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량과 과학이 무슨 연관일까?

by GLEC글렉

어느 날 아침, 커피 한 잔을 들고 사무실 창가에 서서 바라본 도시 풍경은 여전히 분주했다. 끊임없이 오가는 트럭들, 배송 차량들, 그리고 그들이 남기는 보이지 않는 발자국들. 물류업계에서 십여 년을 보내며 느낀 것은, 우리가 만들어내는 편리함 뒤에 숨겨진 무거운 책임감이었다.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하면 되돌릴 수 없는 변화가 시작된다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 처음 알게 된 것이 SBTi, 즉 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였다. 단순한 인증 제도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위한 과학적 약속이었다.


SBTi는 파리기후협정의 1.5도 목표와 일치하는 탄소감축 경로를 제시한다. 2024년 현재 전 세계 5천 개 이상의 기업이 이 목표를 설정했고, 그중 1천5백 개 기업이 승인을 받았다. 물류업계에서 일하는 우리에게는 더욱 절실한 과제였다. 공급망 전반의 탄소배출량을 관리해야 하는 복잡한 숙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었다.


첫 번째 여정은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었다. SBTi 인증 과정은 다섯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공식 서명 단계에서는 기업이 SBTi 웹사이트에서 24개월 내에 목표를 설정하겠다는 약속을 한다. 이 단계에서는 비용이 들지 않지만, 기업의 진정성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


두 번째 목표 개발 단계가 가장 어려웠다. 기업의 탄소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해야 하는데, 이는 마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았다. 직접 배출인 Scope 1, 간접 배출인 Scope 2, 그리고 기타 간접 배출인 Scope 3까지. 물류 기업의 경우 운송수단의 연료 소비, 물류센터 전력 사용, 위탁 운송업체 배출량까지 모든 것을 고려해야 했다.


세 번째 목표 제출 단계에서는 개발된 목표를 SBTi에 공식 제출한다. 기준연도, 목표연도, 감축률, 방법론 등을 상세히 기재해야 하며,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 검토 수수료가 발생한다.


숫자로 표현되는 탄소배출량 뒤에는 삶의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운송 부문에서는 연료 소비량 기반 계산법이 가장 정확했다. 디젤 1리터당 2.68킬로그램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매일 도로를 달리는 트럭들의 무게가 다르게 느껴졌다. 월간 디젤 소비량이 만 리터인 차량의 경우 월간 배출량이 26,800킬로그램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물류센터와 같은 고정 시설은 전력 사용량 기반으로 계산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4년 기준 전력 배출계수가 0.4594킬로그램 CO2/kWh였다. 밤늦게 불이 켜진 물류센터를 볼 때마다 이 숫자가 떠올랐다.


가장 복잡한 것은 위탁 운송업체 배출량이었다. 직접 측정이 어려워 거리와 중량을 곱한 값에 운송수단별 배출계수를 적용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25톤 트럭의 경우 톤·킬로미터당 62.1그램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계산이었다.


목표 설정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절대량 감축 목표는 기준연도 대비 총 배출량을 일정 비율 감축하는 것이고, 집약도 감축 목표는 매출액이나 운송량 단위당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물류 기업들은 사업 확장을 고려하여 집약도 목표를 선택했다.


인증을 받고 나서가 진짜 시작이었다. 실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체계적인 실행 계획이 필요했다. 첫 번째 전략은 운송 효율성 개선이었다. 차량 적재율 최적화, 배송 경로 최적화, 공차 운행 최소화를 통해 연료 소비량을 줄일 수 있었다. AI 기반 배송 최적화 시스템을 도입하면 평균 15-20%의 연료 절약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두 번째는 친환경 차량 도입이었다. 전기트럭, 수소트럭,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단계적으로 교체하면 직접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정부의 친환경 상용차 보급 지원 사업을 적극 활용하면 도입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었다.


세 번째는 물류센터 에너지 효율화였다. LED 조명 교체, 고효율 냉난방 시스템 도입, 건물 단열 개선 등을 통해 전력 소비량을 줄였다. 태양광 패널 설치나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를 통해 Scope 2 배출량을 제로화하는 것도 가능했다.


탄소 상쇄 활용도 중요한 전략이었다. 직접 감축이 어려운 부분은 고품질 탄소 상쇄 크레딧을 구매하여 상쇄할 수 있었다. 하지만 SBTi에서는 상쇄에 의존하기보다는 직접 감축을 우선하도록 권장했다.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것은 공급망 협력업체와의 협업이었다. 위탁 운송업체, 창고 운영업체 등과 함께 탄소감축 목표를 공유하고 개선 활동을 추진해야 했다. 정기적인 교육과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협력업체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며 깨달은 것은 SBTi 인증이 단순한 인증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나침반 역할을 했다. 체계적인 계획과 실행을 통해 SBTi 목표를 달성한다면, 탄소중립뿐만 아니라 운영 효율성 향상과 비용 절감 효과도 함께 얻을 수 있었다.


정확한 배출량 측정과 과학적 목표 설정, 그리고 실질적인 감축 활동의 조화가 성공의 열쇠였다. 이 여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Scope 3 배출량 측정이었다. 특히 물류 기업의 경우 위탁 운송업체, 임대 창고 등 간접 배출원이 많아 정확한 데이터 수집이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력업체와의 데이터 공유 체계를 구축하고, 표준화된 측정 방법론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했다.


투자 규모는 기업 규모와 현재 배출량 수준에 따라 달랐다. 일반적으로 매출액의 0.5-2% 수준의 투자가 필요했으며, 친환경 차량 도입, 물류센터 효율화,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이 주요 투자 항목이었다. 정부 지원 사업과 세제 혜택을 활용하면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모든 과정이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선사했다. 단순히 물건을 옮기는 일이 아니라, 지구의 미래를 책임지는 일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일어났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마주하는 푸른 하늘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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