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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함께 걷는 물류의 여정

by GLEC글렉

새해가 밝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는 유독 다른 기분으로 시작되었다. 물류업계에서 십여 년을 보내온 나에게 2025년은 단순한 시간의 연장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점처럼 느껴진다.


어제까지만 해도 우리는 '얼마나 빨리, 얼마나 저렴하게' 상품을 운반할 수 있느냐에만 집중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마주하는 뿌연 대기와 점점 더 자주 발생하는 이상기후 현상들을 보며, 우리가 걸어온 길이 정말 옳은 방향이었는지 자문하게 된다.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업계를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변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가 세상을 뒤흔들었던 그 시기, 우리는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하룻밤 사이에 무너져 내린 글로벌 공급망을 보며, 효율성만을 추구해온 우리의 방식이 과연 지속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때부터였다. 단순히 물건을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옮기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 아니라는 깨달음이 찾아온 것은. 우리는 지구라는 거대한 생태계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고, 우리의 모든 활동이 이 행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책임감

물류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때로는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된다. 매일같이 수많은 트럭이 도로를 달리고, 거대한 선박들이 바다를 가로지르며, 항공기들이 하늘을 날아다닌다. 이 모든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을 생각하면, 가슴 한편이 무거워지곤 한다.


하지만 동시에 희망도 보인다. 환경적 책임감을 가지고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더 이상 부담이 아닌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제는 ESG 경영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시대가 되었다.


지속가능성이라는 새로운 나침반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것은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선다. 그것은 환경적 책임, 사회적 가치, 경제적 지속가능성이라는 세 개의 축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환경적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정확히 측정하고 관리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측정되지 않는 것은 관리될 수 없다는 말처럼, 우리가 배출하는 탄소의 양을 정확히 알아야 효과적인 감축 방안을 세울 수 있다.


사회적 책임도 빼놓을 수 없다. 공급망의 모든 단계에서 인권이 보호되고, 노동자의 안전이 보장되며,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에서는 각 지역의 문화와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적 지속가능성은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가치 창출에 초점을 맞춘다.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리스크를 관리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여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


기술이 가져다주는 희망

올해 물류업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변화 중 하나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투명성 강화이다. 블록체인, IoT, 인공지능 등의 기술을 통해 공급망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되었고, 실시간으로 상품의 이동 경로와 환경적 영향을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순환경제 모델의 확산이다. 기존의 일직선적인 공급망에서 벗어나 재사용, 재활용, 재제조를 통한 순환형 공급망을 구축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폐기물 최소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가져온다.


로컬 소싱과 니어쇼어링의 확산도 눈에 띈다. 운송 거리를 줄여 탄소배출량을 감소시키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면서도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숫자 너머의 진실

탄소배출량 측정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숫자를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다. 특히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량을 측정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제품이 생산되어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표준화된 측정 방법론과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수집 시스템이 필요하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표준들을 활용하여 일관성 있는 측정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혁명의 물결

물류업계의 디지털 전환은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의 핵심 동력이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활용한 수요 예측은 과잉 생산과 재고 낭비를 줄여 자원 효율성을 높인다. 최적 경로 설정 알고리즘을 통해 운송 거리와 연료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 기술은 실시간 데이터 수집과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한다. 차량의 연료 소비량, 운행 패턴, 유지보수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블록체인 기술은 공급망의 투명성과 추적가능성을 크게 향상시킨다. 제품의 원산지부터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검증할 수 있어, 지속가능한 조달과 윤리적 경영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된다.


함께 걷는 길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은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공급업체, 물류업체, 고객사 간의 긴밀한 협력과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서,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 관계라 할 수 있다.


원자재 공급업체와는 지속가능한 원료 조달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환경 친화적인 재료 사용, 공정한 노동 조건 보장, 지역사회 발전 기여 등을 고려한 조달 정책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유통업체와 최종 소비자와는 순환경제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제품 회수, 재활용, 재사용 프로그램을 통해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자원의 순환을 촉진해야 한다.


변화하는 세상의 규칙

각국 정부는 탄소 중립 달성과 지속가능발전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과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새로운 규제들이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지속가능성 관련 데이터 수집과 보고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탄소배출량 데이터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정부의 인센티브 정책을 적극 활용하여 지속가능한 기술 도입과 시설 개선을 추진할 수 있다. 친환경 차량 도입, 재생에너지 사용, 에너지 효율성 개선 등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실천의 의미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현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기준점을 설정해야 한다. 탄소배출량, 에너지 사용량, 폐기물 발생량 등 주요 지표들의 현황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다음으로 명확하고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국제 표준을 활용하여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접근법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개선이 필요하다. 정기적인 성과 측정과 분석을 통해 목표 달성 여부를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개선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


희망찬 미래를 향하여

앞으로 물류업계의 지속가능성 트렌드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 드론 배송의 확산, 전기차 및 수소차의 보급 확대 등이 물류업계의 환경적 영향을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정확하고 효율적인 공급망 최적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예측 정확도가 향상되고 실시간 최적화가 가능해지면서,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고 환경적 영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은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전략적 투자이다.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들은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으로 쓰는 결론

길었던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종종 하늘을 올려다본다. 언젠가는 우리 아이들이 더 깨끗한 하늘을 볼 수 있을까? 그런 희망을 품고 오늘도 일터에서 작은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지구를 위해,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정확한 측정과 체계적인 관리, 혁신적인 기술 도입, 그리고 모든 이해관계자들과의 진심 어린 협력을 통해 환경적 책임과 경제적 성과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이 여정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 믿는다. 오늘도 그런 희망을 품고 내일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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