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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북토크

돈이 되는 글쓰는 법

쉽고 재밌는 글, 누구나 쓰는 법

by 북토크

당신은 최근 무엇을 구입했는가? 커피? 음식? 옷? 아니다. 당신이 최근 가장 많이, 자주 구입한 대상은 바로 '글'이다. 돈으로 사지는 않았더라도, 시간으로 샀다. 앱 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한 달에 '701억 분'을 유튜브 보는 데 사용한다. 끝이 아니다. 네이버 '197억 분', 넷플릭스 '42억 분', 네이버 웹툰 '34억 분'. 참 비싸게, 많이도 샀다. 유튜브 영상,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네이버 뉴스와 블로그, 웹툰 등 모든 콘텐츠는 글에서 출발한다. 대본, 기획안, 콘티 모두 글로 작성한다. 글이 곧 콘텐츠다. 콘텐츠의 시대다. 글이 곧 돈이 되는 시대다.


그러나, 모든 글이 돈이 되진 않는다. 재미있는 글만 돈이 된다. 그렇다면 재미있는 글은 어떤 글일까? 그런 글은 어떻게 쓰는 걸까? 여기 '누가 봐도 재미있는 글'을 '누구나' 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있다. 24년 차 기자, 베스트셀러 작가 박종인 기자가 그의 저서 '기자의 글쓰기'에서 그 비밀을 알려준다. 모든 장르에 통하는 강력한 글쓰기 원칙,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첫째, 쉽게 써라.


글은 무조건 쉬워야 한다. 글은 필자가 주인이 아니다.
글은 독자가 주인이다. 독자는 쉬운 글을 원한다.

- '기자의 글쓰기' 39p

일기나 메모가 아닌 이상 모든 글은 다른 사람 읽으라고 쓰는 것이다. 즉, 글은 '상품'이다. 독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쓰는 것이다. 콘텐츠로서의 글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 독자의 배경 지식, 문해력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다. 그러니 더더욱 쉬워야 한다. 잘 읽히지도 않고 이해도 안 되는 글에 돈과 시간을 쓰는 독자는 없다. 누가 읽더라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신문 기자들 사이에선 '독자는 중학교 1학년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쉽게 써야 읽힌다.


쉬운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짧아야 한다. 긴 문장을 짧은 문장들로 나눌 수 있다면 나눠서 쓴다.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짧게 쓴다. 불가피한 경우? 거의 없다. 그냥 짧게 쓰자. 짧게 쓰기 위해선 쓸데없는 수식어를 버려야 한다. 좋은 글은 '그녀는 너무너무 예뻤다.'라고 하지 않는다. '너무', '굉장히', '매우' 등의 말은 필자가 독자에게 동의를 강요하는 표현이다. 이런 글은 설득력이 없다. 그냥 '그녀는 예뻤다'라고만 써도 되고, 생김새를 묘사해 그녀의 미모를 보여주면 된다.


불필요한 관절 부분도 잘라내야 한다. '관절'이란 쉼표나 ~고/~며 등 문장들을 연결하기 위한 장치다. 관절을 사용하면 복문이 된다. 한 문장 안에 여러 문장이 숨어 있다는 뜻이다. 복문은 글의 리듬을 떨어뜨린다. 다음 예시를 보자.


1번.

그 카메라는 책상에서 몇 번이나 떨어뜨려도 멀쩡했고, 무겁지도, 크지도 않았으며, 사용법도 간단했다.

2번.

그 카메라는 책상에서 몇 번이나 떨어뜨려도 멀쩡했다. 무겁지도 않았다. 크지도 않았다. 사용법도 간단했다.


글자 수는 늘어났지만, 단문으로 끊은 두 번째 사례가 술술 읽히고, 리듬감도 산다. 박종인 기자는 '좋은 글은 리듬이 있는 글이다'라고 말한다. 리듬이 살려면 글이 짧아야 한다. 짧으려면 수식어와 관절이 없어야 한다.


또한 쉽게 쓰려면 '입말'로 써야 한다.


보통 사람들이 글을 쓸 때 말과 글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말은 그냥 하는 거고 글은 품격이 있어야 하고 무게가 있어야 하고 그러니
단어도 딱딱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술자리 쑥덕공론을 그런 글로 옮기니 재미가 없을 수밖에 없다.

