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바람 앞에서 : CSRD와 함께 걷는 지속가능함

by GLEC글렉

요즘 물류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만나면, 모두 한 가지 공통된 이야기를 꺼낸다. 바로 CSRD라는 낯선 약자에 대한 걱정과 궁금증이다. 처음 이 용어를 접했을 때의 막막함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마치 갑자기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통보를 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2025년부터 시행되는 CSRD, 즉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단순히 서류 하나 더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꿔달라는 요구였다. EU가 약 50,000개 기업에게 상세한 지속가능성 정보를 공개하라고 의무화한 것은, 어쩌면 우리 시대가 마주한 기후 위기에 대한 절박한 외침일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왜 우리나라 기업들이 EU의 규정을 따라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이미 우리는 글로벌 공급망이라는 거대한 네트워크 안에서 살고 있었다. 국경을 넘나드는 물류의 세계에서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니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펼쳐지는 변화의 지도

CSRD의 적용 일정을 살펴보면, 마치 잘 짜여진 교향곡의 악장처럼 3단계로 나뉘어 전개된다. 2025년 1월부터 시작해서 2027년까지,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든 생각은, 변화란 결코 갑작스럽게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먼저 기존 NFRD 적용 대기업들이 2025년 회계연도부터 CSRD 기준으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 다음 해인 2026년에는 대형 상장기업과 대형 비상장기업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2027년에는 상장된 중소기업까지 포함된다. 이런 단계적 접근은 기업들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는 동시에, 점진적 변화를 통해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배려로 보인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공급망 연계 의무였다. CSRD 적용 기업들은 자사뿐만 아니라 공급업체와 협력업체의 지속가능성 정보도 보고해야 한다. 이는 마치 나비효과처럼, 직접 적용 대상이 아닌 우리나라 물류 운송 기업들도 간접적으로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게 됨을 의미한다.


연 1회 보고 주기와 제3자 검증 의무, 그리고 디지털 형태의 ESEF 형식 준수까지. 이 모든 요구사항들을 처음 접했을 때는 부담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이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임을 깨달았다.


12개의 작은 창문으로 바라본 지속가능성의 풍경

CSRD가 사용하는 ESRS 기준은 환경, 사회, 거버넌스 3개 영역에 걸쳐 12개 주제를 다룬다. 이 숫자들을 처음 봤을 때는 그저 복잡한 체크리스트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하나씩 들여다보니, 각각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중요한 일부분을 담고 있었다.


환경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기후변화 대응이다. 탄소배출량 측정, 감축 목표 설정, 기후 리스크 평가 등을 상세히 보고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물류 운송 기업이라면 Scope 1, 2, 3의 모든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이제는 당연한 의무로 받아들여진다.


순환경제, 생물다양성, 물과 해양 자원, 자원 사용, 오염에 대한 주제들도 마찬가지다. 각 주제별로 기업이 정책과 목표, 성과 지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것은, 단순한 보고를 넘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겠다는 약속이다.


사회 영역에서는 자사 근로자, 가치사슬 근로자, 영향을 받는 지역사회, 소비자 및 최종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보고해야 한다. 이는 기업이 단순히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이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존재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거버넌스 영역에서 다루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관리 체계는, 이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다. 이사회의 역할, 위험 관리 체계, 이해관계자 참여 등이 주요 공시 항목이라는 것은, 지속가능성이 일시적인 캠페인이 아니라 기업 운영의 핵심 원칙이어야 함을 보여준다.


작은 발걸음들이 모여 만드는 큰 변화

CSRD 대응을 위한 여정은 작은 발걸음부터 시작된다. 첫 번째 단계인 현황 진단은 마치 긴 여행을 떠나기 전 짐을 점검하는 것과 같다. 자사가 CSRD 직접 적용 대상인지, 아니면 공급망을 통한 간접 적용 대상인지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현재 지속가능성 관련 데이터 수집 체계가 어느 정도 구축되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EU 내 자회사 보유 여부를 확인하고, 주요 거래처의 CSRD 적용 여부를 파악하며, 기존 ESG 보고서와 CSRD 요구사항을 비교 분석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내부 데이터 수집 및 관리 체계를 평가하고, 제3자 검증 경험과 준비도를 점검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두 번째 단계인 조직 체계 구축은 더욱 중요하다. CSRD 대응은 전사적 프로젝트이므로 경영진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지속가능성 담당 부서를 신설하거나 기존 부서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 지속가능성 책임자를 지정하고 권한을 부여하는 것, 부서 간 협조 체계를 구축하는 것 등은 모두 기업 문화 자체를 바꾸는 작업이다.


외부 컨설턴트나 전문가를 선정하고, 직원 교육 및 인식 개선 프로그램을 수립하며, 예산과 자원 배분 계획을 세우는 것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부분이다. 이 모든 과정이 단순한 업무 분담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기업의 DNA로 만드는 과정임을 깨달았다.


세 번째 단계인 데이터 수집 및 관리 체계 구축은 가장 기술적이면서도 까다로운 부분이다. CSRD는 정량적 데이터와 정성적 정보를 균형 있게 요구한다. 특히 탄소배출량 측정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데이터다.

배출량 측정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개선하고, 공급망 파트너사와의 데이터 공유 체계를 확립하며, 데이터 품질 관리 및 검증 절차를 수립하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한 작업이다. IT 시스템 통합과 자동화 방안을 검토하고, 데이터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개선이 필요하다. CSRD는 일회성 보고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 체계다. 정기적인 성과 평가와 개선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성 성과를 지속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은, 마치 끝없는 마라톤을 뛰는 것과 같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

처음 CSRD를 접했을 때의 막막함은 이제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이 의무화가 위기가 아닌 지속가능한 경영 혁신의 기회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초기 대응 부담은 분명히 있지만, 체계적인 준비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물류 운송 기업들은 탄소배출량 관리 역량을 통해 친환경 물류 서비스라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비용 절감을 넘어, 고객들에게 환경적 가치를 제공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발전할 수 있다.


CSRD 적용 대상이 아닌 기업들도 준비해야 한다. 공급망 파트너사의 지속가능성 정보도 보고해야 하므로, 간접적으로 모든 협력업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향후 적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높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유리하다.


탄소배출량 측정이 어려운 중소기업이라면,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아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먼저 주요 배출원을 파악하고, 측정 가능한 부분부터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범위를 확대해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과 전문 컨설팅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CSRD와 함께 걷는 이 여정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이 길에서, 우리는 단순히 규제를 준수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동반자가 되어가고 있다. 그 여정의 끝에서 우리가 만나게 될 새로운 세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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