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주의가 결혼하면 생기는 일

친구가 운다

by 글린더

"야! 니가?"


펑펑 우는 친구보다 내가 더 황당하다. 내가 결혼하는데 니가 왜 울어? 내 십년지기 친구가 나의 결혼 소식에 보인 첫 반응이었다. 나.. 너랑 사귀냐..? (쭈삣쭈삣..)

친구의 대성통곡에 주변 눈치를 보며 한참을 달래다 문득 내 결혼소식이 이렇게 울일인가 갑자기 의아해졌다. 남들은 축하해 줘도 모자랄 판에 젤 친한 친구라는 녀석이 왜 좋은 일에 이렇게 눈물바다를 보이냐며 버럭 화를 냈다. 그제야 친구는 히끅거리며 눈물이 잦아들더니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한마디 한다.

"몰라, 갑자기 니가 결혼한다니까 배신감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자꾸 눈물이 나와. 히끅.".


배신감.. 이게 나의 결혼에 대한 첫 반응이었다.

"야! 누가 보면 내가 너랑 사귄 줄 알겠다"

그 친구와 나는 중학교 1학년 때 만나 결혼을 하게 된 29세 가 될 때까지 반평생을 같이한 서로의 허물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이였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사이 서로의 연애도 같이 고민하고 같이 욕하고 같이 아파해주던 우린 서로를 농담처럼 반쪽이라 부르며 그렇게 의지하던 사이였다.


그런 친구로부터 누구보다 축복받아야 할 일을 농담도 아닌 눈물로 반응하는 친구의 모습에 적잖이 충격이 왔다. 그리고 그 충격은 내 결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했다.


"왜? 남들 다하는 결혼 나도 하겠다는 게 그게 이상해? 내가 그간 연애를 안 한 것도 아니고."

누구보다 내 남자친구와 친했고 나보다도 그 사람과 더 짝짜쿵이 잘 맞아 셋이서 많은 것을 함께 나누었던 사이였다. 10년 넘게 한 사람과 연애를 해왔었고 나이도 적지 않으니 결혼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 당시의 사회적 통념상 여자나이 30 넘으면 노처녀 소리를 들었으니.

그런데 난 사실 결혼이 하고 싶지 않았다.

그 마음이 들킨 것 같아 친구의 눈물에 버럭 화가 났던 것은 어쩌면 내 마음이 울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른다. 결혼이란 것에 대한 환상도 로망도 없는 나 같은 사람이 결혼을 해도 되는 걸까? 누구보다 의심하고 걱정되는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그걸 내색하지 못한 채 물 흐르듯 흘러가는 결혼 이야기에 말 한마디 못하고 있는 스스로에게 배신감이 드는 것 또한 어쩌면 나 자신이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대체 결혼이라는 걸 왜 해야 하는 건지, 당장이라도 헤어지자고 하면 응 하고 도망칠 마음의 준비를 해둔 채 그렇게 결혼식장에 들어갔다.


그렇게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