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은 없고 총체적인 '고담 한국'
지난 21일, 인천 송도에서 한 60대 남성이 사제 총기로 자신의 아들을 살해하고, 자택에서는 폭발물까지 발견된 사건이 발생했다. 며느리의 신고로 드러난 이 사건은 총기 소지가 금지된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단순 강력범죄를 넘어 사회적 공포로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이 범죄가 ‘국제도시’를 자처한 송도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는 단지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도시 설계의 근본적 결함과 구태 정치의 방기(放棄)가 낳은 구조적 위기라 봐야 한다. 송도는 첨단 바이오 산업 유치, 국제기구 유입 등을 통해 ‘동북아 허브’를 꿈꾸며 빠르게 외형을 키워온 도시다. 그러나 이 성장의 그림자에는 허술한 치안과 공동체 기반 부재라는 치명적 허점이 존재한다.
현재 송도에는 약 20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으나, 지구대는 단 두 곳에 불과하다. 게다가 근무 인력 부족으로 심야 순찰조차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화려한 고층 건물과 국제 컨벤션 센터, 외국계 기업들이 줄지어 들어선 송도는 표면적으로 ‘세계 도시’이지만, 실상은 사회적 안전망이 빈약한 배트맨 속 ‘고담 시티’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과 같은 구도심은 오랜 시간 누적된 감시 체계와 이웃 간 비공식적 통제력이 존재하지만, 송도는 급속한 팽창 속 익명성만 높아졌다. 이로 인해 신도시 특유의 단절성과 사회적 응집력 부족이 범죄자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 익명성 높은 초고층 아파트, 낮은 주민 연대감, 비효율적 자치경찰 시스템은 강력범죄가 터졌을 때 피해를 키우는 ‘도시 리스크’의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국제도시를 표방하는 송도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외국인 혐오 정서까지 자극할 수 있는 사회적 후폭풍을 안고 있다. 실제로 2022년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약 23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4.4%를 차지한다.
지금처럼 구조적 결함이 있는 도시에 범죄가 발생하면, 사건의 본질과 무관하게 외국인에 대한 낙인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권은 그 책임을 방기한 채 정쟁과 책임 전가, 진영 논리에 빠져 있다. 범죄 대응 시스템은 늦고, 정치적 책임은 분산되며, 시민은 공포와 분노 속에 방치된다.
송도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은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닌, 우리 사회가 ‘도시’를 어떻게 설계하고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이제는 외형적 성장만 좇는 도시 정책에서 탈피해, 공동체 기반의 감시 체계와 실질적 치안 인프라를 재설계해야 할 때다. 또한 시민의 안전을 뒷전으로 미룬 채 구태정치에 몰두하는 정치인들에게는 단호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도시의 껍데기를 키우는 데 몰두한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이다. 이 경고음은 단순한 사건의 파장이 아니라, 무너진 공공안전 체계가 내지르는 비상경보에 가깝다.
더는 이를 흘려듣는다면, 진짜 배트맨 없는 '고담 시티'가 되어 우리는 도시 전체를 침식시키는 부실관리의 나비효과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