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을 미루고 있으면서도, 나는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by 글린더

마지막 인사를 드리며

그간의 감사 인사를 전하는 자리였다.


여러 번 생각했고,

충분히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의 후회는 없을 거라고도 덧붙였다.


그 말을 하는 동안에도

머릿속은 조용해지지 않았다.


이미 판단은 끝났다고 느꼈다.

적어도

수많은 고민의 흔적들을 하나씩 떠올릴 때만큼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메모로 남긴 생각들,

고쳐 쓴 문장들,

몇 번이나 되짚은 이유들.

그 모든 게

‘나는 충분히 생각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지나는 말로,

농담처럼,

때로는 진담처럼 건네지는

다음을 기약하는 말들 앞에서

나는 귀를 닫겠다고 여러 번 다짐했다.


하지만 자리를 떠난 뒤에도

생각은 다시 시작됐다.


이미 끝난 선택을

다시 다른 경우의 수로 나누고,

이미 지나간 판단을

다시 검토하고 있었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나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니라,

생각을 끝냈다는 감각을

계속 확인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 글은

<생각이 멈추는 지점> 연재에서 이어진다 https://brunch.co.kr/magazine/paused

작가의 이전글언제나 생각은 충분했다, 다만 멈출 곳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