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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회

누가 이기는 게 뭐 중요하다고~

by 글린더

아이의 운동회 날.

생애 첫 학부형으로서 아이의 사회활동에 참여한 날.

어찌 보면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처음'이라는 단어가 꽤나 많이 쓰인 날.


내 어린 시절을 되짚어 생각해 보니 의미는 크게 떠오르지는 않지만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고 속상해서 펑펑 울었던 기억은 나는 초등1학년 때의 첫 운동회.


지금은 어느덧 그때의 나처럼 덩치는 또래보다 월등히 크고 마음은 새가슴처럼 조그마해서 작은 일에도 쉬이 나서지 못하는 나와 똑 닮은 내 아이의 운동회에 와있다.

그 마음이 얼마나 두근두근 긴장되고 불안할지가 염려되어 평소보다 큰소리로 아이를 응원하고 멀리서도 안심하라 끊임없이 손을 흔들어 댄다.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목소리가 갈라지고 피곤함이 몰려온다.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 낯설면서도 내 어릴 때와는 달리 내 아이의 대리인이라도 된 듯 비장함마저 든다. 어떻게든 아이에게 실망을 줄 수 없다며 전력을 다하는 내 모습에 승패에 연연하지 말고 즐기고 오라 등 두드렸던 나의 말이 오버랩되며 웃음이 터져버렸다.

내일 하루 근육통과 몸살이 예견된다. 에잇 그 뭐라고!!!

까짓 함 드러눕지 뭐~!! 있는 힘껏 밧줄을 당겨본다.


어쩌면 두 번 오지 않을 오늘을, 가지 말라 억지로 잡아끌고픈 내 마음을 꾹꾹 담아 밧줄을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영차영차 손바닥에 굳은살이 배이게 당겨보아도 백군 아버지들의 힘에 속절없이 끌려가는 우리 청군들의 모습이 가는 세월에 힘없이 끌려가는 꼴과 영락없이 닮았다.

그래~ 열심히 했네! 열심히해도 질 수 있는거지 뭐.


비록 승리는 못했지만 엄마는 이 한 몸 불살랐단 표정으로 개선장군처럼 당당하게 아이에게 하이파이브를 날려본다.


한 번밖에 없는 삶, 우리 매 순간 즐겁고 재미나게 후회 없이 살아보자꾸나.

아이와 살짜꿍 윙크를 주고받으며 집으로 가는 길, 자연스럽게 파스를 하나 집어 온 나를 보며 남편이 크게 웃어제낀다.


에엥~!!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손에 잡힌 물집을 보여주니 머쓱한지 부모 되기 어렵지라며 머리를 스담스담해준다.

덕분에 운동회의 주인공인 아이보다 더 신나 흙먼지 날리게 뛰어다닌 하루치고 꽤나 컨디션이 가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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