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찰나 그 순간의 기록

by 재이리




내 친구 A양은 술에 취하면 꼭 같은 질문을 한다. '야 너 행복하니?'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대답하고 말았는데 얼마 전부터 그 질문이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며칠 전, A양에게 전념이 되었는지 B양이 메신저로 같은 질문을 하기에 고심 끝에 '87프로 정도는 행복한 거 같아'라고 말했더니,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한 내 대답에 친구는 무엇 때문에 행복하냐며 되물어왔다. 당장 생각나는 몇 가지를 적어 보냈다. '엄마, 아빠, 언니, 친구들이 내 옆에 있고, 맛있는 걸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음에?' 대답을 하며 문득 '난 정말 행복한 삶을 살고 있구나.' 생각했다. 일상적이고 당연하다고 여겼기에 행복의 이유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가장 보통의 일상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임을 왜 난 이제야 깨달았을까.

사람이라는 것이 그렇듯, 내 앞에 놓인 행복한 것들을 떠올리기보단 불행한 것을 자꾸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기 마련이다. 내가 행복한 사람이란 것을 깨달은 이 순간은 잠시 뿐일지도 모른다. 다시 혼자가 되는 시간, 감성이 촉촉해지는 새벽이 오면 나는 행복하지 않은 13프로를 굳이 끄집어내어 또 신세한탄을 하고 있을 테지.

늘 타박했던 친구의 습관을 닮아가 보려 한다. (술 마시고 반복적인 질문을 하겠다는 건 아니고) 잊어버리지 않게,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를 이따금씩 나에게 물어봐야겠다. 요즘 삶이 팍팍하고 자꾸 한숨이 쉬어진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난 지금 행복한가?


내가 행복한 이유를 천천히, 하나씩 생각해내다 보면 분명 깨달을 것이다.
나는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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