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물결 속에서 마주한 새로운 책임감

by GLEC글렉

어느 날 아침,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뉴스를 읽다가 문득 깨달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유럽연합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 일명 CSRD가 시행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는 소식이었다.


물류업계에서 일하는 나에게는 이것이 단순한 규제 변화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순간이었다. 매일 수많은 화물들이 대륙을 가로지르며 사람들의 삶을 이어주는 이 산업에서, 우리는 과연 지구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2024년 1월부터 시작된 이 변화는 처음엔 먼 나라의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이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 활동하는 한국 물류기업들에게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필수적인 과제가 되었다.


기존의 비재무정보공시지침을 대체한 CSRD는 훨씬 더 구체적이고 상세한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를 요구한다. 약 50,000개의 유럽 기업들이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중 상당수가 바로 우리와 같은 물류 및 운송 관련 기업들이다. 숫자로만 보면 차갑게 느껴지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노력이 담겨있다.


우리가 짊어진 무게의 의미

물류와 운송 산업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6%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마음이 무거웠다. 우리가 매일 하는 일이 지구 환경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니. 동시에 책임감도 느꼈다. 이 산업에서 일하는 우리가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CSRD는 이러한 산업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 단순히 직접 배출량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간접 배출량까지 포함한 전체 가치사슬의 탄소 발자국을 요구한다. 이는 운송 차량의 연료 소비로 인한 직접 배출, 창고 및 터미널 운영에 사용되는 전력으로 인한 간접 배출, 그리고 협력업체 및 하청업체를 통한 운송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배출량까지 모두 포함한다.


처음에는 이 모든 것을 측정하고 보고한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차근차근 살펴보니, 이것이 우리가 지금까지 놓치고 있던 중요한 부분들을 돌아보게 하는 기회라는 것을 깨달았다.


단계적 변화 속에서 발견한 희망

2025년 현재, 첫 번째 단계의 적용 대상 기업들이 첫 번째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이들은 2024년 회계연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유럽연합 내 대규모 공익법인으로 분류되는 물류기업들이 이 첫 번째 그룹에 포함된다. 직원 500명 이상, 매출 400억 유로 이상, 또는 자산 200억 유로 이상의 조건 중 두 가지를 충족하는 기업들이 해당된다.


이런 단계적 접근 방식을 보면서, 변화가 갑작스럽게 오는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느꼈다. 2026년부터는 중간 규모 기업들도 포함되고, 2028년부터는 유럽연합 외부 기업 중에서도 유럽연합 내에서 상당한 활동을 하는 기업들이 적용 대상이 된다. 이는 우리나라의 많은 물류기업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은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준비 과정에서 우리는 더 나은 기업, 더 나은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준비의 시작에서 느낀 설렘

CSRD 준수를 위해 물류기업들이 준비해야 할 핵심 요소들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이것이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기회라는 것을 점점 더 강하게 느끼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탄소배출량 측정 시스템 구축이다. 이는 단순히 연료 소비량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서, 정확한 배출계수를 적용하고 운송 경로별, 화물 유형별로 세분화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처음에는 복잡해 보였지만, 차근차근 구축해 나가면서 우리 회사의 운영 현황을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경로에서 연료가 많이 소모되는지, 어떤 방식으로 운송할 때 더 효율적인지를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었다.


데이터 수집 및 관리 프로세스도 중요한 요소다. CSRD는 보고된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요구하므로, 데이터의 수집부터 검증, 보고까지의 전 과정이 투명하고 추적 가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더 체계적이고 정확한 업무 프로세스를 갖게 되었다.


제3자 검증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CSRD 하에서는 지속가능성 보고서가 외부 감사인에 의해 검증되어야 한다. 이는 우리가 보고하는 내용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동시에 우리 자신도 더 엄격한 기준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만든다.


기술적 도전 속에서 찾은 해답

물류기업들이 CSRD 준수 과정에서 직면하는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는 정확한 탄소배출량 측정이다. 물류 운영의 복잡성과 다양성으로 인해 이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운송 수단마다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도로 운송, 철도 운송, 해상 운송, 항공 운송 등 각각의 운송 수단은 서로 다른 배출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각 모드별로 적절한 측정 방법론과 배출계수를 적용해야 한다.


