾는다고 해서 재가 속했던 공동체에 대한 애정은 어디로 사라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나만의 정체성을 깊이 이해하면서, 그 문화와 공동체가 내게 남긴 관습과 가치가 평생 나와 함께할 소중한 일부라는 걸 깨닫게 되었죠.
잠시 디지털 노마드로 여정으로 제 내성적인 성격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어요. 하지만 조금 변하기 시작한 건 확실해요. 저는 제 자신이 얼마나 놀라운 적응력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제 내면을 채우고 있던 따뜻함과 친절함을 타지에서 새롭게 경험하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혼자 영화관에 가서도 주저 없이 팝콘을 사고, 이런 조금 수줍은 제 모습을 오히려 즐길 수 있게 되었어요. 제 자신을 더 잘 알고 더 사랑하게 된 된 덕분에, 제가 속한 문화와 공동체가 만들어준 뿌리를 더 소중히 여기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