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공급망, 그 먼 길을 함께 걷다

by GLEC글렉

어느 늦은 밤, 사무실 창가에 서서 도시의 불빛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다. 저 수많은 불빛 뒤에는 얼마나 많은 물건들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을까. 우리가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이 테이블 위에 오르기까지, 그 긴 여정 속에서 지구는 얼마나 많은 숨을 내쉬고 있을까.


물류와 운송산업에서 탄소배출량을 측정하는 일을 하다 보니, 이런 질문들이 자주 마음을 스친다. 글로벌 기업들이 ESG 경영과 탄소중립이라는 큰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 중심에 지속가능한 공급망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제로 많은 기업의 탄소배출량 중 70퍼센트 이상이 공급망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작은 충격을 받았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지구 환경에 이토록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니.

2024년 이후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국내에서도 K-택소노미가 확대 적용되면서 공급망 관리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부터 시작하기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하는 여정은 마치 긴 산행과 같다. 목표점은 멀리 보이지만,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딘지 정확히 알아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막연히 친환경 이니셔티브를 도입하려고 하지만, 체계적인 현황 분석 없이는 마치 나침반 없이 길을 떠나는 것과 같다. 나는 수많은 기업들과 함께 일하면서 이런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공급망 지속가능성 평가는 세 개의 렌즈를 통해 바라봐야 한다. 첫 번째는 환경적 관점이다. 탄소배출량, 물 사용량, 폐기물 발생량, 에너지 효율성 등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과정이다. 2024년 글로벌 공급망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읽으면서 놀라웠던 것은, 선진 기업들의 90퍼센트 이상이 이미 공급업체별 탄소배출량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두 번째는 사회적 관점이다. 공급업체의 근로조건, 인권 정책, 지역사회 기여도 등을 평가하는 것이다. ESG 투자가 확산되면서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이 기업의 공급망 내 사회적 책임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 더 이상 좋은 제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세 번째는 경제적 관점이다. 공급업체의 재무 건전성, 기술 혁신 능력, 장기적 파트너십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공급망은 단순히 환경에 좋기만 해서는 안 된다. 장기적으로 비즈니스 성과에도 기여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가 있다.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공급업체를 등급화하고, 각 등급별로 차별화된 관리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우수한 공급업체는 전략적 파트너로 육성하고, 개선이 필요한 공급업체는 단계적으로 수준을 높여나가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길

어느 날 한 고객사의 구매 담당자가 내게 말했다. "공급망 지속가능성은 혼자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목표 같아요." 그 말이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정말 그렇다. 이 길은 혼자 걸을 수 없는 길이다.


공급업체와의 긴밀한 협업과 지속적인 역량 강화가 핵심이다. 하지만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나는 현장에서 많이 경험했다. 각기 다른 문화와 수준을 가진 공급업체들과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은 정말 인내와 끈기를 요구하는 일이다.


효과적인 협업을 위해서는 먼저 명확한 지속가능성 기준과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공유해야 한다. 글로벌 선진 기업들은 공급업체 지속가능성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여 환경, 사회, 거버넌스 각 영역에서 준수해야 할 최소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2025년부터는 공급업체 ESG 성과를 계약 조건에 반영하는 기업들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계약을 갱신할 때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 달성도, 재생에너지 사용률, 폐기물 재활용률 등을 평가 항목에 포함하고 있다.


공급업체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정기적인 ESG 교육 프로그램 제공, 모범 사례 공유를 위한 네트워킹 세션 개최, 지속가능성 개선을 위한 기술 및 자금 지원,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통한 혁신 솔루션 개발, 제3자 인증 획득 지원 및 인센티브 제공 등이 필요하다.


특히 중소 공급업체들의 경우 자체적으로 ESG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대기업이 주도하여 공급망 전체의 지속가능성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단순한 사회적 책임을 넘어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협업 체계 구축도 필수적이다. 공급업체들의 ESG 성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개선이 필요한 영역을 즉시 식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훨씬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기술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능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과 함께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지속가능한 공급망 운영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등의 기술은 공급망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는 강력한 도구가 되고 있다.


AI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 수요 예측 시스템은 과잉 생산과 재고 낭비를 최소화하여 환경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비용 절감 효과도 창출한다. 2024년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AI 기반 수요 예측을 도입한 기업들은 평균 20~30퍼센트의 재고 감축과 15~25퍼센트의 운송비 절감을 달성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블록체인 기술은 공급망 전반의 투명성과 추적가능성을 크게 향상시킨다. 원재료 조달부터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블록체인에 기록하면, 제품의 지속가능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 이는 그린워싱 논란을 방지하고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사물인터넷 센서를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운송 과정에서 온도, 습도, 진동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제품 손상을 최소화하고, 최적의 운송 경로를 선택하여 연료 소비와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한 공급망 최적화는 지속가능성 향상에 핵심적이다. 다양한 데이터 소스로부터 수집된 정보를 통합 분석하면 탄소배출량이 가장 높은 구간과 개선 우선순위를 식별할 수 있고, 계절별, 지역별 수요 패턴 분석을 통한 효율적 물류 계획 수립이 가능하다. 또한 공급업체별 ESG 성과 벤치마킹 및 개선 방안 도출, 순환경제 모델 도입을 위한 자원 흐름 분석 등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특히 탄소발자국 측정과 관리를 위한 전문 솔루션 도입이 필수적이다. 공급망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감축 목표를 설정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길고 험한 여정 속에서 찾은 희망

밤늦게 데이터를 분석하고, 고객사와 공급업체들과 수없이 미팅을 하면서 나는 깨달았다.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은 단순히 환경 보호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미래 비즈니스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전략이라는 것을.


체계적인 현황 분석부터 시작하여 공급업체와의 협업 강화, 그리고 혁신 기술 도입까지 단계적으로 접근한다면 지속가능하면서도 효율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닌 끊임없는 개선 과정이라는 점이다.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평가를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성공의 열쇠다. 이 길은 멀고 험하지만,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들이 있기에 희망적이다. 더 나은 지구를 위해, 더 나은 비즈니스를 위해 우리는 오늘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속가능성 #공급망관리 #탄소중립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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