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그리고 다음 날

찰나 그 순간의 기록

by 재이리




하늘이 파래지고 나서야 잠에 들었음에도 아침 일찍 눈이 떠진다.

이 잠이라는 놈은 정말 눈치라곤 1도 없다.


어제는 곧 비가 쏟아질 것처럼 흐리더니 오늘 집을 나설 때는 유독 쨍쨍하다.

아무런 생각 없이 일이나 실컷 하라는 듯이.


늘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가게 주인들이 오늘따라 친절하다.

조금만 건드려도 폭발할 것 같은 내 기분을 헤아리는 것처럼.


일하고, 배우고, 운동하고, 걷고, 먹으면서

평소보다 열심히 하루를 보내본다.

우울한 기분 따위가 껴들지 못하도록.


그런데도 문득문득, 그 사이의 짧은 틈에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건 어찌할 수 없으니.


그 순간만큼은 에라 모르겠다. 하고

온전히 슬퍼져 버리는 것이 낫다.

숨은 쉬어야 되니까.


시간이 멈춰버릴 것 같고,

앞으로의 날들이 막막해져도 무너지지 않고

꾸역꾸역 내 할 일을 해나가면, 또 그렇게 살아진다.

이제까지 그래 왔듯이.


오늘처럼 내일도

그리고 그다음 날도


그렇게 어찌어찌 살아질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