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를 불장난 삼는 정부, 꺼져가는 한미동맹의 불씨

안보와 외교는 시장 통처럼 흥정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by 피에트로

국가 안보를 마치 아이들의 불장난처럼 여기는 정부의 행태가 국민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섣불리 전시작전권(전작권) 환수라는 불씨를 가지고 놀다가는 한반도 평화의 근간인 한미동맹의 불꽃마저 꺼뜨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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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9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방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후 정부가 '전작권 환수'를 미국과의 관세 협상 카드로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대통령실은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이번 정부의 공약에 전작권 환수가 명백히 포함되어 있음 또한 사실이다. 약 20년간 논의된 이 중대한 전작권 환수 문제가 과연 국민적 동의를 충분히 얻었는지, 나날이 변해가는 국제 정세 속 마치 기본 규범이 학습되지 않은 어린아이가 차도로 뛰어드는 것을 연상시키듯 '외줄 타기 외교' 방식으로 다뤄져도 되는지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다.


안보 주권,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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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에게 한국군 작전지휘권을 이양한 이래, 우리는 피와 땀으로 이룬 '한강의 기적'과 안보·경제 발전을 이룩했다. 이 이면에서 가장 크게 뒷받침해 준 것은 한미동맹을 통한 주한미군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되며 한국군 작전통제권은 평시와 전시로 분화되었고, 1994년 평시작전통제권은 환수했지만, 전시작전통제권은 여전히 연합사령관에게 있다.


역대 한국 정부의 숙원이었던 전작권 환수에 대해 진보 진영은 환수를 시도했고, 보수 진영은 연기하거나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해 왔다. 이 세 가지 조건(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 능력 확보, 동맹의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확보, 안정적인 안보 환경 조성)은 자유민주주의의 기틀을 마련해 준 미국이라는 스승을 향한 한국이라는 제자와의 약속이자 제자에게 주어진 과제와도 같다.


과연 우리는 떳떳한가?

스크린샷 2025-07-21 오후 4.04.28.png ▲ 2차 대전 당시 1호로 출간된 마블코믹스 ( 구 타임리코믹스 )의 캡틴아메리카 코믹북.

대한민국 건국 이후 과연 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면 필자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안보의 핵심은 '준비된 능력'과 '신뢰할 수 있는 지휘'이기 때문인데, 이 땅에서 미래를 바라보는 젊은이로서 우려가 된다.


전작권 환수에 대한 대표적인 우려 사례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6.25 전쟁 당시 우리에게 뼈아픈 교훈을 남긴 유재흥 장군의 무능한 지휘가 있다. 당시 준장이던 그는 낙동강 전선에서의 7사단 사실상 해체, 청천강 전투에서의 3개 사단 괴멸, 그리고 현리 전투 당시 중공군의 포위망 속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전선을 이탈했던 군단장이 된 유재흥의 모습은 리더로서의 무능함과 무책임이라는 치부를 유엔군을 비롯해 적군이던 북한군과 중공군에게까지 보여줬다. 당시 미 8군 사령관 제임스 밴플리트 장군이 "한국군에게 작전통제권을 맡길 수 없다"라고 격노했던 것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우리 군 지휘 역량에 대한 냉철한 평가였고, 훗날 전작권 이양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한다.


둘째, 작년 '12.3 비상계엄' 당시 군 수뇌부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명령에 불복종하거나, 실패 시 징계·처벌에 두려워 항명도 충성도 아닌 고민만 일삼던, 갓 자대 배치받은 이등병 같은 사령관과 단장들이 여럿이었다. 약 70년 전 그 당시와도 큰 변함이 없는 모습에 진영 논리를 배제하고도 군인 그 자체로서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겼고, 무엇보다 전시작전권을 가진 한미연합사령부에게는 약 70여 년 전 자국 군대가 무능한 한국 장군에 의해 궤멸될 뻔한 트라우마이자 학습 효과를 다시금 안겨준 꼴이기에 전작권 환수에 대해서만큼은 다시 한번 냉담하게 판단했을 것이다.


6.25를 거쳐 12.3에서도 국군 수뇌부의 무능함을 마주했음에도, 이 직후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지도자가 '전작권 환수'를 공약에 내걸고 있으니 미국 입장에선 자기반성과 성찰도 없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리는 격이니 얼마나 헛웃음을 유발할까.


안보를 경제 카드로 삼는 재간둥이

1753081565914.png ▲ 두 명 이상이 서로 양보하지 않고 극단적인 상황까지 경쟁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치킨 게임'


국가 안보의 핵심인 전작권 환수 문제를 관세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발상 자체가 매우 위험하다. 안보와 경제는 결코 맞바꿀 수 없는 별개의 영역임을 지도자와 내각이 더 잘 알고 있음에도, 안보를 경제적 이득을 위한 흥정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안보의 상품화'이자, 한반도의 마지막 산소호흡기 역할을 해주는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이다. 이는 동맹국 간의 신뢰를 훼손하고, 예측 불가능성을 높여 안보 불안을 심화시키는, 진영 논리를 막론하고 건국 이래 지난 정부들을 향한 패륜이자 동맹보다는 일방적 봉사에 가까웠던 미국을 향한 하극상이다.


더욱이,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해 전작권 환수를 '치킨 게임'의 카드로 사용하는 것은 국익은 물론 동맹 관계까지 훼손할 수 있는 무모한 시도이다. 스스로에게 동기와 차후 계획은 염두에도 두지 않은 채 무리하게 자신의 몸을 갈라 장기를 꺼내듯이, 정부는 단기적인 경제적 성과를 위해 안보라는 엄연히 구별된 영역의 카드를 열어서는 안 된다. 안보의 핵심인 전작권을 통상 협상에 끼워 넣는 행위는 동맹 관계의 신뢰 저하를 시작으로 한반도 안보 불안정의 '도미노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정부들에서 전작권 환수를 위한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과정은 단순히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군의 실질적인 역량을 강화하고,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맞는 대비를 갖추는 것이었다. 그 요건이 충분히 충족되지도 않았을뿐더러 이를 인지하는 국민에게 국민적 공감대 없이는 전작권 환수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원칙과 실리에 기반한 현명한 외교를 촉구하며

미군임 625.jpg ▲ 영국인 전문가에 의해 컬러로 복원된 한국전쟁 당시 사진

정부는 전작권 환수를 관세 협상에 이용하려 한다는 보도에 대해 단호하게 '사실무근'임을 밝히고, 일말의 가능성조차 차단해야 한다. 전작권 환수는 오직 대한민국 안보 주권 강화와 자주국방 역량 확보라는 대원칙하에, 한미 양국이 합의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묵묵히 추진되어야 할 과제이다.


졸업장을 받고 졸업 절차를 거쳐야지, 이는 도중에 자퇴해 버리는 꼴이다.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시기에 통상 협상에서 국익을 지켜내는 것은 중요하나, 안보와 경제를 뒤섞는 것은 결코 현명한 방법이 아님을 내각 인사 개개인의 마음속에 새겨야 한다. 정부는 단기적인 이익에 매몰되어 안보의 근간을 흔드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관세 협상을 앞두고 인사들은 스스로가 국가의 자산임을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오직 국익만을 위한 현명하고 책임감 있는 외교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대한민국 안보의 미래를 굳건히 세워나가 역사책에 파멸이 아닌 번영의 인물들로 기록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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