같은 트럭이라도 운송하는 화물의 무게, 부피, 특성에 따라 배출량을 어떻게 할당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런 세밀한 부분까지 고려하다 보니, 우리가 얼마나 다양하고 복잡한 일을 하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이 이런 어려움들을 해결해주고 있다.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IoT 센서와 텔레매틱스 기술을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연료 소비량, 운행 거리, 공회전 시간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정확도와 편의성을 제공한다.


선도기업들의 노력에서 얻은 영감

선도적인 글로벌 물류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DHL과 같은 대형 물류기업은 전용 지속가능성 보고 플랫폼을 구축하여 전 세계 운영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 그들은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하여 배출량 예측과 최적화를 수행하고 있다.


FedEx는 전기차 도입과 함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통해 배출량을 감축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들을 CSRD 보고서에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Maersk는 해운 부문에서 친환경 연료 사용과 선박 효율성 개선을 통해 탄소 중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의 노력을 보면서, 이것이 단순한 규제 준수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들은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있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도전과 기회

한국의 물류기업들도 CSRD 시행에 맞춰 적극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더욱 신속한 준비가 필요하다.


현대글로비스, CJ대한통운 등 대형 물류기업들은 이미 ESG 경영 체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CSRD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에 맞춰 보고 체계를 재정비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을 보면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충분히 글로벌 기준에 맞춰 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중소 물류기업들의 경우 자체적인 시스템 구축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전문 컨설팅 서비스나 SaaS 기반의 탄소배출량 측정 솔루션을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중소기업들도 접근할 수 있는 솔루션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K-ESG 가이드라인과 CSRD 요구사항 간의 연계성을 강화하여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지원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힘이 된다.


솔루션 선택의 기준을 세우며

CSRD 준수를 위한 탄소배출량 측정 솔루션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기준들을 정리해보면서,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국제 표준 준수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ISO14083, GHG Protocol, ISO 14064, PAS 2050 등의 국제 표준을 준수하는 솔루션을 선택해야 한다. 이는 우리의 보고서가 글로벌 기준에 맞다는 것을 보장해준다.


물류 산업 특화 기능도 중요하다. 운송 모드별 배출량 계산, 화물 특성별 할당, 경로 최적화 등 물류 특성을 반영한 기능이 포함되어야 한다. 일반적인 솔루션으로는 우리 산업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기존 시스템과의 연동 기능도 고려해야 한다. 운송관리시스템, 창고관리시스템 등과 연동되어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할 수 있어야 효율적이다.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은 정확성 면에서도, 효율성 면에서도 한계가 있다.


보고서 생성 및 검증 기능도 필요하다. CSRD 요구사항에 맞는 보고서를 자동으로 생성하고, 제3자 검증을 위한 데이터 추적성을 제공해야 한다.


미래를 그려보며

CSRD 시행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더욱 강화되고 확대될 것이다. 물류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가상 물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배출량을 사전에 시뮬레이션하고 최적화할 수 있다. 이는 실제 운영 전에 다양한 시나리오의 환경 영향을 평가할 수 있게 해준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투명한 데이터 관리도 중요한 트렌드다. 공급망 전반의 탄소 발자국을 투명하게 추적하고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기반의 예측 분석을 통해 미래 배출량을 예측하고 사전에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보고를 넘어서 실질적인 탄소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모든 변화들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희망을 느낀다. CSRD 시행은 물류 산업에 새로운 도전을 가져다주지만, 동시에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기도 하다.


정확한 탄소배출량 측정과 투명한 정보 공시를 통해 물류 산업 전체의 환경 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 물류기업들은 이제 CSRD를 단순한 규제 준수 차원을 넘어서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성 확보의 기회로 인식해야 한다.

미래의 물류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환경 친화적인 운영 방식과 투명한 정보 공시가 필수적이다. 이것이 우리 모두가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이다.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며 뉴스를 읽을 때마다, 이 변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 그리고 이 여정에 함께하는 모든 분들과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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