- '기자의 글쓰기' 50p


재미있는 이야기는 모두 '말'이다. 찌라시, 카더라 통신, 뒷담화가 재미있는 이유다. 저속한 말은 저속하게 해야 우리는 이야기가 재미있었다고 느낀다. 그런데 재미있는 이야기도 글로 쓰면 재미없는 경우가 많다. 있어 보이는 표현을 골라 사용하다 보니 말을 순화한다. '운수 좋은 날' 속 김첨지는 아내를 '오라질 년'이라고 불렀다. '나쁜 여성이군!'이라고 불렀다면? 캐릭터가 살지 않는다. 말과 글은 다르지 않다. 재미있는 말을 옮긴 것이 재미있는 글이다. 재미있는 글은 '입말'로 쓴다.



둘째, 팩트를 써야 한다.


팩트가 중요하다.
피를 끓게 만들어야지 피여 끓어올라라 하고
주장만 해서는 피를 끓게 할 도리가 없다.

주장을 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
그러나 주장은 맨 뒤에 숨겨놓아야 한다.
안 써도 팩트만 보고 독자들이 민주투쟁을 해야겠구나,
라고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좋은 글은 팩트로 가득 차 있다.

- '기자의 글쓰기' 193p


글은 메시지 전달 수단이다. 내 의도대로 상대가 느끼고, 공감하고, 행동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렇게 저렇게 해라' 식의 주장과 의견만 가득한 글은 '강요'다. 청개구리 심리 가득한 독자들은 무조건 윽박지르는 글에 움직이지 않는다. 피를 끓게 만들어야지, 피여 끓어올라라 한다고 피가 끓지 않는다. 독재 정권의 폭정에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누구나 피가 끓는다. 전쟁의 참상을 겪은 가족이 다시 상봉하는 장면을 보여주면 누구나 감동을 느낀다. '감동적이지? 감동해라!'라고 말하는 순간 감동이 깨진다.


독자들은 필자의 주장에 관심이 없다. 글에 담긴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 '그녀는 너무 예뻤다.'라는 필자의 생각에 관심이 없다. '그녀는 오똑한 코와 큰 눈을 가졌다. 눈망울이 참 맑았다. 짧게 자른 단발머리와 애교 섞인 목소리가 싱그러웠다'라는 구체적인 사실에 관심이 있다. 주장이 아닌 팩트를 들으면 독자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상상한다. 그리곤 자신이 주인공이 된 것 마냥 감정이입을 해 글과 함께 울고 웃는다. 팩트가 아닌 주장으로 가득 찬 글은 자신감 부족의 다른 표현이다. 팩트만으로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할 자신이 없으니 '그렇지?', '내 말 맞지?'라고 강요하는 꼴이다. 강요받길 좋아하는 독자는 없다. 팩트로 다가설 때 독자들은 압도되고 감동받는다. 팩트로 시작해 팩트로 묵직하게 끝나는 글이 감동이 있는 글이다.



글은 상품이다. 상품은 소비자를 위한 것이다. 소비자는 재미있는 것을 원한다. 그러니 글은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있으려면 쉽게 써야 한다. 짧게, 쉬운 말로 써야 한다. '입말'로 써야 하며, 리듬이 살아있어야 한다. 또한, 글은 팩트를 쓰는 것이다. 주장하고 강요하는 글은 안 먹힌다. 팩트를 잘 전달하고, 독자가 팩트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미있는 글을 위한 원칙들을 알고 있어도 내 글이 재미가 있는지 알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박종인 기자는 글을 쓴 후 소리 내어 읽어보고, '너라면 읽겠냐?'라는 질문을 던지라고 말한다. 소리 내어 읽었을 때 막힘 없이 술술 읽혀야 좋은 글이다. 리듬이 살아있으면 좋은 글이다. 글을 쓴 사람이 봐도 재미있으면 독자에게도 재미있는 글이다. 글을 쓴 후 이런 반성과 퇴고의 과정을 거치면 훨씬 완성도 높은 글을 쓸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콘텐츠산업 2022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콘텐츠 산업 매출액은 무려 133조 원이다. 수출액만 해도 약 115억 달러다. 시장은 점점 성장할 전망이다. 그리고, 콘텐츠는 글에서 태어난다. 글이 돈이 되는 시대다. 아니, 재미있는 글이 돈이 되는 시대다. 재미있는 글은 팩트를 쉽게 전달하는 글이다. 당신이 말할 수 있는 팩트가 있는가? 중학교 1학년에게 그 팩트를 설명할 수 있는가? 축하한다.


* 북토크의 모든 이야기는 유튜브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hWuRlR-R2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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