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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탄소의 무게, 배출권 거래제란?

by GLEC글렉

2025년 새해가 밝은 지 벌써 몇 주가 지났다. 매년 이맘때면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다짐을 다지곤 하는데, 올해는 유독 다른 무게감이 느껴진다. 바로 탄소중립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류업계에서 일하며 탄소배출량 측정을 업으로 삼고 있는 나에게 2025년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바로 배출권 거래제가 본격적으로 우리 일상을 바꾸기 시작한 해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이를 부담스러운 규제라고 여기지만, 나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시장 원리로 풀어가는 환경 문제

배출권 거래제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환경 문제를 시장 원리로 해결한다는 발상이 무척 흥미로웠다. 정부가 전체 탄소배출량에 상한선을 설정하고, 기업들이 할당받은 배출권을 서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마치 탄소배출량을 화폐처럼 거래하는 것이다.


이 제도의 아름다운 점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시장의 자율성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할당받은 배출권보다 적게 배출하면 남은 배출권을 다른 기업에게 판매할 수 있고, 반대로 더 많이 배출했다면 추가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전체 배출량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한국의 배출권 거래제, 그 10년의 여정

우리나라가 2015년부터 K-ETS를 운영한 지 어느덧 10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았고, 기업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안정화되었고, 이제는 기업들도 이 제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올해 2025년은 3차 계획기간의 마지막 해다. 정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연평균 2.2%씩 할당량을 줄이고 있다. 처음에는 큰 변화가 아닌 것 같았지만, 누적되면서 기업들은 점점 더 적극적인 감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또한 유상할당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기존에는 대부분 무상으로 배출권을 할당했지만, 점진적으로 유상할당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이는 기업들에게 탄소배출이 더 이상 공짜가 아니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세계는 하나의 탄소 시장으로

전 세계적으로 배출권 거래제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 것은 유럽의 한 물류 회사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였다. 유럽연합의 EU-ETS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배출권 거래시장이다. 그런데 2025년부터는 해운업이 EU-ETS에 포함된다고 했다. 이는 우리나라 물류기업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유럽 항구를 운항하는 선박들은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므로, 우리나라 물류기업들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한 지역별 배출권 거래제가 운영되고 있고, 중국도 2021년부터 전국 단위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 역시 도쿄와 사이타마 지역에서 시행 중이며, 전국 단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물류업계가 맞닥뜨린 새로운 현실

물류업계에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배출권 거래제가 우리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이다. 솔직히 말하면,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특히 대형 물류기업들은 이미 배출권 거래제 적용 대상에 포함되어 있고, 중소 물류기업들도 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운영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배출권 구매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거나, 감축 투자를 위한 자금이 필요해진다. 또한 탄소배출량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정확한 배출량 측정과 관리가 경영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이런 변화 속에서도 기회는 분명히 존재한다. 효율적인 감축 활동을 통해 여유 배출권을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친환경 이미지를 통한 브랜드 가치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정확한 측정, 모든 것의 시작

배출권 거래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배출량 데이터다. 이는 마치 회계에서 정확한 장부 기록이 중요한 것과 같다. 물류기업들은 차량, 선박, 항공기 등 다양한 운송수단을 사용하기 때문에 각각의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현장에서 보면, 많은 기업들이 아직도 정확한 배출량 측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접배출에는 자사 소유 차량과 선박의 연료 사용량이 포함되고, 간접배출에는 물류센터와 사무실의 전력 사용량이 해당된다. 또한 기타 간접배출에는 외주 운송업체의 배출량, 직원 출장 등이 포함된다.


이런 복잡한 데이터를 운송 구간별, 화물 종류별, 운송수단별로 세분화하여 수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어느 부분에서 배출량이 많이 발생하는지 파악하고, 효과적인 감축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미래를 위한 준비

2025년 이후 배출권 거래제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4차 계획기간에서는 할당량이 추가로 축소되고, 유상할당 비중도 확대될 예정이다. 또한 국제적으로도 항공과 해운 분야의 배출권 거래제 적용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류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비하여 장기적인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하고, 단계별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또한 탄소회계 시스템을 구축하여 실시간으로 배출량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인력 양성도 중요하다. 탄소관리 전문가를 양성하거나 외부 전문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고객사와의 협력을 통해 친환경 물류 서비스를 개발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야 한다.


변화 속에서 찾는 희망

때로는 변화가 두렵기도 하다. 익숙한 것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것들이 등장할 때면 불안감이 앞서기 마련이다. 하지만 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우리가 얻게 될 것들을 생각해보면, 희망을 품게 된다.


먼저 친환경 기술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질 것이다. 전기차, 수소차, 바이오연료 등 새로운 기술들이 더욱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또한 AI와 IoT를 활용한 스마트 물류 시스템이 구축되어 운송 효율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공급망 전체의 탄소관리도 중요한 변화 중 하나다. 물류기업은 고객사와 협력하여 공급망 전체의 탄소배출량을 관리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사의 Scope 3 배출량 관리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함께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미래

2025년은 배출권 거래제가 본격적으로 자리잡는 중요한 해다. 물류기업들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탄소관리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이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확한 데이터와 체계적인 접근을 통해 배출권 거래제를 성공적으로 활용한다면, 우리는 경제적 이익과 환경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노력들이 모여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탄소의 무게를 정확히 측정하고, 그것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2025년에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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