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윤리의 붕괴, 역시 가재는 게 편이다.

언제까지 국민은 피곤해야하나

by 피에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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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전관예우’‘과거 경력’에 기대어 인사의 정당성을 포장하는 구태를 즉각 중단하고, 공직 기강 책임자에 대해서는 사회적 신뢰도·인권 감수성·윤리 검증을 포함한 3단계 인사검증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윤리와 양심을 전면에 세우는 것이 인사의 원칙이다.

대한민국에 또 한번 여우에게 닭장 열쇠를 맡긴 꼴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전치영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과거 ‘버닝썬 성범죄’ 사건 가해자의 변호인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공직기강비서관은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과 비위를 감찰하는 핵심 자리다. 허나 그 자리에 사회적으로 가장 지탄받았던 집단 성범죄 가해자를 1심부터 대법원까지 전담해 변호한 인물이 임명됐다는 사실은, 공직윤리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얼마나 안이한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이재명 정부 들어 인사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장관 후보자 4명이 각종 의혹으로 낙마하거나 지명 철회됐다.

국정운영의 기본은 인사의 공정성과 신뢰인데, 연이어 드러나는 인사 실패는 인재 풀이 아니라 철학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문제는 ‘전관예우’나 ‘법조 관성’이라는 이름으로, 어떤 사건을 수임했는지조차 무비판적으로 정당화하는 현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정부의 세제 개편안으로 인해 주식 투자자들의 불만도 하늘을 찌르는 가운데, 대통령실이 “과거 수임을 문제 삼기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는 점은 불에 기름을 붓는 듯하다.

물론 변호사로서의 직업적 책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단지 ‘직업윤리’에 충실했다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가장 민감하고 파괴적인 범죄의 가해자를 끝까지 변호했던 전력을 감찰 책임자 임명의 정당성으로 연결짓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해당 변호인이 피해자의 기억을 공격하고 진술의 신빙성을 깎아내리는 전략을 펼쳤다는 점은 연목구어(緣木求魚) 그 자체여서 더욱 문제다. 그것이 ‘변론의 일환’이었다 해도, 그런 전략을 택한 인물이 이제 와서 타인의 도덕성을 감시하고 판단하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더욱이 여성 인권과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시대에, 이 같은 인사가 감히 49.42%라는 역대 최다 득표율을 얻은 새 정부의 대통령실에서 나왔다는 건 국민의 눈높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다.

국민은 더 이상 "과거 경력일 뿐"이라는 말로 모든 것을 덮으려는 자세에 납득하지 않는다. 현 대통령도 ‘과거’로 인해 당선되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험난했듯, 오히려 그 "과거"가 지금의 자격을 결정짓는 핵심 잣대다.

공직은 단순한 기술직이 아니다. 그 자리에 걸맞은 가치관과 윤리가 필수다. 국정 전반의 기강을 다잡겠다는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부의 윤리적 기준부터 바로 세우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더 이상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인사를 강행하며 신뢰를 소모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능력’만이 아니라 ‘양심’이다.

또한, 수 많은 정치적 갈등 속 방치된 국민들에게는 더더욱 ‘정치의 도의적 기반’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 이러한 윤리와 기능 사이의 단절된 모습을 끊어내야 국민이 다시 이 정부의 인사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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