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늘은 우연인가, 필연인가?

커피를 마시다가

by 글사

우리는 정말 스스로 선택하고 있을까?

아침의 빛이 창가를 스치고, 나는 오늘도 같은 길을 걸어 출근을 한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익숙한 풍경이 스쳐 지나간다. 횡단보도를 기다리며 스마트폰을 꺼내고, 새벽부터 쏟아지는 알림 들을 무심코 훑는다. 신호가 바뀌고 나는 자연스럽게 익숙한 길로 향한다.

그 길목 어딘가에서 늘 하던 고민을 반복한다. 오늘은 커피를 마실까, 그냥 지나칠까? 순간적으로 내 안에서 두 개의 목소리가 싸운다. ‘괜찮아, 피곤한 하루가 될 테니 한 잔쯤 필요해.’ 반면 또 다른 생각이 되받아친다. ‘어제도 마셨잖아. 오늘은 그냥 지나치는 게 낫지 않을까?’ 하지만 결국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평소처럼 카페 문을 열고, 주문대 앞에 선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늘 그렇듯, 같은 메뉴.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로 선택한 걸까?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 무엇을 입을지, 어떤 길로 갈지, 어떤 음식을 먹을지. 이런 사소한 것부터 커리어, 사랑, 인생을 좌우하는 결정까지, 선택은 끊임없이 우리를 따라다닌다. 그러나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우리가 내리는 선택들은 대부분 놀라울 정도로 반복적이다. 우리는 똑같은 브랜드의 커피를 마시고,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고르며, 늘 익숙한 패턴대로 하루를 보낸다.

이제 질문해 보자. 우리는 정말 자유롭게 선택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이미 정해진 길을 따라가고 있는 것뿐일까?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고대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세상의 모든 것은 원자의 움직임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다. 그의 생각을 따른다면, 우리가 내리는 선택들도 결국 어떤 필연적인 흐름 속에서 정해진 것이다. 그리고 현대 과학 역시 유전적 요인, 신경학적 구조, 사회적 환경이 우리의 선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점점 더 밝혀내고 있다.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자유롭다고 느끼는 것은 우리가 우리 행동의 원인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강한 성격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그가 그렇게 ‘선택’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어떤 요인들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일까? 우리는 많은 경우, 스스로 결정했다고 믿지만 사실은 과거의 경험, 환경, 유전자,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경로를 따라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내가 오늘도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카페에서 같은 커피를 주문하는 것은 단순한 ‘선택’이라기보다, 오랜 시간 축적된 습관의 결과일 수도 있다. 오히려 정말로 새로운 선택을 한다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유의지가 완전히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자유는 어디에 있는가?

완벽한 자유란 무엇일까? 만약 우리가 진정으로 자유롭다면, 모든 가능성 앞에서 완전히 열린 상태여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게 완전히 열린 상태에서 우리는 오히려 불안을 느낄지도 모른다. 어떤 길로 가야 할지 모른다면, 그것이야말로 혼돈일 테니까.

그리고 다시 생각해 보면, 우리의 선택이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 모든 과정까지 포함해서 ‘나’라는 존재가 선택하는 것이라면, 결국 선택의 주체는 나 자신이 아닐까? 환경이 영향을 주고, 기억이 영향을 주고, 습관이 영향을 주지만, 결국 그 모든 것들을 통합하여 선택하는 존재는 나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자유란 완전한 독립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 속에서 내가 만들어가는 방향성이라고 볼 수도 있다. 즉, 우리는 ‘아무 영향도 받지 않는 완전한 자유’를 가질 수는 없지만, 내가 선택한 길을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갈지에 대한 자유는 남아 있는 것이다.


다시 커피 한 잔 앞에서

오늘도 나는 커피를 마시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내가 정말 선택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어제도 마셨고, 익숙한 맛을 알고 있으며, 내 몸은 이미 카페인에 길들여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순간, 나는 조금 더 ‘의식적으로’ 나의 선택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나는 정말 내 선택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결국 우리는 완전히 자유롭지도 않고, 완전히 결정되어 있지도 않다. 우리는 과거의 흔적과 환경 속에서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지만, 그 안에서 자신만의 방향을 만들어 나간다.

그러니 다음번에 커피를 주문할 때, 나는 정말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 순간에도 나도 모르는 무엇인가가 나를 결정하고 있을까?

그 답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나는 그 질문을 던지는 존재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월, 수, 금 연재