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숫자들, 그 무게를 측정하다

by GLEC글렉

처음 GHG Protocol이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나는 그저 복잡한 규제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물류업계에서 일하며 매일 트럭들이 배출하는 연기를 보고, 창고에서 쏟아지는 전력 사용량을 확인하면서, 이것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우리가 지구에 남기는 발자국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1998년, 세계자원연구소와 지속가능발전 세계경제협의회가 손을 잡고 만든 이 프로토콜은 마치 지구의 체온계 같은 존재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지, 그 정확한 양을 측정할 수 있는 국제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물류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탄소배출량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복잡한지 실감하게 된다. 단순히 트럭 한 대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만 계산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그 화물이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추적해야 한다.


GHG Protocol은 이런 복잡함을 세 개의 범위로 나누어 정리했다. Scope 1은 우리가 직접 운영하는 차량에서 나오는 배출량이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보는 택배 트럭들, 그 엔진에서 나오는 연기가 바로 Scope 1에 해당한다. 계산도 비교적 간단하다. 연료 사용량에 배출계수를 곱하면 된다.


Scope 2는 전력 사용으로 인한 간접 배출이다. 물류센터의 불빛, 창고를 차갑게 유지하는 냉동 시설, 사무실의 에어컨까지. 우리가 사용하는 전력이 발전소에서 만들어질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의미한다. 최근 들어 많은 물류기업들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이유도 이 Scope 2 배출량을 줄이기 위함이다.


하지만 진짜 도전은 Scope 3에서 시작된다. 물류업계에서는 이 영역이 전체 배출량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우리가 운송하는 상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 고객사의 출장비용, 심지어 직원들의 통근까지 모든 것이 포함된다.


어느 날 한 중소 물류업체 사장님을 만났다. 그는 GHG Protocol 도입을 고민하고 있었지만, 복잡한 절차와 비용 때문에 주저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세요."


데이터 수집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협력업체들로부터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GHG Protocol의 진정한 가치다. 단순히 숫자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망 전체가 환경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배출계수 선택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같은 연료라도 국가마다, 운송 수단마다 다른 계수를 적용해야 한다. 국내 운송과 국제 운송의 차이를 고려하고, 최신 IPCC 가이드라인을 참고하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조직 경계를 설정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합작투자사의 배출량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외주업체의 배출량은 어느 범위까지 포함할 것인가. 이런 결정들이 모여 기업의 탄소발자국을 그려낸다.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단계적 접근이 중요하다. 먼저 Scope 1과 2부터 완성하고, 점진적으로 Scope 3의 주요 카테고리를 추가해나가는 방식이다.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IT 시스템을 구축하여 지속적인 관리 체계를 만드는 것도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자동화 솔루션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기술들이 탄소배출량 관리를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GHG Protocol을 도입하는 것은 단순히 규제를 준수하는 것을 넘어선다.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감축 전략을 수립할 수 있고, 이는 궁극적으로 운영비용 절감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투자자와 고객들의 ESG 요구사항을 충족하여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때로는 이 모든 과정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측정하고 관리하는 이 숫자들이 결국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무게감을 외면할 수 없다.


물류와 운송 분야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GHG Protocol과 같은 표준화된 측정 체계가 필수적이다. 체계적인 준비와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환경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비즈니스 성과도 함께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날 그 중소업체 사장님은 결국 GHG Protocol 도입을 결정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지구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기로 한 것이다. 그의 용기 있는 결정이 더 많은 기업들에게 영감을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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